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게임의 정식출시에 앞서 ‘얼리액세스’를 선택하는 게임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소규모 인디 게임뿐 아니라 배틀그라운드, 포트나이트, 어센던트원 등의 대형 타이틀까지 얼리액세스로 공개됐고 KOG의 커츠펠 역시 1분기 내 같은 방식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자동차가 출고되기 전 여러 테스트를 거치듯 게임 또한 정식출시에 앞서 다양한 테스트 과정을 거친다. 알파 테스트부터 최종 단계라 할 수 있는 오픈베타까지 시스템의 결함과 불편사항을 종합적으로 점검한다. 

이중 얼리액세스는 최근 부각되고 있는 방식인데, 활성화 된 시기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13년 밸브가 스팀으로 시작한 얼리액세스는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과 유사하게 진행됐다. 크라우드 펀딩처럼 아이디어를 공개하고 후원금을 지원받는 대신 개발 진척 상황이 담긴 테스트 버전을 제공하는 교환 형태다. 

크라우드 펀딩과 과정 자체가 유사하다 보니 시스템의 장, 단점도 유사하다. 기본적으로 얼리액세스의 궁극적 목표는 개발자와 유저 간의 ‘WIN-WIN’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얼리액세스로 게임사는 부족한 개발비를 보충할 수 있으며, 이에 참여한 유저들은 다른 유저들보다 먼저 플레이할 수 있는 권한을 얻는다. 

특히, 얼리액세스 과정이 순탄하게 이뤄졌을 경우 개발과정에 투입되는 시너지 효과는 흥행의 열쇠가 될 가능성이 높다.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가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당시 배틀그라운드는 얼리액세스에 참여한 유저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대대적인 개선 업데이트를 진행해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얼리액세스가 배틀그라운드의 흥행을 견인했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정식출시 버전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적극적으로 활용된 것은 사실이다. 100인 규모의 배틀로얄 게임인 만큼 정식출시 전 많은 플레이 데이터를 필요로 했는데 비공개테스트로 개선 작업에 필요한 데이터를 충분히 얻기 어려웠을 것이다. 

어센던트원 역시 데이터를 얻기 위해, 얼리액세스 방식을 선택한 사례다. MOBA는 PvP 중심 콘텐츠 특성상 밸런스 문제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전 유저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얼리액세스를 진행해, 변수나 밸런스를 체크했다. 

이처럼 정식출시 전 데이터를 얻기 위해 얼리액세스를 선택한 사례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얼리액세스 방식은 소규모 게임사의 개발비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게임사는 개발 비용을 지원받고 유저는 회사의 주주처럼 일정 기간마다 개발 상황을 테스트 버전으로 확인함으로서 이상적인 피드백 과정을 구축해 나간다.

서로가 가장 원하는 부분을 채워준다는 점에서 WIN-WIN에 가까운 방식인 것은 사실이나, 모든 시스템이 그렇듯 얼리액세스 역시 맹점이 존재한다.

우선 얼리액세스 방식은 최종 결과물을 받기 전 투자를 진행하기에 ‘계약’이 아닌 신뢰를 바탕으로 한 ‘약속’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간단히 말해 금액을 지원하더라도 출시 일정이나 개발 콘셉트를 결정하는 것은 유저가 아닌 전적으로 개발사의 결정으로 진행된다. 예고했던 일정이 재량에 따라 미뤄져도 개발을 촉구할 강제성이 없어, 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또한 결과물이 개발사가 약속했던 퀄리티로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록맨의 아버지’ 이나후네 케이지 손에서 만들어진 마이티넘버9의 이야기는 얼리액세스의 위험성을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밈(meme)이 된지 오래다.

무엇보다 유저들이 사기에 가까운 결과물을 받게 되거나 후원 프로젝트가 취소되더라도 개발사가 적극적으로 환불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약관 및 정책으로 인해 지원금을 돌려받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개발사가 입어야 할 피해를 유저가 대신 입는 최악의 경우가 발생하는 셈이다.

물론 모든 얼리액세스 게임이 사기에 가깝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배틀그라운드를 비롯해 ‘던그리드’, ‘다키스트 던전’, ‘더 롱 다크’ 등 각자의 장르에서 수작으로 평가받는 작품들은 얼리액세스가 없었다면 출시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스팀, 킥스타터, 텀블벅 등 얼리액세스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는 어디까지나 플랫폼일 뿐, 유저와 개발사간의 관계를 중재해주지 않는다. 때문에 개발사가 제공하는 자료를 신뢰하기보다 공개된 버전과 업데이트 주기를 직접 파악해, 구매의사를 결정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실제로 스팀은 얼리액세스 게임을 구매하기에 앞서 ‘지금 당장 플레이할 만한 게임인가’, ‘게임이 얼마나 자주 업데이트되는가’ 등 점검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을 참고하도록 제시한 바 있다. 

정식출시에 비해 얼리액세스 절차가 여러모로 피곤한 것은 사실이다. 또한 같은 장르의 경쟁작 사이에서 잠재적 위험성을 감내하면서까지 후원금을 지원하는 것은 보통의 애정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사항이다. 

아직 얼리액세스에 대한 제도적 구제 방안이 미흡한 단계인 만큼 때문에 테스트 버전을 구매해야 하는 얼리액세스 타이틀이라면 구매에 앞서 보다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저작권자 © 게임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