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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TV, 이제 카메라에 게임을 담는다
길용찬 기자 | 승인 2018.11.07 12:23

2003년이었다. KBS 아침마당에 임요환이 출연해 "사이버머니 1억 넘나요?", "현실에서 사람을 죽이고 싶을 때가 있나요?" 등의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프로게이머란 직업과 e스포츠가 낯선 시기였다.

그리고 15년이 흘렀다. 어느새 세상은 바뀌어 이제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게임을 품에 안기 위해 프로그램 경쟁에 나서고 있다. 게임에 등장하는 단어나 캐릭터들이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에서 활용되기에 이르렀다.

2016년부터 SBS에서 1년간 방영한 '게임쇼 유희낙락'을 신호탄으로, 2018년 들어 게임은 본격적으로 지상파에 진출하고 있다. 리그오브레전드 아시안게임 시범경기를 KBS와 SBS가 동시 중계하면서 큰 화제가 되었으며, 게임 소재 예능 및 e스포츠 프로그램까지 연이어 신설되고 있다.

게임 소재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송사는 SBS다. LoL 아시안게임 경기에서 방송시간을 최대한 편성해 중계했으며, 11월 1일부로 아프리카TV와 함께 e스포츠 공동사업을 위한 합작법인 'SBS-AfreecaTV'를 설립했다.

SBS의 e스포츠 사업이 진행되는 통로 중 하나가 'e스포츠매거진 G.G'다. 지상파 최초의 e스포츠 전문 프로그램이며, 김동준-이현우 해설과 전 프로게이머 '매드라이프' 홍민기 등 게임채널에서 볼 수 있던 중계 팀이 지상파에 모습을 비춘다. 지난 5일 첫 방송했으며 매주 금요일 0시 5분에 시청자를 찾아간다.

MBC의 변신도 주목받고 있다. MBC와 액토즈소프트가 합작해 3일 새벽부터 방영을 시작한 '비긴어게임'은 게임을 소재로 한 본격 예능 프로그램이다. 김희철, 신동, 김준현 등 유명 방송인과 아이돌이 출연해 함께 게임을 플레이하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MBC는 예전에 PC방 전원을 내리기도 하지 않았나"라며 웃음을 자아낸 김희철의 말처럼, 게이머들에게 인식이 좋지 않던 MBC마저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상파 방송국들이 적극적으로 게임에 눈을 돌린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해석된다. 첫째는 수익 저조로 인해 새로운 시장 개척에 눈을 돌리는 움직임이다. 지난 10월 방통위 국정감사에서도 지상파 3사의 운영 악화로 인한 중간광고 허용 여부가 이슈로 떠올랐다. 어려운 재정 상황에서 현재 엄청난 규모로 떠오른 게임 시장과 연계하려는 움직임은 어찌 보면 필연적 선택이자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볼 수 있다.

둘째로는 게임을 좋아하던 젊은 세대가 이제 구매력을 갖췄다는 점이다. 현재 광고 시장에서 2049세대가 최고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지 몇 년이 지났다. 한 케이블채널 관계자는 "이제 젊은 프로그램에서 전체 시청률은 그저 참고일 뿐이고, 2049 타깃 시청률에 따라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당장 큰 효과를 나타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아직 새벽에 머무르는 방영 시간부터 시청에 어려움이 있고, 중요한 지표는 아니라고 하나 전체 시청률이 아주 낮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종편과 케이블 등 시청자의 선택권이 많아진 시기이기 때문에 빠르게 주목받기는 어렵다.

그러나 게임의 지상파 진출은 상징을 넘어서 장기적 관점으로 의미가 크다. 사회 전반에서 아직 게임에 대한 인식이 마냥 밝지 않다. 게이머와 비(非)게이머의 공감대 형성 역시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모든 연령을 아우르는 지상파에 게임 정보가 자리잡는다는 것만으로 폭넓은 게임 문화 형성에 한 걸음 나아갔다고 할 수 있다.

'게임은 몰라도 임요환은 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지금 젊은 세대는 LoL을 몰라도 페이커는 안다는 말이 있다. 시대는 바뀌어도 젊은 세대에게 게임이 가지는 파급력은 상당하다는 의미가 된다.

서서히 사회적으로도 게임의 영향력과 잠재력을 인정받으며,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아직은 조금 먼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게임과 방송이 점차 거리를 좁혀나가며 세대 간의 벽을 조금이나마 허물 수 있는 계기를 만들며 잠재적 시장을 키워나갈 수 있길 기대한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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