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의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는 지금과 같이 탑, 정글, 미드, 바텀 듀오로 역할군이 구성되지 않았다.
  
바텀에 굳이 2명의 소환사가 갈 필요가 없었으며, 조합에 꼭 원거리 딜러를 포함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라이엇게임즈 역시 이 같은 플레이를 강제하지 않았다. 
  
하지만 소위 말하는 EU메타(일반적인 탑, 정글, 미드, 바텀 듀오로 구성된 조합)가 ‘안정감’과 ‘효율성’의 측면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메타가 아닌 기본적인 플레이 방식으로 고착화됐다. 여기에 라이엇게임즈가 EU메타의 역할군을 기반으로 랭크 게임 매칭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EU메타는 언제부터인가 완전히 고착화됐다.
  
그러나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EU메타에 바텀 라인을 중심으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31일 진행된 8.11 패치로 원거리 딜러들이 주로 사용하는 아이템들의 치명타 및 공격력 등의 전반적인 하향이 이뤄졌는데, 그 결과 원거리 딜러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이 늦춰지거나 상황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바텀 라인은 원거리 딜러와 서포터로 구성된 정석 조합을 구성하기보다 ‘야스오’와 ‘알리스타’를 함께 사용하는 등 AD 브루저 챔피언과 서포터 챔피언을 조합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사실 바텀 라인에 원거리 딜러가 사라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모데카이저’ 원딜을 시작으로, 철거 메타의 중심이었던 원딜 ‘직스’ 등 원거리 딜러의 자리는 종종 위협을 받아왔다. 다만, 지속적인 패치로 인해 안정감이 부족했던 이들의 전성기는 짧게 끝난 바 있다.
  
물론 이러한 흐름 역시 과거와 마찬가지로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과거와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 우선 신규 챔피언 ‘파이크’의 등장이다. 파이크는 서포터로 설계된 챔피언이지만 역할군이 암살자다. CS를 라이너에 비해 수급하기 어려운 서포터가 암살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에 의문을 품을 수 있지만, 파이크는 등장과 함께 바텀 라인에 변화를 가져왔다.

원거리 딜러의 초반 화력이 감소된 상황에서 파이크는 원거리 딜러 이상의 데미지 딜링은 물론, 은신 능력까지 보유하고 있어 다른 라인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 때문에 빠른 스노우볼을 굴리기 위해 굳이 초반 라인전이 약한 원거리 딜러를 사용하기 보다, AD 브루저 챔피언을 함께 조합해 라인전을 파괴하는 플레이 스타일이 유행하고 있다. 파이크는 현재 이 같은 능력을 바탕으로 캐리력을 갖춘 서포터로 평가받고 있으며, 프로팀들 역시 파이크의 강력함을 인정하고 있다.
  
바텀 라인뿐만 아니라 다른 라인에서도 EU 메타를 파괴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정글 ‘마스터 이’와 ‘미드 타릭’을 조합하는 일명 ‘마타’조합은 천상계에서 이미 유행하고 있는 전략이다. 미드 라인에 ‘카르마’, ‘룰루’, ‘질리언’ 등 원거리 딜러를 보조하기 위한 서포터 역할의 챔피언들이 종종 등장하곤 했었지만, 정글러에게 CS까지 몰아주면서 완벽하게 서포터의 역할을 수행하는 미드 라이너는 없었다.
  
라이엇게임즈는 그동안 LoL에 고착화를 막기 위해 지속적인 혁신으로 변화를 꾀했다. 다만 아이템이나 오브젝트, 챔피언의 성능, 맵의 변화 등을 수정하며 변화를 추구했을 뿐 EU 메타의 근간을 흔드는 시도가 많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8.11 패치로 시작된 변화의 바람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고착화된 메타에 익숙해진 유저들이 신선한 플레이 경험과 함께 새로운 전략과 조합을 구성하는 재미를 다시금 느껴볼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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