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관련 유명인들에게 죄송하지만 다른 적절한 단어가 없다. '혜자'냐 '창렬'이냐, 국산 모바일게임을 발표할 때마다 이 프레임에서 소개될 때가 많다. "우리는 혜자 게임이다", "무과금도 아무 문제 없이 즐긴다" 등. "과금했을 때 어떤 멋진 것을 제공한다"는 내용은 뒷전으로 밀리기 마련이다.

과연 유저 만족도는 게임 상품이 얼마나 저렴하느냐에 비례할까? 조금 창렬하면 바로 악평이 나오고, 한없이 혜자스러우면 대부분 '갓겜'이라고 칭송받을까?

스타일 배틀 소셜게임 아이러브니키(중국명: 기적난난)에서 2016년 말 복주머니 판매 이벤트를 실시한 적이 있다. 내용물을 보자. 의상세트 5종 구성이다. 그중 딱 한가지는 최상급 성능인데, 무조건 유료 구매다. 심지어 5종 중 무작위로 아이템을 얻는다. 원하는 의상세트를 확정으로 얻으려면 최대 5종을 전부 구매해야 한다. 가격은 무려 11만원에 달한다.

요약하면, 여러 게임에서 유저들이 창렬하다고 욕하던 모든 요소를 종합한 완성판이었다.

뒷일을 상상해보자. 유저들은 창렬한 과금유도 게임이라고 떠났을까? 이런 양심 없는 가격에 대해 많은 성토와 논쟁이 벌어졌을까?

그런 일은 없었다. 많은 유저들이 환호하면서 결제 버튼을 눌렀다. 예쁘니까. 이후 거듭되는 과금 유도에 논란도 있었지만 당시 복주머니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성공했다.

유저의 성향 및 욕구는 장르와 게임마다 다르다. 비슷하게 과금을 유도하는 상품처럼 보이는데 어떤 게임은 박수를 받고, 또 다른 게임은 분노한 유저를 달래기 위해 애를 먹기도 한다. 그것을 미리 파악하기 어렵다 보니 운영을 잘한다고 평가받는 국산게임은 손에 꼽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고민이 필요하다. 결국 '퀄리티'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나친 혜자 정책은 오히려 게임사와 유저 모두에게 악영향을 주기도 한다. 최대한 유저를 위한다는 취지에서 과금이 거의 필요 없게 만들었지만, 결국 사업 문제로 일정 이상 수익이 필요해지고 예정에 없던 과금 모델이 급히 추가되면서 유저가 배신감을 느끼고 이탈하는 사례가 많다. 유저들이 "무과금도 모두 즐길 수 있다면서 좀 지나니 뒤통수를 쳤다"고 불만을 내놓은 게임 중 상당수가 이런 경우다.

2015년 슈퍼판타지워는 블랙쿠쿠라는 밸런스 붕괴 장비 뽑기를 새로 내놓은 적이 있다. 무과금도 모든 캐릭터를 즐긴다는 원칙을 뒤집어 콜라보레이션 캐릭터를 11만원 패키지로 묶어 팔면서 초반 호평이 빠르게 사그라드는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 그밖에도 무과금 유저를 사로잡기 위한 원칙을 전면에 내걸었다가 지키지 못하거나, 혹은 지키려다가 더 무리가 있는 과금 상품을 내놓게 되는 예는 많다.

결국 처음부터 그려야 할 그림은 두 마리 토끼 잡기다.

1) 과금 유저가 돈 쓴 보람을 느끼게 할 것.
2) 무과금 유저가 돈 쓸 필요를 느끼지 않게 할 것.

완전히 모순되는 조건처럼 보인다. 하지만 게임 기획부터 염두에 두고 설계한다면 충분히 양립할 수 있으며, 실제로 성공 사례는 많다. 치밀한 설계와 과금 상품의 품질에 달렸다.

지난해 소녀전선은 중국산 혜자 게임이라고 입소문이 퍼지며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소녀전선은 단순하게 무과금 유저에게 '퍼주는' 방식이 아니다. 과금 구조를 여느 게임보다 치밀하게 짠 게임이다. 크게 2개 부문에서 보석 재화를 소모시킨다. 제대 및 숙소 확장 같은 편의 기능, 그리고 스킨. 그중 편의 기능은 무료 수급 보석으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을 만큼 아슬아슬하게 조절했고, 대신 원하는 스킨을 얻으려면 과금이 필요하도록 설계했다.

개발사인 미카팀은 소규모로 시작했고 개발 기술이 특출난 것도 아니었지만 이런 방식을 통해 아시아 각지에서 꾸준한 고수익을 냈다. 기본적으로 게임 설계가 잘 되었으며, 과금 상품이 위화감 없이 스며들었다. 스킨은 성능과 아무 관련이 없지만 구매 욕구를 자극했기 때문에 유저들이 지갑을 열었다.

국내에도 고정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대만 개발사 레이아크의 경우 처음부터 혜자 게임에 중점을 두지 않았다. 디모, 사이터스2, 스도리카 등에서 추가 과금은 비싼 편이라는 평을 받고 무과금 유저가 편안하게 즐기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추가 콘텐츠를 구입했을 때 제공하는 압도적인 퀄리티로 불만을 잠재웠다. 그중 스도리카는 한정 캐릭터 뽑기도 자주 실시하는 RPG 장르지만 결국 게임성과 연출력이 본질이라는 것을 일깨웠다.

물론 이 법칙이 모든 모바일게임 장르에 통용되지 않는다. 캐릭터에 애착이 없고 액션과 효율적 성장을 중시하는 유저가 많은 게임이라면 스킨 비주얼 판매가 비용 대비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경우는 시간 단축과 편의 기능이 주요 상품이 된다.

중요한 점은, 어떤 장르든 균형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유저가 과금으로 행복해 하는 수단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개발 초창기부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것이다. 유저에게 사랑받는 게임이 되기 위해서 잘 만드는 것은 기본이다. '오래' 사랑받기 위해서는 돈을 지불한 유저에게 어떤 식으로 보답할지에 대해 계속되는 연구가 필요하다. 성능이 아니라도 효율, 감성, 비주얼 등 건드릴 만한 욕구는 다양하다.

"와 대단하다, 제발 내 돈 가져가라"는 말을 유저에게 듣는 게임이 많아질수록 게임계는 건강해진다. 사행성 아이템이 규제의 압박을 받는 시점에서 결국 모두가 고민하고 나아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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