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교역 1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카페 스트레가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판교역 1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카페 스트레가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카운터사이드 테마 카페 ‘카페 스트레가’가 개점 1주년을 맞았습니다. 

카페 스트레가는 점장 라우라 베아트릭스를 중심으로 에블린 켈러, 유나 스프링필드, 잉그리드 요하나가 함께 운영 중인 마녀 카페입니다. 도시에 적응한 마녀들의 이야기는 외전 스토리 대마녀의 유산과 캐릭터들의 카운터케이스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죠. 

판교역 1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2호점은 지난해 11월 10일 첫 오픈 이후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일반 카페조차 살아남기 어려운 시장이지만 시즌별 메뉴와 다양한 굿즈로 차별화를 시도했고 긍정적인 평가와 성과를 함께 거두고 있습니다. 

개발사가 직접 운영하는 게임 테마 카페는 지난 1년을 어떻게 보냈을까요? 그리고 이들이 계획 중인 2024년은 어떤 모습일까요? 카페 스트레가를 이끌어 온 박서진 점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 점장님의 뜻에 따라, 인터뷰이 사진은 1호점 점장 라우라 베아트릭스로 교체합니다 출처: 스튜디오비사이드

Q: 인터뷰에 앞서 간단한 소개 부탁합니다

박서진: 안녕하세요. 생업으로 카운터사이드 덕질을 하고 있는 박서진입니다. 

Q: 카페 스트레가 오픈 이후 어느새 1년이 지났습니다, 소감이 궁금한데요

박서진: 살아남았습니다. 

Q: 점장님은 이전 매장부터 독특한 이력을 쌓으신 것으로 아는데, 어떤 곳을 다니셨나요?

박서진: 첫 직장은 대기업이었는데 이런저런 사정을 거치며 서브컬처 업계에 왔습니다. 게임사에 다니고 싶었는데, 회사라는 곳이 뽑아줘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잖아요. 그래도 팔자가 정해져있는지 결국 서브컬처 업계로 오게 되더라고요. 게임을 직접 만드는 일은 아니었지만 메이드 카페를 했었습니다. 

Q: 국내에서 상시로 운영하는 게임 콘셉트 카페가 거의 없다보니 오픈 준비부터 궁금한 점이 많습니다, 카페 스트레가로 합류한 계기가 있었나요?

박서진: 어느 날 메이드 카페 시절에 함께 일했던 동료에게 연락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게임 업계에서 일하시는 분인데, 류금태 대표님에게 연락처를 넘겨줘도 되냐고 제안했습니다. 저도 마침 일을 구하던 참이라 덥석 물었죠. 

사실 류금태 대표님이 어떤 분인지 몰라서 위키에서 사진을 검색해봤는데, 저희 가게에 오셨던 분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봤습니다. 이후 면접 같은 미팅을 거쳐서 지금까지 계속 협력하고 있습니다. 

▲ 게임 테마 카페임에도 다른 카페보다 저렴한 메뉴도 보입니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Q: 카페 스트레가는 팝업 스토어 형태의 카페와 운영 측면에서 어떤 점이 다른가요?

박서진: 가장 큰 차이점은 모실 수 있는 고객의 폭입니다. 상시로 운영되는 카페는 고객들이 여러 번 방문하실 수 있게 운영해야 합니다. 카페 스트레가는 메뉴의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유저들이 부담없이 카페를 여러 번 방문하실 수 있어야 하니까요. 

Q: 이어지는 질문일 것 같습니다, 지난해 대표님에게도 비슷한 질문을 드렸었는데 1년간 거대 프랜차이즈 매장 사이에서 입지를 지키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박서진: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되기 전, 카페 스트레가 자리는 공실 정도가 아니라 폐허에 가까웠습니다. 누군가 야반도주한 것처럼 이전 가게의 집기부터 폐기름이 가득 찬 튀김기까지 남아있었거든요. 다시 생각해보니까 말 그대로 폐허에서 시작하는 카페 스트레가였네요.  

