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긴장한 채 플레이를 시작했다. 학창시절 웬만한 과목 성적은 준수했지만, 미술만큼은 꼴찌를 다퉜다. 이 손재주로 캐치마인드와 엮일 일은 없을 줄 알았다.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쿵야는 귀여웠고, 그림들은 더 귀여웠다. 어느새 정신없이 그림퀴즈를 그리고 있었다. '발해' 같은 단어가 나왔을 때 발과 태양을 그리는 2차원적 센스가 한계였지만, 실력과 즐거움이 비례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곧장 던져버리게 됐다.

접속에 부담이 없고, 손재주가 끔찍해도 당당하게 그림을 보여줄 수 있으며, 누군가 스쳐지나가는 것만으로 즐거운 게임. 쿵야 캐치마인드가 설계한 톱니바퀴는 정교하면서도 편안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게임 메인화면은 현실 지도 위에 유저 위치가 나타면서 시작한다. 위치기반시스템(GPS)이다. 지금 서 있는 위치에서 쿵야들이 돌아다니고 다른 유저의 퀴즈들이 놓여 있다. 가끔은 종이비행기가 날아오기도 한다. 유저 위치가 곧 콘텐츠 진열대가 되는 셈이다.

쿵야가 내는 그림퀴즈를 풀면 호감도가 오르고, 최대치까지 올리면 친구로 영입할 수 있다. 게임에 미리 내장된 오리지널 퀴즈들이다. 굉장히 센스 있다고 느껴지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퀄리티는 준수하다. 수많은 퀴즈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일일이 그려낸 제작진의 정성에 경의를 표한다.

희귀 쿵야가 출몰하는 구역을 발견하면 잠시 멈춰서게 된다. 좋아하는 먹이를 줘서 나오게 만들기도 하고, 조금씩 콜렉션을 모아 놀이터를 채우기도 한다. 캐치마인드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싱글 콘텐츠의 맛이다.

GPS로 내 주변 유저와 퀴즈를 주고받는 콘텐츠는 담백하면서도 질리지 않는다. 이 사람이 그림을 그리면서 어떤 고민을 했을지 떠오르면서, 조금 웃음이 번지게 된다. 주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콘텐츠가 어우러진다. 별 것 아닌 수준의 소통인데,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에 게임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게 된다.

내 위치에만 지나치게 집중되는 현상을 종이비행기가 조절한다. 작성한 그림퀴즈를 비행기에 접어 먼 곳으로 날려보내는 시스템이다. 누군가가 비행기를 집어들어서 퀴즈를 풀고, 추천을 받고 다시 날아간다. 

캐치마인드 원작의 꽃인 실시간 퀴즈방도 건재하다. 이런 실시간 콘텐츠는 더욱 자유롭게 변했다. 최대 100명이 한 자리에서 퀴즈를 내고 맞히는 프리미엄 퀴즈방의 존재 덕택이다. 

각자 문제 출제를 신청할 수 있고, 한 명이 선정되어 퀴즈를 출제한다. 점수가 낮다고 해서 패널티는 없으니 굳이 맞히려고 골치 썩이지 않고 그림과 채팅을 구경해도 된다. 왁자지껄 떠들며 즐기는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출제 시스템이 아직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 있는데, 퀴즈방 시스템 보완으로 충분히 해결이 가능해 보인다.

현실 프로필을 이용해 소통을 극대화하면서도 현실을 침범하지 않는다. 게임에서 요구하는 소셜의 선을 완벽하게 지킨다.

카카오 연동이라는 점도 부담이 아니다. 이 시스템에서는 오히려 완성도를 더한다.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유저의 현실 정보는 프로필 사진 정도.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퀴즈를 주고받거나 실시간 퀴즈방을 열 수 있다. 퀴즈질이 높은 유저를 만났다면 팔로우를 해놓고 퀴즈를 받아보는 플레이도 가능하다.

기존 위치기반 게임들, 특히 나이언틱의 초기작 인그레스 같은 경우 다른 유저의 특정 지역 활동 시간대를 조회할 수 있어 동선 추적과 함께 스토킹 문제가 종종 발생했다. 쿵야 캐치마인드는 비행기를 접어 어딘가로 날리거나 근처에 퀴즈를 '남겨놓고 떠나는' 방식이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 문제는 안심이 된다.

그림에 사용할 색깔 중 상당수가 기간제 캐시로 잠겨 있는 것을 보고 "앗, 이것은 악성 과금유도?"라는 우려가 들기도 했다. 하지만 게임을 진행할수록 안심하게 됐다. 이해됐다고 말하는 쪽이 더 정확하겠다. 이 색깔 판매라도 없었다면 이 게임 시스템에서 존재할 만한 매출 요인은 0에 가깝다.

무과금 유저 기준으로, 처음에 색깔이 제한됐다가 쿵야 성장으로 어느 정도 다양한 색은 쓸 수 있고 그밖에 콘텐츠는 완전히 동급으로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쿵야를 친구로 맞이하고 육성시키면 무료 색깔이 하나씩 해금된다. 

캐시 색깔이 기간제 판매라 가성비가 그리 좋지 않지만, 사실상 과금유저의 유일한 특권이니 큰 위화감은 없다. 쿵야 캐치마인드가 정교한 색 지정이 중요한 게임은 아니기도 하고. 연필이나 도화지도 인게임 보상으로 많이 지급되는 편이라 캐시로 구입할 만큼 부족하지 않다. 하루 종일 그리고 싶은 코어 유저라면 모를까. 

쿵야 캐치마인드의 개발과제는 단순해 보이지만 쉽지 않았다. 증명된 게임성으로 모바일 환경에 맞게 콘텐츠를 짜면 되는데, 그 콘텐츠 구조는 다른 게임들과 완전히 달라야 했다. 결국 답을 찾은 모습이다. 모바일 휴대성과 소셜 기능을 접목시켜 콘텐츠 순환구조를 만들어냈다.

이게 소셜이고, 게임의 본질이다. 해야 하는 과제가 아닌, 스스로 하고 싶고 즐거우니까 하는 것. 일일 미션이 있지만 무시한다고 해서 뒤쳐지는 것도 아니다. 성능의 압박에서 벗어나는 게임플레이 디자인이 완성돼 있다.

하루종일 매달려 있지는 않겠지만, 오랫동안 즐기게 될 것 같은 게임이다. 오늘도 누군가 날린 종이비행기를 줍는 퇴근길이 되겠지. 오랜만에 순수한 재미를 느끼는 소셜게임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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