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을 기억하십니까? 이세돌 기사가 연달아 세 경기를 패배하며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었구나’라는 인식을 하게 만든 역사적 대국이었죠. 

그러나 이세돌은 제4국에서 ‘신의한수’를 보이며 승리를 가져갑니다. 전체 결과는 4대1로 알파고의 승리로 끝났지만, 우리는 ‘신의한수’에서 느낀 희열과 쾌감을 잊을 수 없습니다. 

“이세돌이 진 것이지 인간이 진 게 아니다.”는 말은 여전히 회자되고 있습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했더라면 이길 수 있다는 말이겠죠. 전략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냐에 따라서 전술이 달라지고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각자만의 ‘신의 한수’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략게임의 재미는 ‘신의한수’에서 나옵니다. 

누가 봐도 패색이 짙고, 역전이 어려운 상황에서 기발한 전략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역전에 성공하는 것은 그 어느 것보다 성취감이 큽니다. 흔히 ‘수싸움’에서 이겼다고 표현하죠.

우리 일상에서 수싸움은 평범한 일입니다. 평상에 앉아 장기판을 전장 삼아 치열한 지력 공방전을 펼치는 어르신과 삼삼오오 모여 구경하는 훈수꾼들, 공원에 있는 바둑판과 그 앞에 앉아 맞수를 기다리는 아저씨 그리고 집 한켠에 보관 중인 체스판 등 일상이 전략게임에 둘러 쌓여있습니다. 

전략게임은 ‘턴방식’으로 시작됐습니다. 내가 한 턴을 소비해 전략을 세우면, 상대 턴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턴제’는 수싸움에 최적화된 방식입니다. 같은 상황을 두고 여러 전술을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 해야 합니다. 또한, 상대의 성향과 패턴을 분석하여 어떤 방식으로 대응해 올지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죠.

손가락 빠르기나 동체 시력과 같은 신체조건보다 지적능력이 더 중요한 점이 턴방식 전략게임이 가진 또 다른 매력입니다. 반응속도가 빠르지 않더라도 느긋하게 내 차례를 활용하면신의한수 찾기가 가능합니다. 상대가 빨리 턴을 넘기라고 재촉하는 이유는 전략적인 차원에서 최적의 수를 막기 위한 노력이죠.


과학이 발달하면서 바둑, 장기, 체스 같은 고전 전략게임이 PC게임으로 변모했고 더 나아가 삼국지, 문명 같은 시뮬레이션 장르가 생겼습니다. 자원의 생산, 관리, 약탈과 전장의 활용 등 생각해야 하는 요소가 더 많아지고 복잡해졌습니다. 그런데도 ‘악마의 게임’이라 불리며 흥행에 성공한 이유는 더 많이 고민하고, 정답을 찾는 과정에서 얻는 쾌감이 크고, 내 전략이 남보다 더 뛰어나다는 우월감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전략게임’은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느긋함을 벗어나 속도감을 추구하기 시작했고, 턴 방식에 시간제한을 추가했습니다. 속도감이 주는 강렬함에 끌린 유저들은 더 높은 자극을 원했고 마침내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이하 RTS)가 등장하게 됐습니다. 대표적으로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가 있죠.

실시간으로 전략을 생각해 대결하는 것은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신선한 재미를 줬습니다. 느긋하게 플레이하던 것과 달리 빠른 판단력을 필요로 하고, 실시간으로 상대 전략에 대처해야 하는 속도감이 중요 해졌습니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기발한 전략으로 승리가 가능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로 자신이 패배하는 경우가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RTS는 기존에는 없던 ‘위험성’이라는 특징으로 재미를 부여했습니다. 턴 방식은 최대한 위험요소를 줄이고 안전하게 플레이했지만, 속도감이 중요한 RTS에서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기발한 발상으로 대결하여 위험요인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유저들은 오히려 도박성 있는 전략 승부를 반가워했고 RTS가 성행하게 됐습니다.

PC가 쇠퇴하고 모바일게임이 성행하면서 전략게임에 대한 관심은 떨어졌습니다. RPG장르가 유행하면서 전략게임은 매니아만 즐기는 코어게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삼국지M’가 런칭 후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 ‘신삼국지 모바일’, ‘아이언쓰론’ 등이 출시를 예고하며 여전히 전략게임 시장이 존재하고, 유저에게 재미와 게임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모바일 전략게임’은 지략대결이란 큰 틀은 유지하면서 ‘협력’ 요소를 추가했습니다. ‘삼국지M’은 연맹시스템으로 협동 전쟁을 할 수 있고, ‘아이언쓰론’은 못된 정치를 하는 악덕 길드에 대항해 소수가 연합할 수 있습니다. 


혼자서 플레이하던 방식을 집단과 사회로 옮겨 사람들이 맺는 관계를 중요하게 만들었습니다.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이 되기도 하는 등 이해관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이 잘 나타납니다. 인간의 양면성이 잘 드러나는 것이죠. 

따라서 이제 뛰어난 전술뿐 아니라 화려한 언변도 중요합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가 게임에 구현된 것입니다.

의외로 게임은 신체능력이 중요합니다. ‘턴 방식’에선 주목되지 않았던 손가락 빠르기가 RTS로 넘어가면서 중요한 능력이 됐습니다. ‘테란의 황제’ 임요환, ‘목동 저그’ 조용호, ‘영웅 토스’ 박정석 등의 수식어를 붙인 이유는 그들의 전략이 기발하기도 했지만 그것을 실행할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우상 심리이죠. 

‘협력’은 비범한 전술을 생각하지 못하거나, 신체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유저를 위한 배려로 나타났습니다. 공동체 사회를 구현해 한 식구로서 끌어 안고 가게 한 시도입니다. 

모바일 전략게임은 남을 이기는 것만을 재미로 추구한 방식에서 벗어나 돕는 행위를 추가했습니다. 이런 발상의 전환은 앞으로 전략게임이 주류 장르로 탈바꿈할 ‘희망’의 도전이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 출시 될 새로운 전략게임에 기대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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