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스팀(Steam)’은 온라인게임 유저들에게 그리 대중적인 플랫폼은 아니었다.

밸브 코퍼레이션에서 지난 2003년부터 운영 중인 스팀은, 2010년 한국어를 지원하면서 국내 유저들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팀 포트리스2’,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CS:GO)’ 등의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인지도를 높여왔다.

스팀이 국내 유저들에게 대중적인 플랫폼이 된 결정적인 계기는 2017년부터 얼리액세스(Early Access) 버전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펍지주식회사의 ‘배틀그라운드’ 때문이다.

배틀그라운드는 출시 이후 스팀 최초로 동시접속자 수 300만 명 돌파, 누적 판매량 5,500만 장(PC, 콘솔 포함) 등 대다수의 기록을 갈아치우며 국내 유저들에게 확실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스팀 플랫폼을 활용해 게임을 서비스할 때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강점은, 배틀그라운드의 사례에서 드러나듯 글로벌 시장 진출에 용이하다는 점이다.

배틀그라운드는 얼리액세스 버전 이후 별다른 마케팅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게임성을 인정받아 인기를 얻었다. 그 결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은 물론, 국내 역시 퍼블리싱이나 정식 오픈을 시작하기도 전에 수많은 유저들의 관심을 받는 흥행 게임으로 자리 잡았다.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역시, 스팀 플랫폼의 성공적인 활용 사례로 분류된다. 검은사막은 현재 약 150개 국가에서 12개의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으며, 매출의 80%가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북미·유럽 지역에서 스팀 판매량 120만 장을 돌파하는 등, 해당 플랫폼에 익숙한 북미·유럽 지역의 유저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밖에도 엔에스스튜디오의 FPS 게임 ‘블랙스쿼드’가 2017년 스팀 출시 이후 6개월 만에 55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으며, 동시접속자 수 1만 명을 유지하는 등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넥슨의 ‘메이플스토리2’ 또한 지난해 10월 스팀 출시 이후 가입자 수 100만 명을 돌파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배틀그라운드와 검은사막, 블랙스쿼드 등의 게임이 스팀 플랫폼을 활용해 이 같은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여전히 국내 게임사들의 스팀 진출은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시장 분석’이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모바일게임과 온라인게임의 경쟁도 분명 치열하지만, 스팀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수 만개의 게임이 경합을 펼칠 정도로 과포화 된 상황이다.

더군다나 글로벌 유저 각각의 니즈에 일일이 대응하며 서비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며, 스팀 플랫폼으로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성향상 게임의 퀄리티에 보다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미는 경향이 있다.

일례로 국내 시장에서 이미 한 차례의 실패를 경험한 바 있는 스마일게이트의 ‘마블 엔드 타임 아레나’가 스팀으로 재출시되었으나, 별다른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서비스 1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오는 2월 25일 서비스를 종료한다.

즉, 스팀은 결코 만만하게 생각하고 도전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며, 신규 시장 진출을 위해 게임사가 고민하고 감수해야 할 부분이 상당하다. 때문에 스팀을 우선순위에 두고 게임을 개발한다면 애초부터 글로벌 시장과 해외 유저를 겨냥한 시스템이나 기획이 필요하다. 게임의 시작부터 큰 선택을 해야하는 문제다.

스팀의 수수료 정책 역시, 발목을 잡는다. 스팀은 게임사의 전체 매출 중 30%를 수수료로 가져가고 있으며, 해당 게임의 수익이 특정 수치 이상으로 상승할 경우 최소 20%까지 수수료를 낮춰주고 있다.

스팀의 수수료 문제는 비단 국내 기업들에게 국한된 이슈는 아니다. 최근 에픽게임즈가 개발자에게 88%의 수익을 보장하는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내놓으면서, 유비소프트의 ‘톰 클랜시의 디비전2’와 딥실버의 ‘메트로 엑소더스’, 스카이바운드 엔터테인먼트의 ‘워킹데드: 파이널시즌’ 등이 서비스 플랫폼으로 스팀이 아닌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선택한 바 있다.

모바일 플랫폼에서 수수료 문제로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문제가 있었는데, 스팀 역시 매출의 일정 부분을 플랫폼에 내어줘야 하는 만큼 쉽게 결정할 부분은 아닌 것이다.

이 밖에도 국내 게임사에서 스팀에 게임을 출시할 경우, 유저 관리 측면에서 자연스럽게 글로벌 유저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내 유저들의 반발이 존재할 수 있다.

이렇듯 스팀에 진출하기까지 결정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스팀은 지난해 DAU(Daily Active Users) 4,500만 명을 기록하는 등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플랫폼으로 매력적인 시장이다.

다만 스팀에 진출하려는 국내 게임사들의 태도와 인식이 변화할 필요는 있다. 위에서 언급한 스팀에서 성과를 거둔 게임들의 경우, 배틀그라운드를 제외하면 대부분 스팀 시장을 겨냥해서 출시했다기 보다 국내 시장에서 다소 아쉬운 결과를 남겼던 게임을 재출시한 형태에 그친다.

물론, 어느 정도 재정비 과정을 거쳐 출시한 만큼 보다 완성도 높은 게임성을 바탕으로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것은 맞지만, 아직 온라인게임의 경우 모바일처럼 글로벌을 우선순위에 두고 개발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단순히 스팀 플랫폼이 아니더라도 온라인게임 역시 이제 관점을 바꾸어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이해하고 공략하려는 시도가 동반돼야만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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