가장 먼저 매장에 남아있는 집기를 처리했습니다. 많이 힘들었지만 그나마 튀김기는 팔아서 약간의 돈을 벌 수 있었죠. 그때부터 감이 좋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실 거대 프랜차이즈 매장이라도 직영점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일반 점주님들이 가게를 맡으세요. 그분들도 월세를 내셔야하고 직원들 임금을 줘야하는 만큼, 경쟁보다 서로 좋은 영향을 받으려 하고 있죠. 

가령 카페 스트레가 대기열이 길어지면 옆 카페에 가셔서 잠시 시간을 보내는 분도 계십니다.옆 식당에서 식사를 하신 다음에 디저트를 드시러 저희 가게에 오시는 손님도 있죠. 가끔씩 두 가게 직원들이 구경하러 오실 때도 있습니다. 

Q: 카페는 많은 사람들이 시도하지만 그만큼 장기간 운영하기 어려운 아이템이라고 생각합니다, 판교역 인근에서 1년간 위치를 지키신 비결이 궁금합니다

박서진: 아무래도 저렴한 가격 때문인 것 같아요. 프랜차이즈에 비해 판교역 인근 개인 카페 메뉴는 좀 더 비싼 것도 사실이거든요. 그래서 줄타기를 하듯이 가격 선정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어떻게든 비싼 부동산 맛을 내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거든요. 

그리고 카페 스트레가는 어디까지나 유저분들게 즐거움을 드리기 위한 장소입니다. 첫 번째 목표는 즐거움을 드리는 것, 그 다음이 수익인 셈이죠. 다행히 대표님께서 카페 스트레가로만 수익을 버시지는 않으니까요. 

▲ 메뉴는 시즌에 따라 주기적으로 교체됩니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Q: 메뉴가 주기적으로 교체되는데, 새로운 메뉴를 연구할 때 중요한 포인트는?

박서진: 메뉴의 맛을 다양하게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가령 초코, 과일 계열만 잔뜩 만들면 단맛의 비중이 너무 높아지겠죠? 여기에 시즌 캐릭터의 개성이 좀 더 드러나도록 신경을 씁니다. 카페 스트레가는 콘셉트가 뚜렷한 가게이니, 사진 찍는 보람이 있는 메뉴를 만들어야 합니다. 

▲ 다양한 콘셉트로 출시됐던 여름 콜라보 메뉴 출처: 카페 스트레가 SNS

Q: 그럼 그동안 선보였던 메뉴 중에서 기억에 남거나, 만족도가 높았던 메뉴는 무엇일까요?

박서진: 여름 콜라보 메뉴로 선보였던 프라페가 굉장한 자신작이었습니다. 보통 파란색 음료는 파파야 시럽을 섞은 탄산음료로 내놓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프라페에는 꼭 상어 젤리를 올리고 싶어서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음료에 젤리를 올리려면 농도가 일정 수준 이상 돼야 하니까요. 

게다가 솔저 에이드가 윈터소다 맛이었던 시절의 재료도 남아있었습니다. 지금은 블루 레모네이드 맛으로 바뀌었는데 당시 미처 사용하지 못한 재료였죠. 이 모든 상황을 고려한 결과 보기도 좋고 맛도 좋고 남은 재료도 알뜰하게 사용한 프라페가 탄생했습니다. 매출도 콜라보 메뉴 중에서 가장 잘 나왔네요. 

Q: 카운터사이드는 그레모리 바, 코핀 컴퍼니 탕비실 등 음료를 즐길 여러 공간을 조명해왔는데 향후에 시도해보고 싶은 메뉴나 시즌 콘셉트는 무엇인가요?

