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연의 뒤를 잇는 빌런이 이세계에서 온 존재?"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의 흥미로운 시도가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분기점은 8월 8일 이뤄진 ACT.1 대규모 업데이트다. 가장 큰 변화는 신규 직업 소환사 추가와, 블소 원작과 달라지는 새로운 스토리의 시작이었다.

출시 전부터 예고된 일이다. 개발진은 블소 원작의 초반 스토리를 충실히 구현하는 한편, 이후 원작과 차별화된 재해석을 반영해 독자 스토리를 전개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완전히 다른 차원의 세상의 등장은 생경했다. '낯선 세계'라는 업데이트 부제가 증명하듯, 복수 이야기를 끝낸 진서연의 뒤를 이어 이계의 존재 에르나가 새로운 빌런으로 등장했다. 무림 배경으로 고정되어 있던 블소가 새로운 세계관으로 확장된 것이다.

업데이트 이후 몇 주가 지났다. 아직 낯선 느낌은 있다. 그래도 지켜볼 만하다.

한때 구글플레이 매출 5위권 바깥으로 밀려났던 블소 레볼루션은, 업데이트에 힘입어 제자리를 찾았다. 검은사막 모바일 등 경쟁작들과 함께 다시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계 1막'은 혼천맹과 무림맹의 대립에서 자연스럽게 줄거리가 이어진다. 신규 지역 월화협곡에서 벌어지는 대치상황에서 유저가 지원군 역할을 담당하고, 에르나와 류나라는 빌런이 어우러지면서 스토리가 전진해나간다.

아직 이야기는 시작에 불과하나, 원작 인물들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설정을 풀어내면서 이후 전개에 대한 기본기와 기대감은 갖춘 모습이다. 분명 리스크가 큰 모험이었지만 블소 레볼루션이 가지고 있던 예측 가능성을 상쇄시키는 새로움은 확인할 수 있다.

다음 업데이트에서 요구되는 것은 새로운 세계관에 걸맞는 스타일리시한 콘텐츠다. '떡밥'을 충실하게 깔아둔 스토리와 달리 콘텐츠는 아직 원작을 답습하는 느낌이 강하다. 핏빛 상어항처럼 원작의 유명 던전을 다시 만나는 것도 반가움을 선사하지만, 스토리를 받쳐줄 만한 새로운 게임의 재미를 만날 때도 됐다는 분위기다.

블소는 신작 확장이 예고된 IP다. 라이센스를 쥐고 있는 엔씨소프트에서 블소2와 블소M 등 새로운 프로젝트가 개발 중이고, 이후 다양한 미디어믹스의 가능성도 이어지고 있다.

경제용어로 자주 쓰이는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정된 블소 유저를 대상으로 비슷한 게임이 범람할 경우 제살 깎아먹기가 될 수 있다는 것.

작년 윤곽이 잡힌 '블소 유니버스'가 그런 이유로 중요성을 갖는다. 이 프로젝트는 엔씨소프트를 주체로 진행되고 있지만, 블소 레볼루션도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IP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 첫째고, 둘째로는 그런 프로젝트 사이에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갖춰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한 가지 분야에 여러 게임이 집중되는 것을 피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각각의 게임이 장점을 가지고 유저를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한 시기다. IP 생명력은 새로운 세대 유저의 유입에 달렸고, 이를 만드는 원동력은 다양한 취향과 가치관의 반영에 달렸다.

유니버스 세계관에서 과거나 미래를 다루는 것은 1차적 확장이다. 이미 보여줬던 이야기의 뒷면이나 다른 인물의 시각으로 펼쳐지는 해석, 혹은 기존 관념을 전복시키는 등 창작 바리에이션을 늘릴 수 있다. 세계관 확장의 최고봉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가 즐겨 쓰면서도 완벽한 디테일로 구현한 방식이기도 하다.

블소 레볼루션은 게임 겹침 현상이 발생하기 전 스토리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단순히 이야기를 비트는 것에서 더 나아가 세계관 독립을 시도했다는 점은 의미 있다. 과열경쟁이 아닌 선순환 확장이라는 과제 앞에서, 블소 레볼루션의 독자 스토리가 보여줄 결말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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