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 시대에 하나의 게임사가 여러 게임을 동시에 서비스하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다. 게임 출시 사이클이 빨라지면서 규모를 불문하고 선택의 갈림길이 생기며, 그에 따른 고민도 깊어지기 마련이다. 

특정 장르에 편향된 라인업은 회사의 약점을 만들 수 있다. 한정된 타겟 속 내부 경쟁이 심화되어 투자 대비 확장성이 떨어지거나, 게임계 지각변동에 따라 대세 장르가 바뀌어 타격을 입는 일도 종종 생긴다.

'롱런 마이너 장르' 타겟팅이 중요해지는 것도 그런 이유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 격언은 현재 게임사에도 적용된다. 

넷마블의 주력 라인업은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과 리니지2 레볼루션이다. 하지만 그보다 약간 아래에서 오랜 시간 꾸준한 매출로 안정감을 부여하는 게임들이 있다. 모두의마블, 그리고 페이트/그랜드오더(이하 페그오)가 그렇다. 두 게임의 타게팅과 유저 성향은 정반대지만, 롱런 마이너 장르의 강점을 대표적으로 드러내는 공통점을 가진다.

모두의마블은 동명의 PC온라인게임에서 시작되었는데, 모바일만 해도 어느덧 7년차에 접어든 게임이다. 2013년 6월 출시해 선풍적 인기를 끌었고, 지금도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10위 안팎을 오르내리면서 장수 흥행게임의 대명사로 불린다.

모두의마블의 롱런 요인으로는 시장 선점, 승부욕을 자극하는 게임성, 빠른 업데이트와 이벤트 등이 꼽힌다. 게임 룰이 가볍지만 모바일 중 플레이타임은 긴 편이기 때문에 해당 타겟을 노린 마케팅과 홍보도 주효했다. 

메인 주제곡인 모마송은 놀라운 중독성으로 잠재적 소비자층에 어필했고 각종 홍보 영상도 캐주얼하고 외향적인 분위기를 강조했다. 매년 유명 스타들을 새로 기용해 모마송을 리메이크하며 여전히 젊고 트렌디한 게임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시도 역시 성공적이었다.

이후 국내외 많은 게임들이 보드게임 장르에 도전했으나 여전히 1인자 자리는 모두의마블이 쥐고 있다. 게임 스트리밍 시장이 커진 뒤 각종 인터넷방송에서 모두의마블을 소재로 한 콘텐츠가 인기를 끌며 복귀 유저가 늘어난 사례도 있다.

다만 확률과 행운 변수가 많은 게임에서 과금 의존도가 심하다는 지적이 줄곧 있고, 사행성이나 확률형 아이템이 화두로 떠오를 때마다 예시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벤트를 통한 재화 제공과 확정뽑기 기회를 늘리고 있지만, 점차 뽑기 시스템 안전장치 요구가 많아지는 시대에 모두의마블이 얼마나 더 많은 변화가 이뤄질지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페그오는 게임 자체가 코어 마니아 마케팅이 필요한 특성을 가지고, 그에 맞게 홍보를 진행해 성과를 거두고 있는 사례다. 모두의마블과 완전한 대척점에 섰다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 1년이 조금 넘었지만 현재 추세상 장기적 운영에 문제는 없어 보인다.

일본에서 엄청난 팬을 보유한 타입문의 페이트(Fate) IP를 집대성한 모바일 수집형RPG로, 일본 현지에서 2015년 출시 이후 매출 순위 최상위권을 놓치지 않고 있다. 이후 넷마블이 퍼블리싱 소식을 발표한 뒤 2017년 11월부터 국내 서비스 중이다.

사실 그래픽과 게임성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듣는 게임은 아니다. 페그오가 장기적 전망이 밝은 가장 큰 원동력은 'IP'의 힘과 '코어팬'의 충성도다. 그동안 쌓여온 방대하고 촘촘한 세계관을 토대로 나스 키노코의 스토리를 게임에 구현했고, 수집욕을 자극하는 캐릭터들을 전면에 배치했다. 

충성도 높은 팬들 입장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동기부여가 된 셈이다. 그리고 스토리 업데이트가 끝나지 않는 이상 일본 현지는 물론 국내에서도 롱런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페그오의 국내 흥행 잠재력을 파악하고 퍼블리싱을 결정한 순간 이미 절반의 성공은 이루어졌고, 나머지 절반은 위와 같은 특성을 파악한 마케팅으로 완성됐다. 광범위한 홍보보다 좁고 깊게 신뢰를 주는 방향이 중요했다. 오프라인 행사나 부스 이벤트를 통해 유저와 직접 만나고 대화하는 시간을 자주 가졌고, 여러 이슈 가운데서도 유저들을 붙잡는 데에 성공했다.

넷마블이 준비하는 차기작 구성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위와 같은 타겟과 장르 배분이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지 알 수 있다. BTS월드는 글로벌 여성팬들 타겟의 육성 시뮬레이션이고, 킹오브파이터즈 올스타는 수집과 대전액션을 결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예정이다. 

소위 '메인스트림'으로 취급되는 RPG 장르인 세븐나이츠2와 A3:STILL ALIVE 역시, 표면적 장르는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목표로 나뉜다. 각각 수집형과 PvP형 코어유저를 노리는 모양이다.

다양한 시도는 여러 장르의 게임을 출시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게임은 없기 때문이다. 

해당 게임을 오래 붙잡을 유저는 어떤 사람들인지, 그 유저층을 어떻게 분산 공략할 것인지 분석하는 작업은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다. 다양한 유저 타겟에서 롱런 게임이 많다는 것은, 곧 개발사의 롱런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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