박서진: 클로디아가 만든 알 수 없는 무언가, 유나의 민트초코 죽 같은 괴식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대표님께 말씀드리면 혼날지 모르겠는데 만우절 시즌에 맞춰 불족발 슬라이스를 팔아볼까 생각도 해봤습니다. 카페 스트레가는 휴게 음식점이라 술을 제외한 모든 메뉴를 팔 수 있거든요. 

또 유미나가 컵라면만 먹고 산다는 콘셉트를 살려 탕비실 정식을 팔아보고 싶습니다. 컵라면과 함께 코핀 컴퍼니 마크가 새겨진 커피스틱을 꽂아서 드리는 형태랄까요. 1인당 하루 1개라는 이수연의 메모도 함께 적어서 드리는 메뉴입니다. 

Q: 캐릭터 콘셉트가 반영된 메뉴를 보면 게임에 대한 애정이 상당한 것 같습니다

박서진: 생업이니까요. 진지해야죠. 

▲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Q: 카운터사이드에서 게임성, 캐릭터, 스토리, 음악 등 영감을 얻는 부분이 있다면?

박서진: 가장 좋아하는 요소는 캐릭터들의 외형입니다. 옛날부터 미소녀 캐릭터라면 쭉 좋아했거든요. 유미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다들 너무나 아름다워서 즐겁게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카운터사이드는 여러 캐릭터들의 얽히는 지점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가령 게임 속 카페 스트레가는 레지나와 엘리자베스 그리고 여러 캐릭터들이 만나서 이야기를 풀어냈던 공간입니다. 이 공간에서 캐릭터들이 어떤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라는 내용을 상상하면서 영감을 얻습니다. 

▲ 최근 진행된 스트레가 미니게임 이벤트에 등장했던 음료들 출처: 카운터사이드 네이버 라운지
▲ 최근 진행된 스트레가 미니게임 이벤트에 등장했던 음료들 출처: 카운터사이드 네이버 라운지

Q: 그렇다면 개발진과의 협업으로 이뤄진 기획도 있을까요? 

박서진: 카페 스트레가 1주년 기념으로 인게임에서 진행한 이벤트 때 많이 어필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그 때가 지금까지 일하면서 가장 보람찬 순간이었네요. 그동안 게임 속 콘텐츠를 카페로 가져왔는데, 이번에는 카페 스트레가의 메뉴가 게임 안으로 반영된 순간이었으니까요. 제가 만든 메뉴들이 게임 속에 구현되어 너무나 기뻤습니다. 

▲ 매장에 배치된 다양한 굿즈는 대부분 구매할 수 있다  출처: 카페 스트레가 SNS
▲ 매장에 배치된 다양한 굿즈는 대부분 구매할 수 있다  출처: 카페 스트레가 SNS

Q: 유저 입장에서도 굿즈와 매장 이벤트는 매장을 방문할 좋은 동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굿즈의 기획 그리고 매장 이벤트 등은 개발사와 상의해서 진행하시나요?

박서진: 초반에는 허락을 맡고 진행했는데, 지금은 자율권을 많이 주셔서 마음껏 생산하고 있습니다. 주식이랑 비슷한 느낌인 것 같습니다. 이 굿즈는 무조건 팔린다. 안 팔리면 내가 다 사버리겠다는 각오로 만듭니다. 

Q: 혹시 유저가 아닌 손님들은 카페 스트레가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나요?

박서진: 카운터사이드를 향한 질문을 많이 해주십니다. 이 게임이 국내 게임인지, 외국 게임인지부터 모바일게임인지, PC게임인지 자세히 물어보세요. 여기까지 물어봐주시면 저도 스튜디오비사이드에서 만든 게임이며, 카페는 개발사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엄청나게 어필하죠. 

Q: 최근 몇 년 사이 콜라보 카페나 팝업 스토어 등의 매장이 많아지고 익숙해졌음을 느낍니다, 변화를 직접적으로 체감하시나요?

