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가 정규 시즌 20주차 경기를 마지막으로 영웅 로테이션 시스템을 오버워치 리그에서 폐지했다. 처음 시스템을 적용했던 5주차 경기 이후 3개월 만이다.

블리자드는 리그 적용에 앞서, 오버워치 경쟁전 그랜드마스터, 마스터 구간에 한정 적용했던 영웅 로테이션을 삭제했다. 발 빠른 밸런스 업데이트와 체험모드로 자체적인 메타 변화가 가능해지자, 내린 결정이다. 올해 초 오버워치 개발팀은 파격적인 밸런스 패치를 주기적으로 시도하며, 메타 변화를 이끌어가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동안 영웅 로테이션을 바라보는 시선은 극명하게 나뉘었다. 메타 고착화를 근본적으로 막았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부족한 영웅 풀을 보충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의견도 함께 했다.

오버워치 리그 21주차 일정은 승패에 따라 참가팀에게 중요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경기였다. 7월 4일부터 시작하는 섬머 쇼다운 아시아 지역 토너먼트 시드팀이 결정되는 마지막 주차로, 각 팀이 어떤 시드에 배치되느냐에 따라 총 상금 27만 5천 달러(약 3억 3천만원)의 행방이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관전 포인트는 영웅 로테이션 삭제를 감안한 조합의 구성이었다. 20주차 영웅 밴으로 이탈했던 에코, 솜브라, 디바, 브리기테가 다시 합류하면서, 모든 영웅이 승패의 변수로 떠올랐다. 그중 브리기테의 활약은 에코와 더불어, 경기의 조커카드로 경기 전부터 유저들의 시선을 모았다.

1일차 1세트 청두 헌터즈와 광저우 차지는 오리사-시그마, 바티스트-브리기테 중심 조합에 공격군을 엮는 형태로 경기를 풀어갔다. 공격군은 다이너마이트로 포킹메타 최고의 영웅으로 평가받는 애쉬부터 토르비욘, 트레이서, 위도우메이커 등이 등장했다.

전장이 바뀔 때마다, 각 팀의 유연한 조합이 돋보였다. 역할 고정 아래, 방벽과 포킹, 돌진 조합을 자유롭게 오가며 상대의 약점을 공략했다. 에코와 위도우메이커, 메이를 기용하며 공격군 중심으로 효율적인 전략을 구사했다.

공격군과 달리, 돌격과 지원군 조합은 몇몇 OP 영웅으로 제한됐다. 전장이 달라지더라도 애쉬-오리사, 시그마-브리기테, 트레이서-브리기테 등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기반은 변하지 않았다. 때때로 윈스턴-디바-겐지-솜브라 중심의 돌진 조합이 등장하기도 했으나, 대다수 조합 구성의 기반은 오리사-시그마와 바티스트-브리기테로 이뤄졌다.

이처럼 향후 오버워치 리그 메타 변화 방식은 영웅 로테이션 도입 전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OP 조합으로 꼽히는 돌진과 고츠, 방벽 조합을 상대하려면 상대와 동일한 전략으로 실수를 줄여나가야 한다. 기존 메타를 뒤집을만한 밸런스 조정 패치가 없는 이상, 변화를 시도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메타의 정체 기간은 과거보다 짧을 전망이다. 오버워치는 체험 모드 도입 이후, 주기적으로 영웅 밸런스에 실험적인 시도를 감행하고 있다.

특히, 24일 체험모드에 적용된 패치노트가 리그 클라이언트에 적용된다면 메타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가장 큰 변화는 브리기테의 수리팩 너프 소식이다. 너프 이후 수리팩은 더 이상 아군 최대 생명력 이상으로 아머를 지원하지 않는다. 이밖에도 방벽 방패의 재생률과 재생 쿨타임이 하향되면서, 조합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궁극기 게이지를 채우는데 활용됐던 애쉬의 다이너마이트 재사용 대기시간이 2초 증가했으며, 디바와 정크렛은 주요 기술에 큰 버프를 받았다. 돌진조합 핵심 구성원인 디바와 함께, 비주류 영웅으로 외면 받던 정크랫의 버프가 새로운 포킹 영웅 출현을 의미하는 변화일지 주목할 만하다.

영웅 로테이션 폐지는 매주 새로운 조합을 즐겼던 시청자 입장에서 아쉬울만한 소식이다. 밸런스 패치 주기와 내용이 과거보다 빠르고 과감해졌지만 OP 조합을 애용하는 프로 경기 특성상 메타 고착화는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문제다.

더 이상 영웅 로테이션이 변화를 주도하지 않는 만큼, 피드백 위주의 밸런스 조정과 발 빠른 업데이트 기조를 유지해야할 필요가 있다. 에코를 오버워치1 마지막 영웅으로 발표한 상황에서 메타의 다양성은 리그 생명력으로 이어진다.

2020 오버워치 리그가 어느덧 정규 시즌 후반으로 달려가는 가운데, 개발진이 짊어져야할 운영의 무게감은 어느 때보다도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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