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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오피니언 기고승인 2014.07.25 14:16 | 수정 2014.07.25 14:16
닫혀버린 안전비상구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격언은 하도 많이 쓰고 들어서 이젠 거의 잔소리처럼 들린다. 그럼에도 이 말이 자주 들먹여지는 것은 이 속담에 담겨 있는 교훈의 농도가 아주 진하기 때문이다. 소먹이는 사람들은 늘 내 소가 잘 있는지 눈으로 확인한다. 그리고 안심한다. 소를 확인하는 데는 열심이지만 외양간을 돌보는 데는 별 관심이 없다. 하지만 소를 잃고 나면 그때야 외양간을 돌보지 않은 사실에  자책한다. 이 속담에는 강렬한 경고와 예방의 메시지가 실려 있다. 그래서 진부하지만 자주 쓰인다.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를 바로 풀어서 ‘외양간 고쳐서 소를 지키자’고 하면 말의 묘미가 줄어든다. 이런 직접적인 경고나 예방문구는 ‘자나 깨나 불조심’처럼 무미건조하다. 건성 들어선 큰일 날 일인데도 우리들의 속성은 예방을 늘 뒤로 미루곤 한다. 사람 사는데 제일 중요한 것이 생명이다. 그리고 이 생명을 지켜주는 것이 바로 안전이다. 1995년에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6·25전쟁 이래 최대의 참사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그 어느 재난과 비교할 것 없이 우리의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프게 한 최악의 비극적 사고는 이번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라고 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출범한 안전행정부, 그리고 안전행정부 장관이 이끄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번 사고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결과는 참담했다. 재난에 대한 총괄·조정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으로서 위기관리 매뉴얼도 갖고 있었다. 그럼에도 현실은 동떨어져 있었다. 매뉴얼이 통하지 않는 근본적 안전불감증이 사회전반에 폭넓게 깔려 있었던 것이다. 세월호 침몰은 비운의 타이타닉호를 재현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타이타닉의 비극보다 더 참혹한 결과를 남겼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선진을 외치면서 후진의 구태를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치욕스런 우를 범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세계 최대 최신의 여객선인 타이타닉호가 침몰한 것은 1912년이다.  2200여명을 태우고 영국 사우스햄턴을 출항해 미국 뉴욕으로 항해하던 중 그 해 4월 14일 오후 11시 40분경 북대서양 뉴펀들랜드 남서쪽 바다에서 빙산에 충돌한 뒤 15일 새벽에 끝내 침몰했다. 이 사고로 승선자 2223명 중 31.8%인 706명이 구조되고 1517명이 사망했다. 여자승객의 74%, 어린이의 52%가 살아남은데 반해 남자승객은 20%만이 구조됐다. 1등석 승객 중에선 어린이 전원과 144명의 여성 중 139명이 살았고 남성은 70%가 목숨을 잃었다. 어린이와 여성들을 우선적으로 구명보트에 태워 구조했기 때문이다. 미국 최고의 부자라고 불리던 존 제이콥 아스톨은 아내를 데리고 와서 보트에 태운 뒤 자신은 동승을 거부하고 배에 남아 있다가 목숨을 잃었다. 또 다른 거부 벤자민 구겐하임도 자신에게 돌아온 보트의 자리를 여성에게 양보하고 죽었다. 그는 그 여성에게 ‘내 아내에게 내가 정정당당하게 행동했다고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월래스 하트레이가 지휘하던 8명의 악단은 끝까지 갑판에 남아 계속 연주를 하다 전원 사망했다. 이런 얘기들은 영화로도 제작돼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 그로부터 102년 한 세기가 넘었다.   공황상태에 빠진 승객들이 그래도 서로를 부추기며  배가 수직으로 기울어 침몰할 때까지 최선을 다했던 그 때의 타이타닉호와 지금의 세월호를 비교하자니 억장이 무너질 듯하다. 그 때 타이타닉호의 침몰 참사를 기억하는 한 어머니가 이번 딸의 세월호 탑승을 만류했었다는 얘기가 전해지면서 사람들의 가슴을 시리게 하고 있기도 하다. 한세기 전의 타이타닉호가 지금의 세월호보다 안전에서는 훨씬 앞서 있다. 이번 세월호사고는 뻔히 눈을 뜨고 소중한 생명들이 생으로 수장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세상에 이런 참변이 어디 있는가. 사람들이 항상 소홀히 하지만 가장 잘 챙겨야 할 ‘안전’이란 이슈의 가치를 이제서야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인가. 안전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리고 안전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해 이제 이 나라도 명실상부한 안전선진국에 들어서야 한다. 정부가 안전을 외치는 것은 안전한 나라가 선진국이기 때문이라서 라기 보다 국민들을 위한 안전울타리를 치는 것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잘 알기 때문이다. 재난은 매년 계속되고 있고 사고로 사람이 죽는 일도 별로 줄어 들지 않고 있다. 하고자 하면 재난을 막을 수도 있고 줄일 수도 있는데 결과가 비슷한 걸 보면 그동안 역시 소 잃고 외양간이나 탓하는 구태를 그대로 지니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다 이번 세월호 침몰로 안전에 치명타를 맞았다. 지금 우리의 안전비상구가 닫혀 있는 것은 아닐까. 이번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과 유족들에게 세계에서 애도와 위로를 보내고 있다. 사고 현장을 지켜보며 국민 모두가 안타까이 기적을 기원하고 있는 모습에서 우리는 새삼 안전의 중요성을 실감한다. 왜 우리는 우리의 안전에 대해 이토록 무심했던 것일까. 말로만 하는 안전행정은 이제 닫혀버린 안전비상구를 열어야 한다. myungw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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