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는 30년, 길게는 40년 정도로, 게임은 다른 문화산업과 비교해 길지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영화, 음악 등에 비해 압도적인 성장, 점유율, 고부가가치 등의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사회적으로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과 평가는 좋지 못하다. 게임의 대중화가 앞선 국가들도 가족 놀이문화의 한가지로 활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문화로서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은 부족함이 있다.

이는 콘솔이 아닌 온라인/모바일게임 중심의 국내에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가족이 아닌 젊은 세대에서 시작된 놀이문화가 확산되면서 기성세대와 간극은 커졌다. 영화, K팝과 비교해 한국의 게임은 동등한 기준이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편이다.

게임의 가치를 언급할 때 자주 언급되는 부분은 매출이다. 고부가가치 콘텐츠인 만큼, 다른 문화와 비교해 압도적인 수치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고 해서 산업적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방탄소년단이 단순히 음원 수익으로 인지도를 얻은 것이 아닌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게임상의 경우 Game of the Year 수상작이 해외에서 인정받는 편이나 이 역시 특정 장르에 편중되거나 후보선정 등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렇다보니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매출’이 게임의 현재와 미래가치를 보여주는 간접적 수단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한국 게임의 경우 조금 더 힘든 조건이 있다. 미국과 일본은 비디오게임으로 산업이 시작되었는데, 국내의 경우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온라인게임으로 산업이 성장했다.  

세계적으로 한국=온라인게임이란 공식이 만들어졌고, 산업은 인터넷과 기술력 기반으로 세계로 빠르게 확산됐다. 여전히 콘텐츠산업 집계결과에서 게임이 K팝의 10배 이상의 매출을 기록 중인 이유도 초기부터 확산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의 영향이다.

이렇게 10년 이상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점유율과 기술력을 선보였음에도 온라인게임의 가치평가는 냉정한 편이다. 1천만 이상의 가입자를 기록했던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나 몇 년간 최고 평가를 받고 있는 파이널판타지14 역시 Game of the Year의 수상과 거리가 있다.

온라인게임은 업데이트로 게임의 형태가 바뀌어 고정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평가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향이다. 대규모 업데이트가 하나의 완성된 게임에 가까운 경우도 있지만 온라인게임은 가치와 기준이 애매할 수 있다는 이유다. 

이렇다보니 한국 온라인게임은 10여년 전부터 현재의 방탄소년단과 같은 영향력과 점유율로 세계에서 인정받았음에도 대외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고 매출 혹은 성장만 노출되면서 기업만 커졌다고 왜곡되기도 했다.

사회적 시선 역시 호의적이지 못하다. 교육열 최상위권인 한국에서 청소년들이 게임에 빠져들자 학부모, 기성세대가 바라보는 게임은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가 됐다.

바람의나라, 리니지와 같은 MMORPG가 20년에 가까운 기간 서비스됐지만 20년된 영화, 혹은 음악, 뮤지컬 등과 다른 기준점에 놓여있다. 


산업적으로 무형자산의 가치 측정은 쉽지 않다.

기업의 경우 미래의 전망이나 수요, 공급 등을 고려해 가치를 책정하는데, 게임이나 음악, 영화와 같은 문화콘텐츠는 이러한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 문화산업의 경우 할인현금흐름(discounted cash flow)이나 비교방법론(comparisonmethods)이 차용된다.

현재와 미래의 가치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국 무형자산은 매출에 노출되는 숫자가 직간접적으로 평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무형자산은 콘텐츠산업에서 IP(지식재산권)이 됐다. IP의 가치측정도 이제 걸음마를 떼는 단계인데, 미르의전설2가 싱가폴 국제 중재법원에서 인정받으며 중국에서 2~3조의 가치로 평가받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는 2016년 누적매출 3조, 리니지M이 2조원을 기록할 정도로 하나의 IP와 콘텐츠는 기업 이상의 가치로 성장하고 인정받는 추세다. 게임으로 시작된 e스포츠 역시 2021년 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파생 산업의 가치도 눈부시다.

OSMU로 게임은 애니메이션, 캐릭터, 2차 창작물 등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게임 하나로 페스티벌이 개최되고 유저들이 만든 창작물로 행사가 열린다. 

게임이 TV, 컴퓨터, 핸드폰으로 즐기는 놀이문화에서 조금씩이지만 생활의 영역으로 녹아들고 있는 분위기다. 사회적 인식이 변해가면서 게임 IP를 바라보는 시선과 기준이 달라지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북미와 일본에서 게임이 가족의 놀이문화가 되기까지 시간이 걸린 것처럼, 한국의 온라인/모바일게임도 인식변화를 위한 시간은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게임이란 무형가치는 현재가 아닌 미래에 보다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다. 

과거의 삼성전자와 LG가 지금의 가전 시장의 점유율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 어려웠던 것처럼 지금의 게임사들의 성장은 쉽게 전망하기 힘들다. 

2010년대 시장의 레드오션으로 깜짝 성공이 어렵다고 평가한 시기 슈퍼셀은 클래시오브클랜으로 세계적 반열에 올랐다. 펍지와 크래프톤 역시 좌초 위기의 프로젝트였던 배틀그라운드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리니지와 리니지2를 서비스했던 엔씨소프트는 2000년대 초반 단일 IP 보유회사란 이유로 아이온 출시 전까지 주가가 3만원이 되지 못할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지금은 인공지능과 게임과 IT산업을 이끄는 회사가 되었지만, 당시는 불안요소가 큰 IT기업 중 하나였다. 


결과적으로 게임은 산업적으로 성장했고 문화콘텐츠로서의 인식이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 사회적으로 인정받기란 많은 허들이 남아 있다. 유저들에게 지적받는 불안요소는 줄여갈 필요가 있고 사회적 기업을 위한 게임사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게임의 문화적 가치는 서서히 달라지는 분위기고, 오늘 보다 다음달 그리고 내년에 돌아본 게임의 가치는 커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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