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소 게임 개발사에 근무하던 한 여성 개발자가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제 처제는 꿈많고 순수한 게임 기획자였습니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며 저에게 그림 좀 가르쳐 달라고 조르곤 했었는데.... 제 처제... 와이프의 여동생이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지난 8월 1일 고인의 매형이라고 밝힌 이모 씨는 게임개발사에 근무하던 처제가 회사의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 업무 떠넘기기,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발언 등으로 힘들어 했다는 내용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씨는 처제가 자살을 선택하도록 몰고 간 것은 회사와 직장 동료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이야기 했다. 회사의 평균 업무시간은 12시간에 달했고, 병가로 쉬는 날까지 출근 여부를 묻고, 생리 주기까지 언급하는 등 성적 수치심을 느낄만한 행동들이 있었다는 것.


이와 같은 내용이 공개되자 많은 현업 게임개발자들은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해당 개발사의 행동에는 분노를 표출했다. ‘열악한 상황에 놓인 많은 중소 개발사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례’, ‘사회 초년생이나 초보 기획자들이 겪을 수 있는 상황’ 등이라며 중소 개발사들의 노동력 착취에 대해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직 해당 개발사에서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이번 소식을 전해들은 많은 개발자와 유저들이 해당 어플리케이션의 평점란에 항의 글을 남기고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않지 않을 전망이다.


이모 씨의 페이스북 전문

제 처제는 꿈많고 순수한 게임 기획자였습니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며 저에게 그림 좀 가르쳐 달라고 조르곤 했었는데....
제 처제... 와이프의 여동생이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남자형제로 커온 저에게 있어서 귀여운 여동생이 생긴것 같아 정말 기쁜 마음으로 행복하게 지냈었습니다....
이렇게나 귀엽고, 어린 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다는 사실이 너무너무 가슴이 아프네요...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이 싫어졌다는 메세지 하나 남기고선 그렇게 떠났습니다.
고작 4년 정도를 알고지냈는데도 이렇게나 가슴이 아픈데...
평생을 함께 살아온 제 와이프와 장모님이 너무 걱정이 되네요...
평소에 이런 글을 올리지 않는데, 굳이 이렇게 글을 쓰는건
블로그 이웃분들과 저를 아는 모든 분들께 물어보고 싶은것이 있어서 입니다.
제 처제가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유 중 일부를 제공했던
마지막으로 다녔던 회사와, 그 직장동료들 때문입니다.
저는 몰랐던 회사 생활에 대한 애기들을 애기하자면
제 처제는 컨텐츠 기획자입니다. 포트폴리오도 물론 컨텐츠 쪽이구요.
처음 해보는 시스템 기획이라 많이 서툴고 느렸나봅니다.
다시 배운다고 생각하고 하라고 애기를 하고선 그랬답니다.
예전 선임들한테 뭘 배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소규모 회사라 일정도 마음대로였나봅니다.
그 회사에 기획자라고는 제 처제 한명뿐이었고, 경력도 짧고 사회생활 경험도 많지 않았기에,
뭐라고 제대로 항의 조차 못한채 일정에 겨 준비도 제대로 못한채 기획서를 써주고,
기획서 엉망이라는 식으로 욕먹고,
다른 일로 시간이 없어 못한 일들은 왜 안했냐고 욕먹고....
혼자 일하는데 너무 바뻐서 그랬다고 하면 그런말 하면 안된다고 그러고.....
혼자서 서버 DB구조에 대해 공부해 가서 궁금한거 이것저것 물어봤더니
얼마나 잘 알길래 나한테 물어보느냐고 핀잔주고....
서버 DB 구조에 대해 정확하게 다 짤수 없다고 했더니 또 전 선임자에게 뭘배웠냐는 소리나 듣고...
그럼 언급을 안하겠다고 했더니 기획자 필요없다는 식으로 말하고 다니고....
대표가 일정 생각 안하고 일을 주면 팀장이라는 사람이 '할수 있어여~' 라면서 일을 다 받아서는
처제에게 넘겼답니다. 그 팀장은 클라 프로그래머인듯 하구요
그리고선 대표가 '이일 왜 아직 안됐나요?' 라고 하면
'기획자가 일을 다 못해서 그렇게 됐어요' 라고 했다고 하네요....
물론 지금까지 이런일들은 게임회사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그저 그런 게임회사 불만 들이죠
저도 여러 게임회사들 다니면서 이런일, 저런일 다 겪으며 지냈으니까요...
당연히 회사를 그만둘 생각을 하고선 직장동료에게 애기를 했습니다.
회사를 그만둘 생각이라구요....
하지만 그 동료가 말하길
지금 명하씨가 나가면 이 프로젝트는 망한다...절대 나가면 안된다....는 식으로요...
결국 바보같이 순수한 처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그렇게 떠나게 되었습니다.
처제가 회사를 다니면서 평균 업무시간이 약 12시간 정도 되더군요...
5월 말부터 7월 말까지 2달 넘는 기간동안 단 하루 몸이 아파서 병가로 쉬는 날이었습니다.
오후에 문자가 왔었어요.
'오늘 중요한 날이니 몸괜찮아지면 오후에 출근 가능할까여?'
'잘 모르겠습니다. 배아픈건 어떻게든 참는데 거의 일어서질 못하겠어서...'
'일단 몸상태 보시고 점심즈음에 가능여부를 알려주세요'
결국 몸이 너무 아파 그날 쉬고 다음날 출근을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팀장이
'명하씨는 생리주기가 어떻게 되요?'
남자직원이 4,5명, 여직원이 2명인 그런 작은 회사에서
굳이 그런질문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여기에 적기 민감한 다른 수치스러운 질문들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주 주말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물론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고 생각진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장례식장에 왔으면
죄송하다고 애기해야하는게 정상이 아닌가 합니다.
그 팀장 애기하기를
'전 야근을 시킨적이 없습니다.'
'제가 잘못한게 아닙니다.'
라고 애기를 하더군요....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장례식이 시작되고 염하기전까지 한회사의 대표라는 사람이
화환도, 얼굴도 보이지 않아 사원들에게 연락하였더니 오고있다라는 말만 남긴채 화환은 저녁에나 도착했습니다.
그렇게 발인하기 10시간 전에 대표가 팀장과 사원들과 함께 도착하였습니다.
알고봤더니 그 대표가 제가 전에 안면이 있던 사람이더군요.....
그제서야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긴 했습니다만....
무언가 계산적인 움직임이라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더군요
너무나 억울해 하시는 어머니를 설득해서
사망위로금이라도 받게 해 드리고자
장례를 무사히 마치고 다시 그 대표를 찾았습니다.
원래 받기로 한 지분 대신 위로금을 달라고 했었죠.
당연히 돈이 없으니 못준다고 하시더군요.
그 대표가 조의금으로 100만원을 줬습니다.

저는 너무나 억울하고 화가 납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그래도 먼거리에 있는 장례식장을 찾아와 주신 많은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해 하시기도 해서 이렇게 긴 글을 남겨봅니다.
그리고 이 회사가 이제 곧 게임 출시를 한다고 합니다.
종스크롤 슈팅게임이라고 하더라구요....
카톡을 통해서 게임을 출시한다고 하던데 얼마나 대단한 게임인지 한번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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