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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오피니언 기고승인 2014.07.25 14:18 | 수정 2014.07.25 14:18
국가안전처 신설 환영한다
우리는 그동안 모르고 있었다. 우리 생명을 나라에 맡겨 놓고 태평성대인양 태연자약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허상이었다. 대한민국의 안전은 사상누각처럼 외양만 멀쩡할 뿐 총체적 부실투성이었다. 안전이 우리를 농락한 것인지 우리가 안전을 농락한 것인지는 이제부터 따져 봐야 할 상황이다. 우리는 지난날 연발하는 대재난으로 큰 고통을 겪었지만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는 일찍이 유래없는 참으로 우리를 슬프게 한 참극이었다. 그리고 이 세월호 비극으로 우리는 안전이 얼마나 우리에게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는 계기를 맞았다. 다른 나라에선 이런 사고가 났을 때 모든 사람들을 다 안전하게 내보내고 마지막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나오거나 배와 함께 장렬히 산화하는 선장의 얘기를 남기곤 한다. 그런데 이번 세월호 사고는 우리를 부끄럽고 원통하게 하고 또 분하게 만들었다. 안전은 그 어느 곳에도 없는 듯 했다. 파면 팔수록 비리만이 포도송이처럼 뭉쳐 나왔다. 사람들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것이 너무 창피해 차라리 얼굴을 가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책임의 윤곽이 드러날수록 이는 돌발사고 차원을 넘어 국기와 직결된 사태로 확대되고 있다. 굳이 정치얘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펼쳐질 ‘해운 비리 전반과의 전쟁’은 국민의 안전과도 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세월호 침몰사고는 예약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그 일가의 불법축재 비리 의혹과 함께 선사 안전관리 지도업무를 맡아온 한국해운조합, 선박검사 인증기관인 한국선급에 대한 집중 수사가 펼쳐지고 있다. 얼핏 보기만 해도 문제투성이의 일들이 수십년 지속돼 온 것이다. 그러고 보니 안전 독버섯이 성장하는 토양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얘기다. 침몰사고 자체에 대한 원인조사와 문제를 넘어 그 비리의 정·관계 비호세력까지 발본색원하지 않으면 우리의 안전은 오늘이나 내일이나 그 모양 그 모습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국가 재난·구조시스템 전반의 재점검에 나서고 있다. 의욕적으로 출범한 국가재난안전시스템은 이번 사태에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경험이 부족했고 시스템 자체에도 허점이 있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 전반에 만연해 있는 고질적 안전불감과 안전무력증이 안전시스템의 기동을 무력하게 만든 것이었다. 안전을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그 무엇보다 안전이 가장 소중하다면서도 실제로는 안전을 가장 하찮은 가치로 방치하고 있었다. 공직자들은 안전 때문에 크게 손해 볼 일이 없었다. 안전 때문에 징계를 받는다 해도 솜방방이 처벌이 있을 뿐이었다. 안전에 돈을 쓸 일도 없었다. 안전은 늘 사각지대요 그늘에 있으니 안전 때문에 큰 탈날 일도 없는 것이었다. 사고가 나면 적당히 책임을 떠넘기면 그만이었다. 대신 안전에는 만전을 기하겠다며 가끔씩 큰소리만 쳐주면 그것으로 생색 때움하는 셈이었다. 그러다 마침내 국민의 공분을 사고 세계에 나라망신을 하는 대참사를 부르고 만 것이다.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들은 이제 그 책임의 비중이 얼마나 큰가 하는 것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 어떤 사고, 어떤 재난을 만날지 모른다. 우리 주변은 온통 위험투성이다. 그런데도 적어도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우리가 지난 시절 안전이란 것에 그토록 무괌심했을 뿐 아니라 아주 무지몽매한 지경에 처해 있었다는 사실은 지금에 와 부끄럽기 그지 없다. 우리는 그 숱한 대참사를 겪으면서도 어떻게 지난 아픔을 그리 쉽게 잊고마는지 그 알량한 속성을 이해하기 어렵다. 부산은 이미 대형화재로 유명해진 곳이지만 대구도 큰 사고라면 부산에 뒤지지 않을 듯하다. 지난 1995년 4월 대구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 대참사를 겪은 사람들은 “그때 전쟁이 터진 게 아닌가 어리둥절했었다”고 술회했다. 그리고 2003년 2월 18일 오전 9시경 대구광역시 중앙로역 구내에서 불이 나면서 12량의 지하철 객차가 전소되고 불과 53분만에 192명이 죽고 148명이 부상했다. 대형참사였다. 우리를 망연자실하게 만든 1990년대의 대재난만 해도 1992년 신행주대교의 붕괴를 신호로 청주 우암상가 붕괴, 구포 무궁화 열차 전복,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 서해 훼리호 침몰, 서울 통신구 화재,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충주호 유람선 화재, 서울 아현동 도시가스 폭발, 그리고 대구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사고라는 미증유의 참사들로 대재앙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냈다. 이쯤 되니 이 나라에 안전문화를 들먹일 여유조차 발들일 틈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더욱 묘한 것은 이런 대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문제 해결을 위해 긴급처방을 내리는 정부의 순발력만은 아주 뛰어났다는 사실이다. 신행주대교가 무너지자 전국 3300개 교량의 일제점검을 실시했고 구포열차 때는 정부 차원의 일원화된 위기관리체계를 구축한다고 했다. 독립기념관 화재가 발생하자 종합건설업 면허제를 도입하고 성수대교 붕괴 때는 국무총리가 의장인 중앙안전점검통제회의를 구성했다. 아현동 가스폭발사고가 터지니 가스기지 특별 점검령이 내려졌다. 그러나 그로부터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 이제 안전에 대한 정부의 공치사는 더 이상 국민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지금 구멍 뚫린 국가 재난안전망에 국민들이 불안에 떨며 전전긍긍하고 있다면 주저없이 정부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려면 안전시스템의 재정투자 등 일대 전환이 절대 필요하다. 정부는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부처명까지 변경하며 국민안전에 매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안행부의 인력 구성은 안전부문에 10% 정도에 불과하고 예산 역시 그 정도였다. 이는 조직과 예산이 사업성과와 직결됨을 볼 때 너무나도 부족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제 안전시스템을 개혁해 사용자의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육·해·공 운반수단 뿐아니라 대형 이용시설 사업주 및 근로자들이 그들 현장에서 위험요소를 발견하고 개선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도적으로 구축해 안전불감증을 추방해야 한다. 국민안전은 정부 책임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가안전처 신설을 발표했다. 만시지탄이지만 크게 환영하는 바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도우미 안전신문이 오늘로 창간 25주년을 맞았다. 지난 4반세기를 지켜 오면서 안전신문은 오직 국민의 소리를 대변하는 안전메신저의 역할에 신명을 바쳐 왔다. 안전신문은 앞으로도 신설되는 국가안전처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며 국민의 눈으로 과감한 전문인력 보강과 재정투자 등 안전시스템의 혁명적 개혁을 쉼없이 지켜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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