박서진: 카페 스트레가를 운영하면서 마음에 드는 포인트 중 하나는 양복을 입으신 아저씨, 지팡이를 짚으신 할머니도 자연스럽게 커피를 드시고 가신다는 점입니다. 예전에 비해 오타쿠를 향한 시선이 많이 부드러워졌음을 느낍니다. 그리고 자신의 덕성을 드러내시는 분들도 자연스레 많아지셨고요. 이렇게 귀염고 예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 많은 유저들이 몰렸던 AGF 2023 카운터사이드 부스 현장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많은 유저들이 몰렸던 AGF 2023 카운터사이드 부스 현장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Q: 이번 AGF에서 유저들과 직접 만나셨는데 어떠셨나요?

박서진: 우선 사과부터 드리겠습니다. 유저들이 이정도로 많이 방문해주실 줄 미처 몰랐습니다. 굿즈를 적게 뽑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불편을 끼쳐드렸습니다. 거듭 죄송합니다. 

사실 AGF 2023 행사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습니다. 가장 최근 기억이 열심히 항공점퍼 실밥을 떼고 택을 달고 비닐에 포장하던 중이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까 끝나있더라고요. 정말 너무 힘들었습니다. 

Q: 카페 스트레가 SNS는 SD캐릭터들의 유쾌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인데, 점장님이 직접 관리하나요?

박서진: SNS 관리도 직접하고 있습니다. SD 캐릭터들이 짧은 대사를 하거나 드립성 멘트를 치는 것 모두 제가 작업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신경 쓰이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개인이 작업하면 대사나 드립에, 주관적인 해석이 많이 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이 경우에는 시나리오 팀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해결할 때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에클레시아 장패드 출시에 맞춰, 예하께서 잔업을 대신 해주는 콘셉트를 떠올렸었습니다. 콘셉트에 맞춰 에클레시아 눈 밑에 다크서클을 크게 넣었는데 막상 작업하고 나니까, 우리 예하께서는 이런 캐릭터일 수 없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죠. 

그래서 시나리오 팀에게 문의를 하니, 일을 아무리 시켜도 싫은 티 하나 못내고 무표정하게 묵묵하게 일하는 모습이 좋지 않겠냐는 조언을 주셨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제서야 이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제 주관적인 해석이 시나리오 팀의 의도에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 중입니다. 

▲ 현재 가게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만한 트리와 장식품으로 꾸며졌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현재 가게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만한 트리와 장식품으로 꾸며졌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Q: 이제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데 카페 스트레가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박서진: 지금 카페에 오시면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장식된 카페 스트레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도 크리스마스 이벤트 스토리를 미리 알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이미지 정도는 굿즈 생산 일정 때문에 미리 보고 있네요. 

무엇보다 카운터사이드에서 가장 큰 명절이라고 생각하는 주인공 유미나의 생일이 멀지 않았습니다. 미나의 생일 당일은 아쉽게도 카페 스트레가가 휴무지만, 이를 놓칠 수 없으니 주단위로 생일을 즐기겠습니다. 미나 엽서, 많이 풀겠습니다. 

Q: 한 해 동안 카페 스트레가를 향한 유저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미래의 카페 스트레가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박서진: 매장은 지금까지 운영하던 그대로 가겠지만 시도는 있을 것 같습니다. 매장 밖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려고 합니다. 

Q: 지난해 대표님은 게임 속 카페 스트레가가 1호점 그리고 판교역 카페 스트레가를 2호점이라고 하셨는데, 혹시 미래의 3호점 사장님에게 드릴 수 있는 조언이 있을까요?

박서진: 3호점은 그라운드 원에 계신 분이 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라운드 원이야말로 근본 중의 근본이니까요. 

Q: 카페 스트레가를 방문하고 사랑해주시는 유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서진: 매장을 방문해주신 유저분 모두 굉장히 점잖으십니다. 개업 당시에는 직원 4명 모두 여성이라, 서비스직이 겪을 수 있는 문제를 걱정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우려했던 일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 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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