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의 143번째 신규 챔피언, ‘사일러스’는 상당히 복잡한 배경의 인물이다. 

종신형으로 죽음을 기다리던 사일러스는 럭스의 마력을 훔쳐 탈옥해, 자신의 조국 데마시아를 혁명으로 뒤엎고자 한다. 국가 규모의 권력을 홀로 상대하는 반역자라는 콘셉트로 인해 언뜻 보면 다른 게임에도 흔히 등장하는 배드애스(Badass) 속성 캐릭터 중 하나인 것처럼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관 속 데마시아는 자타공인 정의 마니아 ‘가렌’의 조국이며 명예, 의무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나라다. 불명예를 금기시하는 특유의 풍토가 나라 전체에 자리 잡은 만큼 사일러스의 종신형 사유 또한 명예롭지 못한 일이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하지만 데마시아가 정의한 ‘불명예’의 기준이 누군가의 평범한 일상이라면, 그 기준을 선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종신형을 받기 전, 사일러스는 자신의 마력으로 데마시아의 불명예인 마법사를 색출하는 임무에 투입됐다. 국민들은 단순히 마력을 지녔다는 이유만으로 처벌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사일러스는 부자, 유명인 등의 상류층은 법망을 피해가는 위선적인 광경을 목격한다. 이후 마력 척결관으로부터 소녀를 지키려다 수감됐던 사일러스는 데마시아의 진정한 정의를 위해 반역자의 삶을 선택한다.  

사일러스뿐 아니라 데마시아의 위선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단서들은 협곡 곳곳에 숨겨져 있다. 데마시아의 대표 영웅 가렌의 궁극기 ‘데마시아의 정의’는 역설적이게도 마법 피해로 적용되며, 여동생인 럭스는 게임 내 손꼽히는 AP 누커 챔피언 중 한 명이다. 같은 마법을 보유했지만 출생 신분이 다르다는 이유로 인생 자체가 바뀌어버린 셈이다. 

이에 반해 반면 데마시아와 불구대천 지간인 녹서스 이미지는 유저들 사이에서 재평가되고 있다. 출신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데마시아와 달리 실력만 있다면 최고의 자리까지 보장하는 녹서스의 풍토는 국내 ‘흙수저’ 유저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또한 녹서스가 인정하는 ‘힘’의 형태는 비단 무력뿐만이 아니다. 데마시아가 배척하는 마법을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활약할 경우 신분, 출신, 배경과 상관없이 국민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다. 실제로 녹서스의 삼두정치 중 ‘무력’을 상징하는 다리우스는 항구 도시의 고아 출신이며 리븐 역시 실력과 하나로 산비탈 농장에서 벗어나 황제에게 룬소드를 하사받기에 이른다. 

실적에 대한 보상이 확실하다 보니 녹서스 출신 챔피언의 애국심은 가렌과 자르반에 뒤처지지 않는다. ‘녹서스식 외교’나 ‘녹서스의 단두대’처럼 스킬에 국가명을 붙이거나, 카시오페아처럼 끔찍한 저주를 당할지라도 녹서스에 여전히 충성을 멩세하는 경우도 있다. 

대다수의 AOS 게임이 세계관으로 절대선(善), 절대악(惡)의 대립을 선택하는 점을 감안한다면 리그오브레전드의 배경은 필요 이상의 디테일을 추구했다고도 볼 수 있다. 아군 넥서스가 부서지고 있는 와중에 데마시아와 녹서스의 통치 이념을 궁금해할 유저가 누가 있을까.

하지만 세계관의 확장이 불필요한 작업이며 흥행에 악영향 미칠만한 요소라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호드’와 ‘얼라이언스’로 대표되는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 IP(지식재산권) 사업은 게임을 넘어 소설, 코믹스, 영화 등으로 뻗어나간 OSMU(One Source Multi Use)의 대표적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 무고한 희생자라 평가받던 아이오니아 내부에서도 바스타야와 인간들 사이의 반목이 커지면서 내전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특히, 쉔을 필두로 조직된 킨코우 결사단이 중립성을 이유로 자국민의 피해를 무시한 반면, 악의 대명사로 여겨진 제드가 오히려 녹서스에 대응하면서 챔피언을 향한 유저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이러한 패턴의 리그오브레전드의 세계관의 확장 코드는 ‘다양성’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만약 일반 AOS 게임처럼 두 세력의 대결을 선과 악, 단순한 이분법 구도로 표현했다면 데마시아와 녹서스는 청팀, 백팀처럼 단편적인 진영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라이엇게임즈의 스토리텔링 방식 아래 리그오브레전드 내 세력과 챔피언들은 서로 복합적인 관계를 맺게 됐다. ‘애쉬, 전쟁의 어머니’를 시작으로 유니버스 확장에 박차를 가한 만큼 매년 블리즈컨을 뒤흔드는 호드와 얼라이언스의 외침처럼 녹서스와 데마시아 또한 롤드컵에서 울려 퍼질지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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