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라는 말처럼 리그오브레전드의 변화된 메타는 트롤의 상징 중 하였던 ‘베인’을 1티어 챔피언으로 거듭나게 만들었다. 

지난 24일, 오랫동안 롤챔스를 봐왔던 유저라면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밴픽 소식이 들려왔다. 킹존의 ‘폰’ 허원석 선수가 아프리카와의 경기에서 1세트 미드 베인을 선택한 것이다. 

지난해 EU LCS에서 프나틱의 ‘캡스’ 선수가 미드 갈리오를 상대로 승리했던 바 있어, 가능성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신중함의 대명사인 LCK 무대에서 모습을 드러낸 만큼, 베인의 달라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해당 세트는 ‘기인’의 슈퍼 캐리로 패배하긴 했으나 중후반 한타마다 잘 성장한 베인은 계산하기 어려운 딜량을 선보이며, 다음 세트 밴까지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마스터 이, 티모, 블리츠크랭크, 아무무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과거는 뒤로 한 채, 프로조차 경계하는 픽으로 거듭난 셈이다. 

실제로 유저들 내 평가도 준수한 편이다. 원딜 챔피언 사이에서 높은 픽률과 50% 이상의 승률을 보유했으며, 밴률 역시 ‘루시안’ 다음으로 높다. 대부분의 분석 사이트 순위는 플래티넘, 다이아몬드 티어 이상의 유저를 대상으로 측정하기에, 이러한 베인 열풍이 단순히 ‘재미’만을 위한 선택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동안 베인이 저평가 받아온 근본적 이유는 극단적으로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인 챔피언 구조에 있다. 

안티 탱커에 최적화된 스킬은 초반 라인전 구도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려우며, 기본 방어력과 체력 수치 역시 하위권에 속해있다. 그렇다 해서 바루스, 애쉬처럼 이니시에이팅을 전담할 수도 없을 뿐더라, 루시안급 라인전 성능을 갖춘 것도 아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베인의 존재감은 가벼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원딜이 힘을 받는 ‘약속의 3코어’ 타이밍에서 베인의 캐리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개화한다. ‘몰락한왕의검-구인수의격노검-유령무희’로 ‘은화살’ 3타 효과를 쉴 새 없이 터트리는 베인은 딜러, 탱커 가리지 않고 녹여내며 전장을 지배한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특유의 빠른 경기 흐름이 돋보였던 시즌 초기에는 좀처럼 선택받을 일이 없었다. 게임이 짧아질수록 ‘왕의귀환’ 타이밍은 좀처럼 오지 않았다. 게다가 이렐리아, 아트록스, 르블랑 등 베인의 포지셔닝을 위협할 챔피언이 1티어로 등장하는 터라 이즈리얼, 루시안 대신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힘든 시기를 보내던 베인의 평가는 9.1 패치를 계기로 조금씩 전환되기 시작했다. 궁극기 ‘결전의시간’이 지속되는 동안 베인의 아이덴티티 스킬인 ‘구르기’ 쿨타임이 50% 감소해, 한타 시 안정적인 생존과 딜링 포지션을 보장받기 시작했다. 여기에 ‘고대유물방패’ 서포터 아이템의 준수한 성능과 ‘유령무희’에 생명선 효과까지 붙으면서 부실한 라인전 상성과 체력 역시 보강됐다. 

특히, 루시안, 이즈리얼 등 OP 챔피언으로 분류되던 원거리 챔피언들이 연이어 너프를 당하면서 베인의 평가는 급부상했다. 기존에 짊어졌던 ‘하이리스크’의 부담감이 현저히 줄어들다보니 약속의 3코어까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심지어 이렐리아, 아트록스 등 브루저 챔피언들의 하향으로 ‘탑 베인’ 가능성도 조명 받기에 이르렀다. 실제 프로 경기에서도 탑 니코와 함께 전술적인 픽으로 선택되었으며 한타 중반 이후 폭발적인 캐리력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기도 했다. 

이처럼 베인의 주목도가 오르면서 서포터 유저들 사이에서도 캐리력에 안정감을 더할 챔피언이 다양한 측면으로 연구되기 시작했다. 이니시에이팅과 보호를 담당하는 탱커 계열 챔피언과 유지력과 캐리력에 힘을 실을 마법사 계열 챔피언은 아군 베인의 보좌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어려 의견 중에서도 현재 프로들의 선택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서포터는 ‘브라움’과 ‘탐켄치’ 등 탱커 계열 챔피언이다. 물론 9.5패치의 여파로 고대유물방패 아이템의 체력 회복량이 감소했지만 베인 유저들의 치명적인 단점인 ‘앞구르기’를 커버하는 점만으로 다른 서포터들과 큰 차이를 벌렸다. 

한편으로 챔피언은 ‘트롤’에서 벗어났으나 파일럿의 클래스는 여전하다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성능이 다소 좋아졌다 하더라도 여전히 베인의 초반 라인전은 다른 챔피언에 비해 난도가 높다. 또한 어둠사냥꾼, 구르기 등의 스킬은 챔피언을 앞으로 보내라고 요구하겠지만 침착함이야말로 롤 유저의 최고 덕목임을 숙지해둘 필요가 있다. 

작년과 달리 한타 시 원거리 챔피언의 존재감이 강해지면서 베인과 함께 드레이븐, 트리스타나 등 평타 기반 캐릭터의 주목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블라디미르, 야스오를 원거리 딜러로 써도 승패에 큰 지장이 없었는데, 그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이룬 셈이다. 

아무리 메타가 변해도 베인으로 탑, 미드 바텀 스왑으로 심리전을 거는 때가 올 것이라 예상한 유저는 많지 않을 것이다. 과거 솔로 랭크의 악명을 모두 지우기는 부족할지 몰라도 현 메타에서 베인의 존재감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깜짝픽을 넘어 피글렛, 임프가 보여줬던 과거의 영광까지 재현할 수 있을지, 베인을 향한 팬들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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