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몇년 사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군 장르는 단연 RPG였다. 비디오게임 시장에서도 온라인게임 시장에서도 흥했던 RPG 장르였기 때문에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이 장르가 흥행하는 것 역시 어찌보면 예상된 일이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근 몇년 사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을 가장 싸늘하게 만든 장르도 RPG였다. 정확히는 장르의 문제가 아니라 양산형 게임들이 대거 등장한 시장 상황이 문제였다고 해야겠지만 말이다. RPG 장르가 흥행하자 마이너 카피 버전에 불과한 대동소이한 게임들이 대거 쏟아지기 시작했고 이는 해당 장르에 대한 유저들의 피로감을 유발했다.

신작 발표회 역시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출시되는 게임들의 퀄리티가 아무리 높아도 매번 같은 장르에 대한 소식만 전해지다보니 '이번에도 RPG야?' 라는 반응을 유저들이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20일(화) 진행된 조이시티의 신작 발표회는 RPG가 없는 발표회였다. '대세 장르'인 RPG가 없다는 점은 다소 의아하게 보일 수 있지만 대세 장르를 포기하고 나머지 부분에 총력을 기울이는 기업의 모습에서 오히려 신선함까지 느껴졌다.

이번에 공개된 게임들의 면모를 살펴보자. 김태곤 CTO가 개발을 지휘하고 있는 해양 전략시뮬레이션인 오션 앤 엠파이어, 주사위의 신과 해외 유력 IP인 앵그리버드를 결합한 앵그리버드 다이스, 모바일 슈팅게임인 건쉽배틀에 VR을 더한 건쉽배틀 VR과 비디오게임 시장을 노린 3ON3 프리스타일까지. 다들 한 가지씩 독특한 면모를 갖추고 있는 게임들이다.

간담회 현장에 시연부스가 마련된 건쉽배틀 VR과 3ON3 프리스타일은 그 중에서도 독특한 부류의 게임들이다.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대중화가 되지 않은 VR 시장을 공략하는 게임과 국내 게임 시장에서는 거의 불모지 취급을 비디오게임 시장을 공략하는 게임들에 대한 소식은 그간 국내 게임사의 신작 발표회에서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기도 하다.

또한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 시장에 조금 더 기대를 걸어볼만한 게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게임을 신작 발표회에서 비중있게 언급했다는 것만으로도 조이시티가 해외시장 공략에 여전히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실제로 조이시티는 이 두 작품 외에 오션 앤 엠파이어와 앵그리버드 다이스는 모두 해외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과연 이러한 조이시티의 이러한 색다른 시도가 국내 게임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올 수 있을까? 이들 게임이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갖고 출시될 것인지, 얼마나 큰 흥행을 할 수 있을 것인지는 아직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국내 게임사들이 모두 같은 곳만 바라보고 같은 길만 걷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증명했다는 것만으로도 유저들에게는 약간의 위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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