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는 2019년 창사 이래 가장 혹독한 눈보라를 경험했다.
 
발단은 블리즈컨 2018이었다. 모바일게임 ‘디아블로 이모탈’을 메인타이틀로 발표했는데, 기대했던 방향성과 달랐고 현장을 찾은 충성도 높은 유저들은 물론 전세계 팬들의 비난을 들어야 했다.
 
여기에 27년간 회사를 이끌던 마이크 모하임의 퇴사, 800여 명의 구조조정, 홍콩 이슈 등 부정적 문제들이 더해지면서 회사 안팎으로 논란이 됐다.
 
블리자드는 위기가 시작된 곳에서 ‘정공법’으로 전환점을 만들었다. 블리즈컨 2019 개막식에서 제이 알렌 브렉 대표는 “성급한 결정으로 의사결정을 악화시켰다. 책임지고 사과드린다”라며 홍콩 이슈에 대해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강력한 신작 라인업들도 힘을 더했다. 블리자드는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고 그동안 가장 잘해왔던 PC게임에 주력하는 결정을 했다.

디아블로4, 오버워치2,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신규 확장팩 어둠땅, 하스스톤: 용의 강림 확장팩과 신규 모드 등을 공개했다. 이름만으로 기대감을 끌어올리기 충분한 프랜차이즈들이다. 블리자드가 작심하고 1년을 준비한 것이 느껴진 순간이다.
 
특히, 디아블로4는 그동안 팬들이 가장 기다려왔던 신작인 만큼, 의미가 크다. 지난해 디아블로 이모탈로 상실감을 느꼈을 PC게임 유저들을 위한 보답이자 선물 같은 타이틀이다.
 
이번 발표는 블리자드가 여전히 ‘디아블로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디아블로는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와 함께 블리자드의 전성기를 누렸던 대표 타이틀이기에 전세계적으로 팬층이 상당히 두텁다.

한국 또한 마찬가지로 디아블로3 출시 당시, 한정판을 구매하기 위해 수천 명의 유저들이 왕십리에서 비를 맞으며 기다렸던 사실은 화제가 된 바 있다.
 
결과적으로 디아블로4의 공개는 블리자드가 코어팬들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전달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의 반성의 의미도 된다.

행사가 끝난 이후에도 디아블로4 정보를 지속적으로 홈페이지에 게재하며 유저들과 소통을 이어가는 중이다. 블리즈컨에서 발표된 타이틀이라도 출시까지 상당히 많은 시간이 남아있는데, 개발 단계부터 유저 피드백을 수용해 만족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디아블로4가 블리자드의 클래식 프랜차이즈를 대표하는 타이틀이라면, 오버워치2는 차세대 프랜차이즈다. 오버워치가 2010년대 블리자드 라인업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으며 e스포츠의 핵심인 만큼, 후속작 공개로 관심은 내년에도 꾸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버워치2는 단순히 PvP 중심의 오버워치와 달리, 블리자드의 강점인 스토리텔링을 강조할 수 있는 PvE 콘텐츠를 다루고 있어 프렌차이즈 유저풀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부터 오버워치 리그에 적용되는 홈스탠드(Homestand, 각 팀이 돌아가며 홈경기장에 다른 팀을 초청해 경기를 진행) 역시, e스포츠의 활성화와 더불어 게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블리자드가 프랜차이즈의 후속작을 선보이는 템포가 빨라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블리자드가 프랜차이즈 후속작 발표까지 걸리는 기간은 상당히 길었다.
 
1998년 출시된 스타크래프트는 스타크래프트2 출시까지 12년이 걸렸으며, 디아블로3 역시 전작부터 12년이 필요했다.
 
하지만 디아블로4는 게임의 공개까지 약 7년의 시간이 소요됐고, 2016년 출시된 오버워치는 3년 만에 후속작이 발표되는 등 신작 템포를 굉장히 빠르게 가져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신작 공개가 출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에 비해 속도감 있게 차기작을 준비하면서 유저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 생각할 수 있다.
 
블리자드가 힘든 1년을 보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블리즈컨 2019에서 팬들이 기대하는 모습으로 완벽한 부활을 선언했고,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분위기 역시 지난해와 비교하면 한층 나아졌다.

이제 남은 것은 게임의 완성도다. 그동안 블리자드는 게임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출시를 연기하면서 완성도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다가오는 2020년, 이번에도 블리자드가 재기를 위해 준비 중인 결과물이 유저들을 만족시킬 정답이 될 수 있을지, 확인할 시간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저작권자 © 게임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