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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오피니언 기고승인 2014.10.22 15:48 | 수정 2014.10.22 15:48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1958년에 제작된 프랑스 영화 ‘사형대의 엘리베이터’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영화의 올드팬들은 안다. 28세의 젊은 감독 루이 말이 연출하고 당시의 명배우 잔느 모로와 모리스 로네가 주연한 범죄 스릴러 영화다. 이 영화는 제작 당시 인구에 회자되던 누벨바그(Nouvelle Vague) 영화의 문을 연 것이라 해서 주목을 받았다. 누벨바그는 ‘새로운 물결(New Wave)’이란 뜻으로 1950년대 후반에 시작돼 1962년 절정에 이른 프랑스의 영화 운동을 일컫는다. 주제와 기술상의 혁신을 추구했던 이 경향은 무너져 가는 프랑스 영화산업에 대한 반동으로 형성됐다. 그런데 영화 ‘사형대의 엘리베이터’는 주제가 특별해서 많은 관객을 불러들였다. 거의 완성됐다 싶던 완전범죄가 아무 것도 아닌 한가지 엘리베이터 사고 때문에 불발로 끝나고 주인공이 사형대의 이슬로 사라진다는 줄거리다. 빈틈없이 꾸며진 살인의 완전범죄는 엘리베이터가 정전으로 멈춰서는 바람에 그 안에 갇혀 어렵게 일군 알리바이가 무너진다. 그 결과는 죽음이다. 엘리베이터의 정전사고는 매우 단순하지만 그 때문에 일어난 감금의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고 심각하다. 이 영화가 제작된 지 반세기가 훨씬 넘었다. 그런데 그때 보여줬던 엘리베이터의 정전으로 인한 감금사고가 지금도 달라진 것이 없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컬하다. 지난 5월과 6월 사이 서울 강북구와 광진구에 위치한 대형병원에서 침대용 승강기가 1시간이 넘도록 멈춰서 각각 4명과 9명이 갇히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병원의 경우 환자가 타고 있었다면 자칫 큰 위험이 될 수도 있었던 사고였다. 예컨대 지난 케이스지만 경북 안동의 한 아파트에서 승강기 고장으로 어린이 3명을 포함해 주민 6명이 갇히는 사고가 발생했었다. 사고를 당한 주민들은 아파트 9층에 멈춰선 승강기에서 공포에 떨다가 출동한 소방관과 엘리베이터 관리업체 직원 등에 의해 20분만에 구조됐다. 기록적으로는 2011년 9월 15일 우리나라 역사상 최대의 대정전 사태가 발생하는 바람에 곳곳에서 승강기가 멈춰서 전국적으로 2095명의 피해 인원을 발생시킨 사례가 있다. 엘리베이터의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자 정부는 승강기시설 안전관리법 승강기 검사기준 전부를 개정·고시하고 승강기 비상벨 자동연계시스템 설치를 의무화했다. 이 비상통화장치는 승강기 내 위급상황 발생시 내부통화가 안될 경우 지정한 외부장소로 자동 연결돼 갇힌 승객이 신속하게 구조될 수 있도록 하는 양방향 음성통화장치다. 만약 승강기가 검사기준에 불합격 처리될 경우 엘리베이터를 운행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승강기사고가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어찌됐건 승강기사고는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최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정용기 의원이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5년여간 1만6160건의 승강기 갇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는 연평균 3000건 수준으로 매일같이 8건 이상 승강기에 사람이 갇히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2009년 794건이었던 갇힘사고는 2010년 3460건으로 급증한 뒤 매년 수천건이 발생하고 있다. 15~30분간 갇히는 사고가 7092건으로 전체의 43.8%로 가장 많았고 30분 이상 구조되지 못한 경우도 2163건으로 13.4%나 된다. 승객이 1시간 이상 갇혀 있던 것도 270건이다. 사고를 분석해 보니 부품 이상, 조정불량, 노후 등 관리 소홀로 인한 갇힘사고가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데 나머지 중에는 원인조차 규명하지 못한 것도 상당수라는 것이다. 엘리베이터 운영에 확실히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과 비정상적인 사용으로 인한 갇힘사고는 소수에 불과하다. 승강기는 우리 생활의 일부다. 2003년 이전에 설치된 승강기가 20만7000대인데 여기에 최근 10년간 새로이 설치된 승강기만도 25만대에 이른다. 승강기가 빠른 속도로 가파르게 증가한 만큼 사고도 따를 수밖에 없겠지만 그럴수록 관리에 더욱 철저를 기해야 할 것이다. 승강기는 우리 생활에 매우 밀접한 이동 수단이다. 그만큼 친근하기도 하다. 승강기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이것도 자칫 관리에 소홀하면 언제든지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흉기로도 바뀔 수 있다. 영화처럼 사형대의 엘리베이터가 되는 경우도 생각해봐야 한다. 안전행정부에서는 “지방자치단체와 승강기 관련단체 등이 적극적으로 협력해 빈틈없는 사고예방활동을 전개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당부만 하지 말고 국민이 보다 안전할 수 있도록 제대로 홍보 좀 해야겠다. myungw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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