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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비노기 영웅전 스토리는 왜 실패했나?
송진원 기자 | 승인 2019.04.24 22:05

“프로 시나리오 라이터들도 이런 실수를 합니다”

2019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에서 강연를 진행한 넥슨 구종혁 기획자의 말이다. 그는 서비스 초기 시나리오 부문 수상까지 했던 마비노기 영웅전(이하 마영전)의 스토리가 어떠한 이유에서 설득력을 잃었고 개편을 피할 수 없게 되었는지 설명했다. 

마영전 유저 입장에서 스토리는 메인 콘텐츠가 아니다. 게임은 스토리가 없어도 성립 가능한 매체이기에, 시나리오 라이터는 스토리보다 전달 방식인 ‘스토리텔링’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마영전 시즌1의 스토리는 캐릭터와 NPC 사이의 관계를 직관적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호평받았다. 초기 스토리가 기획조차 되지 않았지만 오히려 좁은 세계관은 라이터로 하여금 시나리오 작업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여건이 제공됐다.  

또한 액션 MORPG라는 장르적 한계 역시 흥행의 밑거름이 됐다. 등장인물이 적다 보니 유저를 중심으로 구성된 NPC와의 관계도 명확하게 정의됐으며 1인칭 시점의 텍스트 기조와 작품성을 동시에 가져갈 수 있었다. 

문제는 시즌2 스토리에 적용된 ‘평행세계’ 설정부터 시작됐다. 익숙한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설정으로부터 비롯된 ‘유저’와 ‘독자’의 시선 차이를 간과한 것이 흥행 실패의 원인이었다. 시즌2는 설정상 시즌1과 동시간대에 일어난 일이기에, 과거에 사망한 캐릭터가 다시 사망하는 해프닝이 일어났고 유저들은 이를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시즌3의 장기 원정 콘셉트 역시 스토리 퀄리티 저하의 원인 중 하나였다. 세계관이 확장되면서 많은 NPC가 등장했지만 관계를 묘사하기 위한 스토리텔링은 업데이트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 결과 NPC와의 갈등관계가 유저를 거치지도 않고 진행됐으며, 이야기 전개와 모순되는 연출이 빚어지면서 스토리 몰입도와 이해도가 떨어졌다. 

때문에 구 기획자는 마영전의 사례를 피하기 위해 게임 시나리오 라이터로서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 3가지를 제시했다. 

1. 현 상황에서 게임으로 표현 가능한 이야기인가
2.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인가
3.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이야기인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개발비나 기술 기반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라이터만 재밌는 내용이거나 일반 유저가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라면 가급적 피하는 편이 대중적인 선택이다. 

마비노기 영웅전 역시 대규모 업데이트 ‘RISE’를 통해 평행세계 설정을 시간 역행으로 전환하고, 퀘스트 수주 및 의뢰 대상을 전면적으로 수정했다. 또한 시즌3의 캐릭터들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퀘스트 의뢰 대상과 보고 대상을 통일하는 등 개편 작업을 진행했다. 

구 기획자는 “마영전은 시즌3 캐릭터에 신비주의 콘셉트를 도입하면 유저들이 궁금해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오산이었다”라며 “표현 가능하며,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는 스토리를 생각하는 시나리오 라이터라면 훨씬 더 나은 스토리를 쓸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발표를 마무리했다. 

송진원 기자  sjw@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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