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변조 프로그램으로 홍역을 앓았던 에픽세븐이 유저 피드백 중심으로 구성한 개선안을 발표했다. 

기존 시스템과 비교했을 때 개선안은 상당히 파격적이다. 그동안 아레나 최상위권의 필수 영웅으로 자리 잡았던 월광 아라민타, 월광 바알-세잔 등 4, 5성 월광 영웅이 조정된다. 쿨타임과 행동 게이지, 스킬 효과 지속 턴수를 증가시키고 피해량 감소폭과 아군 버프 지속 턴수를 줄이는 등 스킬 구성 콘셉트는 유지한 채 효과를 소폭 하향한다.

또한 바사르, 유피네, 릴리벳 등 일반 영웅의 능력치를 상향해, 특정 메타로 고정된 아레나의 전략 폭을 확대한다. 세부 사항은 8월 중에 공개될 예정으로 한쪽으로 치우쳐있던 일반 영웅의 스킬 효과를 여러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패치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간담회에서 나온 스킬 툴팁, 전투 시스템 인지, 밸런스 검증, 기억각인 개선 등이 포함되어 있으나,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소환 시스템이다. 

일반 영웅의 이세계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월광 영웅은 PvP 콘텐츠의 필수 요소이며, 높은 입수 난도와 오버스펙에 가까운 스킬효과로 에픽세븐의 주요 문제로 지목되어 왔다. 게다가 간담회에서 천장에 대한 개발사의 부적절한 발언이 더해지면서 월광 소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커져 갔다.  

개선안에 따르면 앞으로 모든 월광 영웅은 기존의 월광 소환뿐 아니라 성약 소환에도 추가돼, 성약의책갈피만으로 입수할 수 있다. 성약 소환 시, 월광 영웅의 획득 확률은 기존 3성 아티팩트의 확률에서 가져온 5%이며, 주요 전력으로 평가받는 5성 월광 영웅은 0.15%다. 

여기에 확률업 소환은 대상 영웅 외에 다른 5성 영웅이 등장하지 않으며, 기간한정 소환과 마찬가지로 120회로 천장을 설정해, 해당 캐릭터를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월광 아라민타로 문제가 됐던 신비소환에도 200회 천장이 도입되며, 확정 소환 게이지는 소환 월광영웅이 바뀌더라도 초기화되지 않는다. 

내용을 2차례 공지로 나눠서 공개한 만큼 개선안의 내용은 대대적인 변화를 담았다. 에픽세븐 내 최종 콘텐츠로서 입수 방법이 극히 제한적이던 월광 영웅의 획득처가 추가됐고 영웅 밸런스 역시 아레나의 새로운 시즌을 연기할 만큼 대규모 조정을 예고했다. 과정은 투박했을지 몰라도 에픽세븐의 환골탈태 과정의 첫 걸음을 뗐다고 볼 수 있다. 


그래도 종료 예정 시간을 넘겨 새벽까지 진행됐던 간담회 내용보다, 첫걸음의 보폭은 상당히 좁다. 간담회 1부부터 줄곧 제기됐던 스킬 강화재료 머라고라, 골드 수급 개선안, 육성 난도 하향, 월광 영웅 중복 소환 문제, 스티그마 소비 개선안, 장비 옵션 문제, 연속 소환 및 자동사냥 편의성 추가 등에 대한 답변은 8월 중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와 슈퍼크리에이티브가 당시 간담회에서 제기된 건의사항 중 상당수는 8월 중으로 답변하겠다 먼저 밝혔던 만큼, 이번 개선안은 분량만 보면 예상 가능한 수준이고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간담회나 행사 이후 어떠한 로드맵도 듣지 못한 상황에서 전달된 개선안은 과거 영웅 밸런스 개선과 동일한 방식의 통보에 가깝다. 월광 소환은 장인아 대표의 사과문에 포함된 사항으로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지만, 아직 언급되지 않은 사항들은 접수조차 되었는지 알 수 없다. 


특히, 복합적인 문제에 비해 단편적인 개선안도 유저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린다. 특정 월광 영웅을 높은 확률로 소환할 수 있는 신비 소환의 경우, 부족한 신비의메달 수급처로 인해 과도한 과금을 유도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개선으로 비밀상점에서 신비의메달을 구입할 수 있도록 바뀔 예정이지만 한 가지 변화만으로 쉽사리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골드 수급 문제와 월광영웅 밸런스 조정에 대한 방향성이 명확하게 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천장이 추가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거의 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동안 에픽세븐이 변조 프로그램 이슈와 운영, 간담회까지 유저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과정 없이 결과만 전하는 전달 방식에 있었다. 하루아침에 영웅의 밸런스가 변경되는 불안감은 운영진에 대한 불신으로 시작됐다. 어떻게 보면 변조 프로그램은 소환 시스템을 보조하는 패키지와 월광 영웅의 오버스펙, 불통 운영으로 쌓인 불만에 불씨만 당긴 셈이다. 

때문에 8월에 있을 소환 시스템 적용과 추가 안내, 그리고 간담회에서 약속했던 1주년 오프라인 간담회는 유저들의 시선이 집중된 만큼 더욱 활발한 소통이 필요하다. 연거푸 발생한 문제들이 겹치면서 관심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간담회에서 줄곧 약속했던 소통의 자세야말로 현재 에픽세븐에 가장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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