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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오피니언 기고승인 2014.07.25 14:22 | 수정 2014.07.25 14:22
선진국으로 진로를 돌려라
2008년 2월 25일 시화연풍(時和年豊)의 풍악이 밤늦게까지 울려 퍼졌다. 시화연풍은 ‘나라가 태평하고 풍년이 든다’는 뜻으로 건국 60주년에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이 새 시대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선정한 것이다. 그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한국인의 이상향을 그렸다. 편안한 나라, 전진하는 경제, 화합하는 노사, 통합된 사회, 작은 정부와 큰 시장, 신바람 나는 기업, 전화위복의 농어민, 당당한 여성, 정상화된 공교육, 안정된 주택가격, 만개하는 문화, 행복해지는 북한 주민, 민생고를 덜어주는 실용정치를 언급했다. 그리고 그는 “새로운 60년을 시작하는 첫해인 2008년을 대한민국 선진화의 원년(元年)으로 선포한다”고 했다. 그러나 선진이란 경제만 잘 된다고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의 모든 분야가 선진을 향해 성숙하는 것이 선진이다. 제도와 의식과 관행이 선진화해야 하며 특히 안전이 그 우선에 있어야 한다. 돌이켜 보면 이 선진원년은 그로부터 한발도 제대로 나가지 못한 것 같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때를 놓치면 그 뒤에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우리의 역대 대통령들은 출발 때마다 희망찬 취임사를 내놨다. 김영삼 대통령은 자신의 신한국은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라고 했다. 그러나 정의의 강물은 아들과 가신 그룹에 막혔고 외환위기를 겪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국민의 정부’를 선언했다. 그러나 지역갈등이 더 심해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참여정부’를 선언했다. 하지만 그들 지지자들의 코드 정부였다. 박근혜 정부는 안전을 제대로 짚고 ‘행복한 국민, 안전한 나라’를 내세우며 순조로운 출발을 하는 듯 했으나 뜻밖의 세월호 참사가 발목을 잡았다. 오랜 적폐로 인해 곪을 대로 곪은 내면의 환부가 마침내 터져 나온 것이다. 세월호 비극 이후 국민들의 생각도 많이 달라졌다. 이번에도 선진국 초석을 쌓지 못하면 기회를 놓치고 만다. 선진국으로 가는 열차는 승객을 마냥 기다려 주지 않는다. 체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한때 선진국 문턱까지 갔던 나라들이 한번 열차를 놓친 다음엔 중간에도 머물지 못했다. 그냥 나락으로 추락했다. 우리가 이제 과거의 타성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선진국 문 앞에서 추락한 여느 국가들처럼 결승선 앞에서 무너지고 말 것이다. 선진국 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무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니 하는 것처럼 정부가 밀어붙인다고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선진국은 국민과 나라가 안전하게 잘 사는 나라다. 그러기 위해 사회에 법과 질서가 살아 있는 나라다. 지금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실천해야 할 덕목은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자유보다는 책임, 권리보다는 의무, 나보다는 남, 주장보다는 배려, 그리고 예의·품격을 생활화하는 것이다. 선진국 진입에 실패한 중진국들은 이 문턱에 걸려 넘어졌다. 잘 나간다고 착각했던 우리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참으로 안전한 나라 선진화의 길로 들어설지, 아니면 여기서 낙오하고 말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대통령은 어렵고 고통스럽더라도 우리가 더 빨리 변화해야 한다며 자율과 창의(創意), 그리고 안전의 실천을 주창했다. 그러나 세월호 참극 이후 우리에게 제시된 국민과제는 국가안전시스템의 과감한 개혁이다. 우리가 이같이 현재의 참담한 질곡에 빠져 있는 것은 갈등과 대립으로만 치닫는 정치풍토 속에 정작 달라져야 할 것들을 하나도 구현해 내지 못한 탓이다. 대통령도 이제 운(運)이나 국민의 선의에 기대겠다는 생각은 아예 접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럴수록 대통령은 더욱 더 국민의 동참을 촉구해야 한다. 대통령이 아무리 의욕에 넘쳐도 혼자서는 선진 일류 국가를 만들 수 없다. 국민도 기꺼이 그 짐을 나눠져야 마땅하다. 그래야 우리가 안전한 나라에서 사는 국민이 될 수 있다. 선진국에서 살고 싶으면 우리가 먼저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국민을 섬기도록 요구하기 전에 안전한 나라를 만들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실어 주는 것이 지금 우리의 올바른 해법이다. 안전이 더는 애매한 미사여구로 인구에 회자되는 일이 없어야겠다. myungw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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