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전: 회색의 잔영 대표 이미지 출처: 라인게임즈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 대표 이미지 출처: 라인게임즈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 곳곳에 과거의 감성이 녹아있다. 이러한 원작의 흔적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뀔 수 있다. 

창세기전은 90년대 국산 SRPG의 대표작이다. 방대한 세계관과 등장인물, 캐릭터 관계를 짜임새 있게 묘사해 소설 같은 매력으로 수많은 팬을 만들었다. 그중 흑태자, 칼스 브란트와 같은 인물들의 존재감은 출시 30년을 바라보는 지금도 회자될 정도다.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은 현세대 콘솔로 그 시대의 감성을 살리는데 집중했다. 세계관과 인물들은 언리얼엔진으로 생명력을 갖게 됐다. 한국어 풀더빙과 스토리 재배치, 밸런스 조정 등의 작업도 이뤄져 출시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 칼스 브란트 천지파열무는 멋지게 연출되지만, 다른 초필살기나 스킬을 사용할 때면 퀄리티가 아쉽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칼스 브란트 천지파열무는 멋지게 연출되지만, 다른 초필살기나 스킬을 사용할 때면 퀄리티가 아쉽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난도와 텍스트 속도, 전투 가속을 최대로 설정하면 플레이 템포를 상당히 빠르게 가져갈 수 있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난도와 텍스트 속도, 전투 가속을 최대로 설정하면 플레이 템포를 상당히 빠르게 가져갈 수 있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사운드와 세부적인 옵션은 업그레이드를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다. 리메이크 BGM은 스토리, 컷씬과 맞물려 인물의 감정과 비극적인 사건을 조명한다. 옵션 선택지는 난도부터 그래픽 퀄리티, 화면 전환 속도 등 기대 이상으로 세분화되어 있어 게임 템포를 취향껏 조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첫인상은 만족감보다 아쉬움이 크다. 그래픽 퀄리티는 체험판에 비해 확실히 개선됐으나 무난한 수준이다. 도트와 2D 일러스트로 그려졌던 인물들과 배경들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는데 의미를 둔다면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화면을 확대했을 때, 초필살기를 시전할 때 뭉개지는 그래픽이 눈에 밟힌다. 

▲ 수많은 캐릭터를 동시에 세팅하다보면, UI가 불편하게 느껴진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수많은 캐릭터를 동시에 세팅하다보면, UI가 불편하게 느껴진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전술 전투는 진영을 미리 설정할 수 있지만, 필드 위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캐릭터의 위치가 무작위로 설정된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전술 전투는 진영을 미리 설정할 수 있지만, 필드 위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캐릭터의 위치가 무작위로 설정된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전투와 시스템은 감성과 낡음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간다. 얼핏 보면 고전 SRPG의 시스템을 가져와 옛 추억의 여운을 표현한 듯 보이지만, 실제 플레이는 부족한 편의성으로 인해 상당한 피로감이 따라온다. 

캐릭터 육성 시 불필요한 움직임을 요구하는 인터페이스, 컷씬과 전투를 오갈 때 발생하는 잦은 로딩, 몬스터의 애매한 전방, 후방 구분, 전투 진입 시 무작위로 뒤섞이는 아군 진영 등은 경험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특히 원작과 고전 SRPG의 감성을 살리기 위한 특징들은 장점보다 번거롭게 느껴진다. 매 챕터의 필드는 이동 동선을 미로같이 꼰 경우가 대부분이다. 구석에는 지도로 표시되지 않는 보물상자가 숨겨져 있어, 필드의 모든 장소를 샅샅이 살펴봐야 한다. 

▲ 흥미로운 스토리를 빠르게 즐기고 싶은데...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흥미로운 스토리를 빠르게 즐기고 싶은데...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수많은 전투들이 장애물처럼 느껴진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수많은 전투들이 장애물처럼 느껴진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캐릭터 육성도 플레이 템포를 느리게 만든다. 창세기전은 챕터마다 사용 캐릭터들이 달라져 원작을 모르는 상태에서 다음 챕터를 효율적으로 공략하려면 여러 캐릭터를 동시에 육성해야 한다. 효율적인 성장을 위해 전투별, 캐릭터별 막타 관리를 일일이 조작하고 경험치를 분산시키는 과정은 상당한 시간과 인내심을 요구한다. 

게임 출시 전 개발사 래그스튜디오는 플레이 타임을 80시간 이상으로 예상했다. 창세기전2, 3를 아우르는 텍스트의 분량과 컷씬과 챕터, 캐릭터 육성 과정을 고려하면, 개발진의 예상이 과장되지 않았음을 체감할 수 있다. 

하지만 80시간 이상의 플레이 타임을 좋은 경험으로 가져갈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에 아쉬움이 남는다. 원작의 감성과 특징을 충실하게 반영했지만, 편의성을 중요시 생각하는 최신 SRPG 트렌드와는 결이 다른 게임이다. 

원작을 그대로 구현했다는 이야기는 완전한 장점이 될 수 없다. 최근 출시된 다양한 리메이크 게임들이 모범과 반면교사 사례가 되고 있는데,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은 DLC 출시를 논의하기 전에 추억과 감성 그리고 트렌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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