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지스타에 볼 게임 없다"는 말은 몇년째 줄곧 흘러나온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관객들이 신작을 시연할 수 있는 부스는 대형 게임사 중 넥슨과 넷마블이 전부였고, 그중 시연작은 모두 모바일 플랫폼이었다. 국내 게임계의 현실적인 흐름이지만, 작품성 있는 새로운 게임을 원하는 게이머라면 아쉬운 것도 당연하다.

시연장을 돌아다니면서 이질적이라고 느낀 게임이 있다. 모바일이지만, 멀티플레이는 아니다. 해외 인디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료 패키지 구매 방식. 국내 대형 게임사에서는 흔치 않다. 큰 예산을 들이지 않았지만, 고유의 개성과 재미도 선명하다.

그래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도 있었어"라고 말할 수 있다. 넥슨 부스에서 만난 네오플의 데이브, 그리고 네 개의 탑 덕분에.

네오플의 새로운 시도가 처음 세상에 나온 것은 2016년 지스타였다. 이블팩토리와 애프터디엔드. 이블팩토리는 첫 술에 배가 불렀다. 레트로 스타일의 2D 도트 그래픽으로 화려한 액션과 저렴한 부분과금을 선보이며 국내 모바일게임 공식에서 탈피했고, 유저 리뷰 역시 호평을 받아내면서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100만을 넘었다. 

애프터디엔드는 기계와 마법이 공존하는 시대에서 고대 문명의 비밀을 탐사하는 3D퍼즐액션이었다. 네오플의 유료 모바일게임은 여기서부터 시작했다. 유료 게임 특성상 다운로드는 한계가 있었고 개선할 점이 많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기승전결이 완성된 한 편의 작품을 보여주면서 가능성을 제시하기에 충분했다.

지스타 2018에 등장한 데이브와 네 개의 탑은 한층 성장한 디테일로 돌아왔다. 데이브는 고대 문명을 찾아 잠수하는 해양 탐사 어드벤처로 아기자기한 해양 생태 표현과 독특한 장비 사용 컨트롤이 눈에 띈다. 

네 개의 탑은 대사와 설명 없이 감성적 스토리와 연출을 표현한다. 4개 속성으로 나누어진 탑은 대지, 물, 불, 바람 속성과 관련된 퍼즐이 배치될 예정이고, 아름다운 퍼즐 아트워크와 섬세한 사운드가 주목 포인트다. 두 게임 모두 유료로 판매될 싱글 게임이다.

네오플 황재호 디렉터는 스팀 플랫폼 서비스에 대한 질문에 "도전하고 싶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할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데이브는 내셔널지오그래픽과의 협업으로 화제가 될 여지도 있고, 해양 탐험 특성상 스트리밍 등을 통해 입소문이 퍼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네 개의 탑 역시 해외 유저가 받아들이기에 장벽인 부분이 없는 보편적 감성을 담았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다. 

아직 그들의 발걸음에 레드카펫이 깔린 것은 아니다. 글로벌 저예산 게임 시장에서 완전히 최상위권이라고 할 만한 품질까지 오진 않았고, 해외 유명 인디게임 몇몇의 디자인이나 분위기와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시도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던 시기에 비해 가능성은 차원이 다르다.

국내 대형 게임사 대부분이 모바일 부분유료화 게임에 집중되는 흐름이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주식 포트폴리오 격언처럼, 과열된 경쟁에서 적은 예산으로 길을 하나 더 내는 것은 게임계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살아남기 위해 중요하다. 

인디게임은 아니지만 인디 정신을 발휘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웰메이드 게임이 더 많이 등장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이 시도가 성공한다면 다른 대형 게임사도 흐름에 동참할 여지가 있고, 인디게임 시장 역시 활성화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메인 메뉴가 아니면 요리로서 주목받기 힘든 지 오래 되었다. "샐러드 먹을 배가 있으면 소갈비를 한 점 더 삼켜라"가 정석인 뷔페식당의 주인처럼, 국내 게임계는 최대한의 매출을 얻을 수 있거나 보편적으로 많은 유저가 즐길 수 있는 장르의 게임을 개발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왔다. 

다른 한쪽에서 진행 중인 네오플의 '사이드 메뉴 연구실'에 기대하는 이유도 같은 선상에 있다. 메인 메뉴는 가장 중요한 요리지만, 오직 고기만 먹고서 사람 몸이 건강하게 유지되기는 어렵다. 병이 들기 전에 다양하게 먹어야 한다. 

국내 게임계는 새로운 영양을 공급할 때가 됐다. 비타민도, 무기질도 필요하다. 대형 게임사들이 하나둘씩 이런 메뉴를 개발한다면 게임 획일화를 피하면서도 새로운 시장 진출 가능성이 열린다. 때로는 잘 만든 디저트가 메인 메뉴를 제치고 주력 메뉴로 떠오르기도 한다. 국내 셰프들이 새롭게 솜씨를 낸 한 접시가 식탁에 올라올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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