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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오피니언 기고승인 2014.07.25 14:21 | 수정 2014.07.25 14:21
‘설마’를 잡아라
다들 잊고 잊겠지만 지난 1977년 11월 25일자 일간지 톱에 “대형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하는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안전당부 기사가 실렸다. 그때 박 대통령은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는데 이제까지 사고가 안났으니 괜찮겠지 하는 관념이야말로 위험천만한 것”이라며 우리 국민들의 안전불감증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또 박정희 대통령은 “예기찮은 큰 사고들의 원인은 첫째 안전을 취급·감독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조차 평시 안전에 대한 관심이 희박한데 있다”면서 “모든 규정은 있으나 이를 지키지 않는데 사고의 원인이 있으니 감독기관이나 책임자가 비상한 관심을 갖고 감독·지도를 철저히 하라”고 당부했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어느덧 30여년이 더 지난 지금에도 같은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모든 대형사고의 원인이 안전불감증과 여전히 충실치 못한 관리·감독 부족 탓인 것이다. 그리고 그 ‘설마’를 잡지 못해 한스런 비극을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 일이지만 1971년 12월 25일 발생한 서울 대연각호텔 화재는 세월호 참사처럼 우리들을 비통하고 허탈케 만든 대형사고였다. 165명의 사망자를 낸 이 화재는 눈으로 뻔히 쳐다보면서도 구조를 하지 못해 소사 ·질식·추락사하는 모습을 그대로 지켜봐야 했다. 배나 비행기는 물론이고 사람이 많이 집중되는 다중이용시설에서의 사고는 대형참사를 부른다. 그래서 그 대비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 화재시의 대형참사는 대피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 피해가 더 크다. 대형사고 잠재원인 등 소방안전사각지대를 제거하는데 그야말로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 5월 26일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터미널에서 순식간에 8명의 사망자와 70여명의 부상자를 낸 불의의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그리고 불과 이틀 뒤 전남 장성군 삼계면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에서 불이 나 입원환자 20명과 간호조무사 1명 등 21명이 숨지고 다수가 부상했다. 이 요양병원 참사는 4년전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노인요양원 화재와 마치 복사판처럼 닮아 있다. 당시 27명의 사상자(사망 10명, 부상 17명)를 낸 포항 노인요양원 사고 이후 소방당국은 취약자 생활시설에 대한 소방설비 강화 및 소방기준 확대 적용을 발표했었다. 그럼에도 4년 뒤 비참한 결과가 되풀이됐을 뿐이다, 고양종합터미널 사고 뿐아니라 다른 것들도 그렇지만 이런 사고 원인에는 정말 황당한 이유가 있다. 경찰과 소방서의 조사에 따르면 이곳의 방화구획 변경공사를 하면서 인부들이 천장에 있는 불연성 자재와 제연설비를 모두 철거하는 바람에 유독성 가스가 대량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 어이없는 것은 사고 당일 인부들이 용접작업의 편의를 위해 방화셔터와 스프링클러 밸브를 잠궜다는 것이다. 스프링클러는 화재발생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그런데 작업자들은 그 반대로 용접 불꽃연기 때문에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물이 쏟아질까봐 일부러 밸브를 잠궈 작동을 막았다고 한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는가. 사고 당일 가스공사 인부들은 지하 1층에서 안전관리요원도 없이 작업을 했다. 그러니 소화기와 불티방지막을 비치하지 않은 채 가스가 누출된 상태에서 배관연결 용접 작업을 한 것도 이들의 의식세계에서는 당연한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들은 늘 이래왔을 것이다. 이들 뿐아니라 우리 주변엔 이같이 안전의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즐비하다. 언제 어디서 또 불이 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주변 환경도 마찬가지다. 이번 고양의 경우 천장 슬래브가 가연성이 높은 우레탄 폼으로 시공돼 있어 불이 대량의 유독가스를 동반하며 뚫린 공간을 통해 순식간에 천장에서 위층으로 확산됐다. 안전관리를 잘했으면 화재를 막을 수 있고 화재가 발생했더라도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주위를 돌아보면 온통 위험투성이다. 그러나 이 위험을 사전에 털어내는 것이 안전이다. 위험은 재난을 부르고 안전은 안전을 부른다. 안전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돈으로 반드시 안전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투자한 만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안전에 투자한 돈은 어떻게 써야 할 것인가. 당연히 안전을 위해 써야 한다. 대형재난을 부르는 ‘설마’를 잡는데,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퇴치하고 안전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우선적으로 돈을 써야 한다. 설마 또 안전예산을 낭비할 것인가. 설마 또 ‘안전’을 잊고 말 것인가. myungw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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