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 취재에 같이 가야 한다.”는 이야기에 걱정보다 앞선 것은 궁금증이었습니다. NDC가 무엇을 말하는지 정확히 몰랐기에 “무슨 게임 관련 행사 인가보다.”는 짐작만 했죠.

NDC에 대해 찾아보니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의 약칭이었습니다. 개발자란 단어가 붙어있으니 관련 전문지식이 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자바 기초 프로그래밍만 배웠던 수습기자에게 ‘개발’은 멀게만 느껴지는 영역이었습니다.

4월 24일 지하철을 타기 위해 움직이는 발걸음은 유난히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첫 취재를 간다는 걱정이 밀려오기 시작했고, 판교로 가는 약 1시간의 시간 동안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트북으로 타이핑하면 불편한데 빠르게 받아 적을 수 있을까?”, "취재 후 바로 정리해서 기사를 작성해야 하는데 할 수 있을까?, "사진은 어떻게 찍어야  할까?"

넥슨 판교 본사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이 보였습니다. 삼삼오오 모여서 재잘재잘 떠드는 학생무리와 밝은 얼굴로 안내를 도와주는 서포터즈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비장한 표정으로 카메라와 노트북을 들고 이동하는 기자도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곳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어리숙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수습기자 1개월 차인 저였습니다.


저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멀뚱멀뚱 방황하기 시작했습니다. 참관등록 장소가 있어 ‘나도 등록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해봤고 ‘기자실’이라고 써진 이정표를 보고 ‘저기로 가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정표를 따라가니 다들 목에 무언가를 메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있어야만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회사동료들을 만나 함께 기자실로 이동했습니다. 기자실의 분위기는 진지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마다 자리잡고 노트북으로 타이핑하는 모습에서 비장함이 느껴졌습니다. 대화를 나누지 않고 화면을 바라보며 고뇌하는 모습이 앞으로 내가 3일 동안 겪을 일이라는 복선으로 느껴졌습니다.

첫 세션에 들어가기 위해 기자실을 떠나 강연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엄청난 인파가 줄을 서 있었습니다. 놀이기구 줄을 기다리듯 쭉 이어진 행렬이 NDC라는 행사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기자라고 말하고 바로 들어가야 하는 건가? 아니면 그냥 줄을 기다려야 하는 건가?’ 수습기자의 고민은 강연장에 들어가기 전부터 시작됐습니다.

처음 들어간 취재는 ‘인간의 본능과 심리를 이용한 FPS 레벨 제작’ 세션이었습니다. 레벨이라는 단어를 캐릭터육성에 관련된 단어로만 알았지 맵과 연관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왜 맵제작을 레벨이라고 표현하는 것일까요?

사진을 찍는 일도 험난했습니다. 자리가 좋지 못해 앞사람의 머리도 보이고, 강연자를 찍을 구도도 좋지 못했습니다. 또 타이핑도 오탈자가 자꾸 발생했고, 심지어 문단이 제멋대로 바뀌어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정신없이 타자를 쓰고 나서 확인하면 문장끼리 섞여 있어 당황스러웠습니다. “아 이건 노트북의 문제일까? 워드 탓일까? 아니면 내가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일까?”


강연장을 빠져나와 다시 기자실에 도착 후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들은 내용을 어떻게 써 내려가야 하나 막막했고, 무슨 문장으로 전달해야 할지도 감이 잡히지 않았지만 수습기자의 패기로 작성을 했습니다. 속도도 느리고 문장도 매끄럽지 않았지만 어쨌든 첫 취재기사를 완성했습니다. 결과는 당연하게도 대폭 수정요망이었지만, 한시름 놓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문득 대학에 다닐 때 배운 ‘기사작성과 편집’ 강의가 생각났습니다. 보도기사를 직접 작성해서 제출해야 했었는데, 계속 수정요망으로 되돌려 받았었습니다. 기사 제목과 리드가 일치하지 않았던 것과 구구절절 기사를 풀어썼던 것 그리고 인터뷰 대상자의 말 인용 실수까지 초보가 하는 실수를 다 보여줬습니다.

약 7~8번의 시도 끝에 간신히 통과를 받았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왜 나는 글을 잘 쓰지 못할까’ 좌절하고 있는 저의 미래상이 그려졌습니다.

다른 기자분이 올린 기사를 읽었습니다. 빠른 시간에 작성해서 등재까지 시킨 것을 보며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처음 작성했던 것과 어떤 점이 다르고, 이 분은 무엇을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을까? 분석했습니다. 간단하게 강연내용을 정리해서 작성한 기사도 있고, 하나도 빠짐없이 쭉 전달한 것도 있었습니다. 같은 내용을 듣고도 전달하는 내용과 방식에서 차이가 있는 것을 보며 기자마다 자신의 개성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3일간의 NDC 취재가 정신없이 지나갔습니다.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가면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강연장을 들어가는 것도 여유가 생겼고, 취재하기 좋은 자리를 선점하는 일도 능숙해졌습니다. 또한 기사를 써내는 속도도 좀 더 늘었고, 어떤 내용을 기사로 써야겠다는 감각도 생겼습니다.

다만 여전히 매끄럽지 않은 문장전달력이 문제였죠. 어째서 글쓰기는 쉽게 늘지 않을까요?


벌써 2018년 NDC가 끝난 지 2주일이 흘렀습니다. 총 9개의 세션을 취재했고, 모든 강연의 기사가 사이트에 올라가 있습니다. 취재기사라면 당일에 올라가야 금상첨화겠지만 아직은 배우는 단계에 있기에 속도보다는 기사 내용에 더 힘을 실었습니다.

이번 취재 경험으로 많은 성장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는 축제 혹은 배움의 장소였을 NDC가 저에게는 기자로서 성장시켜준 장소가 됐습니다. 앞으로 이 경험을 바탕으로 누구보다 글 잘 쓰는 기자로 거듭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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