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의 모바일게임에서 '참신하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오랜만이다. 컴투스의 신작 댄스빌은 오직 음악과 춤으로 소통하는 세계관의 이야기를 다루는 소셜게임이다.

플레이 방식부터 기존 게임과 개념이 다르다. 실시간 소통 공간인 공원에 가면 이미 차원을 뛰어넘은 선곡과 댄스가 즐비하다. 소셜게임의 주무기인 내 공간 키우기와 친구 콘텐츠는 아직 약하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할까. 모처럼 '즐긴다'는 개념 자체에 충실한 게임이 나왔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럽다.

춤과 음악을 직접 만들어 주고받는 게임에서, 제작 자유도가 무한에 가까운 것만으로 기본기는 합격점이다. 그중 눈에 띈 것은 음악이다. 각기 소리가 다른 세션이 300여 가지에 육박하고, 조합해서 어떤 음악이든 만들어낼 수 있다. 그래서 생각했다. 직접 만들어서 기록을 해보자고.

이것 때문에 피아노 먼지털이를 할 줄은 몰랐다
이것 때문에 피아노 먼지털이를 할 줄은 몰랐다

첫 뜻은 창대했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집 한구석에 20년 살던 피아노의 먼지를 털어내고 악보 몇 개를 두드려보기도 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너무 긴 곡은 편곡까지 생각하면 언제 완성할지 가닥도 잡히지 않는다. 작곡가 지망생도 아니고 아예 처음 해보는데, 생업이 바쁜 입장에서 몇십 시간 동안 곡 하나를 붙잡을 수도 없는 일이니.

계획은 소박해졌다. 좀 알려진 곡 하나 간단한 멜로디 따서 세션 몇 개 넣어 편곡을 해보기로. 곡은 방금 전까지 흥얼거리던 러블리즈의 '아츄'로 정했다.

막상 해보니 이것도 잘못 고른 느낌이 강했다. 편하게 들을 때는 몰랐는데, 짧은 8마디 속에서 무슨 한 박자마다 코드 진행이 기상천외하게 요동쳤다. 후렴구에만 코드 10개를 쓰는 가요는 처음 봤다. 역시 윤상 곡은 건드리는 게 아니었다.

그래도 진행하기로 했다. 이미 곡 선정에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고, 어떻게든 되겠지 싶은 마음이었다. 퀄리티가 어떻든 만들었다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코드 구현은 포기했고 C장조로 맞춘 다음 빠르게 멜로디부터 채워나갔다.

지금 돌아보면 후회된다. 아, '링딩동'이나 만들 걸. 2마디 무한반복하면 끝나는데.

MEMO :
코드가 간단한 곡을 고르거나 만들자
간단한 비트를 먼저 깔고 멜로디를 얹자

피아노 몇 년 쳤고 드럼매니아를 몇백 판 했고 이런 것들은 모두 부질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작곡은 실전이고, 초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생각나는 대로 멜로디부터 집어넣은 것도 실수였다. 뒤늦게 비트를 넣으려니 박자가 따로 놀아서 다시 멜로디를 고쳐야 하는 일이 생겼다.

우여곡절 끝에 비트를 넣었다. 다양한 박자로 시험했지만 모두 모호해서 보편적인 '쿵쿵짝쿵'으로 통일했다. 스네어로 쿵, 하이햇으로 짝. 심플한 박자가 최고였다. 물론 복잡하게 하기는 능력이 부족했다.

코드를 포기하기로 했지만 이대로는 너무 허전했다. 베이스를 넣어 보기로 했다. 화음 필요 없고, 단음으로만 따라가면서 소리만 보완해주는 방식으로. 들어보니 딱히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밖에 다양한 사운드를 넣어보고 싶었지만 계속 불협화음만 양산되는 통에 여기까지만 하기로 했다.

마치 민둥산의 가을바람처럼 어딘가 비어 있는 황량한 아츄가 만들어졌다.

결론적으로 재미있었다. 그리고 새로웠다.

비록 만들다만 퀄리티가 되었고 처음이라 시간도 많이 썼지만, 음악을 만든다는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다. UI가 편한 것이 최고 장점이었다. 수많은 악기 조작을 효율적으로 모바일 화면에 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다. 결국 간단한 작곡 프로그램이라고 봐도 될 만큼 깔끔하고 쉬운 음악 제작 화면이 태어났다.

작곡이 정 어려우면 남이 만든 것을 받아서 즐기면 된다. 이미 능력자들이 세상 웬만한 곡은 다 만들고 있다. 기존 소셜게임과 또 다른 특징은 창작자와 소비자의 주고받는 소통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소비자는 언제든 스스로 창작할 수 있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다음 목표는 자작곡이다. 물론 짧고 서투르겠지만, 의식의 흐름대로 어떤 소리가 탄생할지 지켜보고 싶다. 음악 가지고 노는 재미를 알게 된 것 같다.

저작권자 © 게임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