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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했던 게임, 나는 왜 떠났나?
김동준 기자 | 승인 2018.07.12 12:10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야” 

인생을 살면서 한 번쯤 동요 '작별'을 들어보거나 혹은 직접 불러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정들었던 스승과 가족 그리고 친구까지 우리는 누군가와 이별할 때 노래로 서로를 위로합니다.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영원한 안녕이란 없다는 듯이.

사람에게만 이 가사가 국한되지 않습니다. 인간의 삶에 한 부분으로써 추억을 만들었던 것이라면 뭐든지 노래의 위로를 받죠. 심지어 게임도 위로의 대상이 됩니다.

게임은 더 이상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닙니다. ‘메이플스토리’, ‘테일즈위버’, ‘리니지’ 등의 게임을 했던 유저가 어느새 한 가정의 부모님이 됐고, 그 자녀가 모바일로 리메이크된 메이플스토리와 리니지를 즐기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좋아하는 스포츠팀, 정치사상, 이상형을 답습하던 것이 게임까지 확대됐습니다. 삶에서 게임의 영향력이 증가한 것이죠.

오랫동안 플레이했던 게임이라면 영향력은 더욱 큽니다. 내가 쏟았던 시간과 노력이 성장한 캐릭터에 고스란히 나타납니다. 화려한 장비와 압도적으로 높은 레벨 그리고 귀여운 외형의 펫을 보며 애정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만난 사람과 커뮤니티 활동으로 유대감까지 쌓으며 또 하나의 사회에 속하게 됩니다.

사회를 떠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지옥 같은 2년의 세월을 보낸 군대조차 막상 전역날이 다가오면 아쉬움에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그런데도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이유는 더 좋은 사회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죠. 오랜 시간 했던 게임, 하나의 사회를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학교 혹은 회사에서 집으로 돌아온 후 자연스럽게 컴퓨터 전원을 누릅니다. 평소 즐기는 게임을 실행시키고 사냥과 퀘스트에 참여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매일 당연시했던 반복이 지겨워지고 성취욕이 사라집니다. 사냥은 무의미한 마우스 클릭으로 변했고 퀘스트는 하루 마다 꼭 해야 하는 업무가 되어 압박감을 줍니다. 이러한 경우를 ‘목표상실형’이라 부릅니다. 목표가 사라진 유저는 방황하고 접속이 뜸해집니다. 그리고 결국은 C드라이브에서 게임을 삭제하고 떠나게 됩니다.

‘인생한방형’도 있습니다. 열심히 게임해서 꾸준히 재화를 모았고 장비도 두둑해졌습니다. 갑자기 그동안 불만 없이 사용했던 장비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서둘러 대장간에 찾아가 강화를 하기 시작합니다. 대장장이가 무기 손실가능성을 설명했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고 돈은 점점 사라져갑니다. 마침내 장비가 파괴되면서 정신 차려보니 남아있는 물건이라곤 물약과 저레벨 장비뿐입니다. 재기를 위해 열심히 사냥하지만 터무니없게 낮아진 데미지와 한 대라도 스치면 사망에 이르는 방어력이 플레이 의욕을 저하합니다. ‘예전이었다면’이라는 전제가 유저의 뇌를 지배하고 무엇을 하더라도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게 되어 떠나게 됩니다. 

오랫동안 한 게임을 했다면 전설급 아이템 하나쯤은 가지고 있습니다. 서버를 통틀어 제일 좋은 아이템을 사용하고 있다면 뿌듯함이 더 큽니다. 하지만 레어 장비를 바라보는 다른 이들에겐 부러움과 시기의 대상입니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빼앗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합니다. 사기와 해킹이 대표적이죠. ‘형 한번만 써보고 돌려줄게’와 같은 순진무구한 언변에 속아 아이템을 빼앗기고, 운이 좋아 사기에 당하지 않아도 개인정보를 지키지 못해 해킹당합니다. 남아있는 것이라곤 오직 몸뿐이죠.

‘사기해킹형’은 강화와 같이 자신이 선택한 결정으로 장비를 잃은 것이 아니라 상실감이 더 큽니다. 눈감으면 아른거릴 정도로 빼앗긴 아이템이 생각납니다. 운영자에게 하소연하지만 복구해 줄 가능성이 보이지 않습니다. 억울함과 울화통이 점점 커지고 더 이상 게임을 했다간 정신이 못 버틸 지경이 됩니다. 유저는 게임에서 탈출하여 마음의 평안을 찾습니다. 

게임 운영에 불만을 가져 떠나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내가 먼저 자리 잡은 사냥터에 찾아와 욕설하고 몬스터를 빼앗는 유저에게 욕을 했더니 다음날 계정 정지가 되어있습니다. 스크린샷에 찍혀 신고 당했기 때문입니다. 잘못은 상대방이 먼저 했는데 처벌은 혼자 받으니 억울하고 답답합니다. 전화를 걸어 하소연하지만 증거가 없어 어쩔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옵니다. ‘운영불만형’의 유저는 결국 게임에 대한 정나미가 떨어지고 플레이 의욕이 사라져 떠나게 됩니다.

이외에도 많은 이유가 존재합니다. 게임 서비스 종료로 접속이 불가능한 경우나 키우던 캐릭터가 하향된 경우 그리고 혹은 친구가 다른 게임을 하자 해 따라서 이동하는 등의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입니다. 강화로 아이템이 파괴되거나 혹은 사기나 해킹으로 장비를 허망하게 잃어도 게임이 흥미만 있다면 유저는 떠나지 않습니다. 반복사냥이 지겨워지고 친구가 다른 게임을 하자고 권유하는 것도 재미만 보장됐다면 나타나지 않습니다.

“할 것이 없어서 시작했다가 할 것이 사라져 접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흥미 있어 보여서 시작했다가 오랫동안 하니 재미가 없어 떠난다는 뜻입니다. 유저는 게임을 지탱하는 기둥입니다. 접속자수가 많아야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개인거래 등으로 게임 내 시장이 순환됩니다. 

즉, 유저가 있어야 게임사회가 유지됩니다. 게임을 그만두는 이유만큼 유저들이 게임을 하고 있는 이유가 다양합니다. 유저들이 떠나지 않도록 귀를 열어두고 목소리를 드는 것이 중요한데, 게임사들은 유저들의 기대만큼 하고 있는 곳이 많지 않습니다.

게임 시장이 커지고 유저들의 요구가 많아지는 만큼, 게임사의 노력도 더욱 필요해 보입니다. 

김동준 기자  kimdj@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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