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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오피니언 기고승인 2014.08.28 15:20 | 수정 2014.08.28 15:20
안전과 망각의 속도
아이들에게 미안해서, 유가족들의 슬픔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모두가 슬픔과 분노에 젖어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그로부터 100일 남짓한데 “모두가 우리 책임”이라던 정치권도 국민들도 모두 망각의 늪 속으로 빠져드는 듯하다. 아직도 차디찬 바닷물 속에 떠돌고 있는 아이들의 울부짖음이 들리는데 그들을 다독여줄 사람들은 어느덧 망각의 곡선을 그리고 있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은 인간의 망각을 대변하는 것이다. 인간은 망각의 능력이 있다. 아니면 자연현상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슬픔도 아픔도 서서히 잊혀진다. 그래서 깊은 아픔을 지닌 이에게는 세월이 약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잊어서는 안될 것이 있다. 예컨대 이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잊을 수 있단 말인가. 망각이란 사람들이 오랜기간 기억 속에 저장하고 있던 정보를 잃어버리는 현상으로 기억의 반대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기억이 우리의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듯이 망각 또한 지속적이고 보편적으로 일어난다. 망각은 ‘세월이 약’인 경우처럼 때로 이점도 있지만 대부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 빈도와 증상이 점차 심해지며 기억, 학습, 새로운 정보의 저장 등에 문제가 생긴다. 망각의 뚜렷한 원인은 아직 밝혀진 바 없지만 다양한 요인들이 망각의 과정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인간의 기억과 망각에 대해 최초로 엄격한 실험적 연구를 한 사람이 독일의 심리학자이자 실험심리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헤르만 에빙하우스(Herman Ebbinghaus· 1850~1909년)다. 그는 여러 해에 걸친 연구로 기억 흔적이 어떤 조건에서 획득되고, 그것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망각을 일으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문제들을 제기했다. 그가 살던 당시엔 적당한 피험자를 구하는 일이 어려워 에빙하우스 스스로가 자신을 피험자로 삼아 연구를 수행했다. 에빙하우스에 의하면 의미있는 것이 더 잘 기억되지만 결국 어떤 기억이든 시간이 경과하면 망각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망각의 속도다. 에빙하우스의 이론 중에 흥미 있는 현상의 하나는 과잉학습의 효과다. 어떤 목록을 정확하게 학습한 후에 반복해서 학습을 지속하면 그 추가적인 학습이 기억 흔적의 지속성을 더욱 증가시킴으로써 망각이 더디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같은 에빙하우스의 기억과 망각에 대한 연구는 효율적인 학습법을 개발하는데 크게 공헌했다. 그 후에도 망각에 대해서는 여러 학자들의 심도깊은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망각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도 연구대상이다. 그러고 보면 기억의 능력을 확장시켜 망각의 속도를 늦추는 방법이 없지 않다. 우리가 세월호의 참사를 결코 잊어서는 안될 이유가 무엇인가. 한국인의 망각속도는 빠르기로 정평이 나있다. 한국인의 망각은 빛의 속도로 진행된다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다. 지난날로 돌아가 보자. 이제는 이미 잊고 있고 있는 그 인재(人災)의 참담한 역사를 이 시점의 반면교사로 내세워 보려는 것이다.   지난 1995년 4월 대구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 대참사를 겪은 사람들은 “지금 전쟁이 터진 것이 아닌지 어리둥절했었다”고 말했다. 우리를 망연자실하게 만든 1990년대의 대참사만 해도 1992년 신행주대교의 붕괴를 신호로 우암상가아파트 붕괴, 구포 무궁화 열차 전복,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 서해 훼리호 침몰, 서울 통신구 화재, 성수대교 붕괴, 충주호 유람선 화재, 서울 아현동 도시가스 폭발, 그리고 대구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사고에 이어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라는 미증유의 참사들로 대재앙 연결고리를 만들어냈다. 이쯤 되고 보니 사람들이 모두 흡사 지뢰밭에 올라있는 것 같아 아예 안전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여지조차 없었을 것이다. 어떻게 이같은 연속사고가 발생할 수 있을까. 그것도 엄청난 대형사고가. 따져 보면 그 망각의 효과 때문이었을 듯싶다. 어제의 사고를 기억한다면 오늘의 사고를 막는 방패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제를 잊어버리고 오늘 동종의 사고를 재현하는 그런 지난날도 우리는 지금 다 잊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세월호 참사도 망각 중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치권을 바라보면 정말 한심한 모습이다. 그들의 기억 속에 세월호가 없거나 안전이 없거나 둘 중 하나다. 망각의 속도가 빠르거나 안전이 몸에 배지 않은 리더는 오히려 국민을 해칠 수 있다. 벌써 안전을 잊었는가. myungw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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