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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오피니언 기고승인 2014.10.22 15:50 | 수정 2014.10.22 15:50
감정노동자와 안전
감성(感性)은 자극이나 자극의 변화를 느끼는 성질을 말한다. 감정(感情) 역시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해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을 뜻한다. 이 감성이나 감정은 사람의 안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배가 평형성을 잃으면 전복하듯이 사람도 감정의 조절이 잘못되면 위험을 부르게 된다. 상대적으로 이 감성을 살려 감성안전을 시도할 경우 사고예방에 큰 효과를 낸다. 그러나 이른바 감정노동자들에게는 이 감정이란 것이 안전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런데 요즘 치열한 서비스 경쟁에 내몰린 감정노동자들이 고객의 폭언과 욕설 등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인권 사각지대에 내몰리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중이다. 감정노동(Emotional Labor)은 직장인이 사람을 대하는 일을 수행할 때에 조직에서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감정을 자신의 감정과는 무관하게 행하는 노동을 의미한다. 판매, 유통, 음식, 관광, 간호 등 대인서비스노동이 이 범주에 속한다. 감정노동은 실제로 느끼는 감정과 다른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따라서 감정노동으로 생긴 감정적 부조화는 감정노동을 행하는 조직 구성원을 힘들게 만들고 이로 인해 발생한 문제가 적절하게 다뤄지지 않는 경우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좌절이나 분노, 적대감, 감정적 소진 현상을 보이게 되며 심한 경우엔 이 때문에 정신질환을 앓게 되거나 자살까지 이를 수도 있다. 감성노동이 안전이슈로 떠오르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접객업소에 흔히 붙여져 있는 것이 ‘손님은 왕’이란 문구다. 하지만 손님을 왕처럼 모시려면 자기감정을 죽여야 한다. 그러다 조금이라도 좋지 않은 기색을 보이면 고객불만사항으로 접수되면서 자칫 인사상 불이익을 받거나 해고될 위기에 이를 수도 있다. 할 수 없이 감정노동자들은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고 억누를 수밖에 없기에 웃음 뒤에는 항상 짙은 슬픔이 깔리게 마련이다. 지난해 노동관련 민간단체와 노동환경연구소에서 실시한 감정노동종사자 건강실태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30.6%가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고 4%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감정노동자는 그 정도가 더 심해 거의 50%가 ‘우울증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하고 있다. 실제로 수많은 고객을 대하다 보면 그 중엔 공연히 트집을 잡거나 폭언과 욕설을 내뱉는 수도 있다. 그렇다고 맞서 싸울 수 없는 입장이고 보면 마음의 상처를 스스로 달래려 노력해야 한다. 사실 일반인들에게는 이 감정노동자란 용어 자체가 생소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감정노동자들이 궁지에 몰려도 현행 법령에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법이 없는데 권익보호를 기대한다는 것은 당연히 무리일 수밖에 없다. 사업주들이 피해 노동자보다 고객 입장을 더 배려하는 것은 사업 이익상 그럴 수 있다 쳐도 불합리한 조치를 강요하다 못해 강력한 감정노동을 수행토록 일부 위장고객이나 가짜 환자까지 동원시켜 노동자를 감시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감정노동자들이 우울증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 정신과적인 문제에 봉착하는 이유가 이렇듯 뻔한 것이다. 얼마 전 비행기 1등석 승객이 항공 승무원을 부당하게 처우해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경우가 있었다. 승무원의 접객업무를 하인의 시중 수준으로 낮게 인식하게 된 사회적 배경에 눈을 돌려볼 필요가 있다. 서비스업에 대한 일반적 의식의 개선이 필요한 지금이다. 부당한 요구를 거부할 권리를 보장하는 법·제도에 앞서 이를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돼야 한다. 감정노동자를 위한 사회적인 프로그램도 고려할 때다. 고객이 왕이 되려면 서비스를 받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베풀 줄도 알아야 한다. ‘비행기 라면사건’처럼 감정노동자를 학대하는 것이 왕의 권리인가. 최근 집계에 따르면 국내 취업자 2500만 명 중 약 550만명이 감정노동에 종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도 방패막이가 있어야 한다. 그 숫자만으로도 이들의 안전에 주목할 이유가 생긴다. 요즘 지자체와 대기업들이 감정노동자를 배려하는 기업문화를 만드는데 앞장서는 모습이다. 예컨대 여성 종사자들이 많은 애경에서는 녹색소비자연대를 비롯해서 한국야쿠르트, LG전자 등 기업 관계자들과 함께 ‘여성감정노동자를 배려하는 기업문화 만들기’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여성 감정노동자의 고충과 해결점을 파악하기 위한 심층면접과 간담회는 물론 감정노동 종사자의 행동강령 발굴 및 캠페인 진행 등 여성 감정노동자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겠다는 것이다. 감정노동자의 감정을 보살피고 근로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어느 누구든 감정을 원만히 다스리지 못하면 안전한 나라가 될 수 없다. myungw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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