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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질병'이 되지 않도록, 게임과몰입힐링센터 이야기
길용찬 기자 | 승인 2019.06.12 16:38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록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게임 과다이용의 근본적 원인을 찾기 위한 움직임들이 함께 재조명받고 있다. 그 주인공 중 하나가 게임과몰입힐링센터다.

한국에서 게임 관련 논란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주제가 ‘청소년과 교육 문제’다. 전세계를 통틀어 게임중독이라는 관점을 연구하는 보고가 대부분 한국과 중국에서 이루어지는데, 교육 경쟁과 청소년 제약이 특히 강한 두 국가의 특성에서 기인한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실제 모든 일상을 팽개치고 게임에만 몰두하는 사례가 존재하지만, 단지 자녀가 게임을 한다는 이유로 학업의 적 취급하거나 자녀의 일탈을 게임 탓으로 돌리는 사례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만 16세 미만에게 심야 시간 인터넷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셧다운제 역시 청소년 보호의 취지에서 출발했으나, 기본권과 실효성 면에서 지금까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자녀를 게임과 떨어뜨려야 한다는 학부모층의 여론은, 질병 기록에 대한 우려를 함께 안고 있다. 지난달 30일 전자신문은 ‘정신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부 한의원이 제시한 ‘게임장애 치료 프로그램이 강남 지역 학부모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게임장애 논의가 청소년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시점에서, 게임과몰입힐링센터의 활동 내용은 과몰입 현상의 본질을 향한 물음을 일깨워준다.

게임과몰입힐링센터는 게임문화재단을 통해 운영되며,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게임에 몰입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상태를 진단하고 예방과 상담 및 치유를 진행한다. 중앙대학교병원 소재 게임과몰입힐링센터가 허브센터 역할을 하며, 경북권, 전라권, 충청권을 거점으로 총 5개 전문 치유 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5년 동안 운영한 현재, 상담 사례는 17,000건에 달한다. 그 결과 게임과몰입힐링센터는 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수준의 게임이용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게 됐다. 게임하는 아이들을 더욱 효과적으로 이해하고 대화하기 위해 게임 자체를 향한 연구도 병행했으며, 게임과몰입 치료에 쓰이는 게임을 개발하기도 했다.

게임과몰입힐링센터가 문제를 판단하는 기준은 게임을 즐기는 시간이 아니다. '게임 외 일상생활의 현재 상태'를 중요하게 진단한다. 게임과몰입의 원인은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3일 열린 게임과몰입힐링센터 5주년 심포지엄에서, 중앙대학교 한덕현 교수는 5년간 센터를 운영한 성과를 발표했다. 수도권 센터에서 직접 활동하며 얻은 데이터와 연구 결과를 직접 풀면서, 게임장애를 질병으로 등록하려는 연구자들의 근거가 몹시 빈약하다고 주장했다.

발표에 따르면, 방문자 대부분은 가정과 학교 환경에서 문제가 감지되는 등 복합적 요인이 함께 존재했다. 이러한 요인이 심화된 것이 먼저고, 게임에 빠진 것이 그 다음 순서였다는 것. 가족간의 관계가 꼬인 경우는 근본적 치료가 매우 힘들었으며, 1년이 지나도 호전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두 가지 이상의 장애를 동시에 겪는 공존질환 환자에 대한 사례도 상당했다. 우울증, 불안장애, 아스퍼거장애, 주의력결핍 등 환자에게 존재하던 다양한 장애가 게임을 즐기는 방식을 통해 발현된 셈이다.

게임과몰입힐링센터 전영숙 팀장은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개최된 긴급토론회에서 '아이를 향한 진정한 접근'에 중점을 둔 이야기를 남겼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직접 만난 결과, 게임과몰입 현상은 치료적 측면보다 관리적 접근이 더 필요했다는 것이다. 

"인터넷-스마트폰 중독 고위험군 집단을 관찰 연구한 결과, 대인 관계와 가족 친밀감이 낮은 등 환경 문제가 높은 원인으로 나타났다"면서, "게임 역시 게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심리와 사회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모들은 "아이의 게임중독을 어떻게 통제하면 좋으냐"고 묻는다. 하지만 게임과몰입힐링센터는 통제를 생각하기 전에 아이를 먼저 이해하고 기회를 줄 것을 이야기한다. 

이것은 최근 발표되는 여러 청소년 연구 결과물과 맞물린다. 자녀가 무언가에 과하게 빠져 있다면, '무언가'에 빠질 수밖에 없는 환경을 점검하고 자녀의 생각과 소통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고 있다.

게임과몰입힐링센터는 때로 음악이나 체육을 통한 치료도 병행했으며, 눈에 띄는 성과를 얻었다. 이것은 게임과몰입이라는 현상을 정신의학이 아닌 문화 매체의 영역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임은 앞으로도 사회적, 문화적 측면에서 더욱 깊게 정착될 영역이다. 게임을 둘러싼 논점은 더욱 심도 있게 파생될 것이고, 그만큼 깊어지는 연구와 함께 문화 발전이 필요하다. 게임과몰입힐링센터가 모든 답을 내리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 해결이 어느 쪽으로 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정표는 충분히 제시하고 있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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