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산업은 최근 몇 년간 모바일게임에 집중된 성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8년 게임시장 규모는 14조 2,902억 원으로 13조 1,423억 원을 기록한 2017년 대비 8.7% 증가했다.

게임시장의 이 같은 흐름은 모바일게임의 폭발적인 성장에 기인한다. 모바일게임은 PC게임 규모를 처음으로 넘어선 2017년에 이어, 2018년까지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구축했다. 2018년 모바일게임 매출은 6조 6,558억 원으로 전체 게임산업 매출의 46.6%이며, PC게임 매출은 5조 236억 원으로 35.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모바일게임의 매출을 이끄는 장르다. 모바일인덱스가 조사한 2018년 매출순위 상위 3개 게임을 보면,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약 8,000억 원),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약 3,000억 원),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약 1,500억 원)으로 모두 MMORPG다.

1위와 2, 3위의 편차가 존재하지만, 3종의 매출 총합은 약 1조 3,500억 원으로 전체 모바일게임 매출의 약 20%를 차지한다. 그 외 상위권에 위치한 게임 대부분이 MMORPG인 것을 감안하면, ‘MMORPG가 모바일게임 매출을 견인했다’는 주장에 이견은 없어 보인다.

이러한 흐름은 2019년에 보다 가속화된 것으로 추측된다. 구체적인 통계 수치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정황 증거만 살펴봐도 쉽게 예측이 가능하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이 892일 동안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1위를 유지하고 있던 리니지M을 밀어내고 1위에 올랐으며 넥슨의 V4, 카카오게임즈의 달빛조각사, 넷마블의 블레이드앤소울(이하 블소) 레볼루션, 블루포션게임즈의 에오스 레드, 플레이위드의 로한 등 수많은 MMORPG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리니지M, 검은사막 모바일, 리니지2 레볼루션 등 꾸준한 인기 타이틀의 성과가 더해진다면 2019년 모바일게임 시장의 중심이 MMORPG가 될 것이라는 사실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 같은 양상은 2020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모든 MMORPG가 성공한다고 보장할 수는 없지만,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회사 입장에서 시장성이 검증된 장르의 투자는 당연한 방식이다.

현재 개발 중인 게임사들의 주력 타이틀은 모바일 MMORPG에 집중되어 있다. 넥슨은 바람의나라:연, 마비노기 모바일, 던전앤파이터 모바일(가제), 테일즈위버M 등을 준비 중이며, 엔씨소프트는 블소 유니버스(블소S, 블소2, 블소M), 아이온2 등을 개발하고 있다. 넷마블도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A3:STILL ALIVE 등을 개발 중이다.

중견 게임사의 대표 주자라고 할 수 있는 컴투스와 위메이드는 각각 서머너즈워 MMORPG와 미르 트릴로지(미르4, 미르M, 미르W)를 선보일 예정이다.

게임사 규모를 막론하고 2020년 출시를 목표로 하는 대부분의 타이틀이 강력한 IP 파워를 지니고 있어 올해 못지않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국내 게임시장의 중심은 분명 모바일 MMORPG로 이동했다. 그리고 이 같은 흐름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검증된 시장성과 더불어 수 년 간의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보다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갖췄기 때문에 게임사들이 위험성을 감수하면서 모험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현상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모바일 MMORPG를 선호하는 유저들의 니즈가 존재하며, 이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게임은 분명 필요하다. 다만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친 불균형 성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국산 게임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 약화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전 세계에서 한 해 동안 출시된 최고의 게임을 뽑는 고티(GOTY, Game of the Year)에 국산게임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는 현상만 보더라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어느 정도인지 절감할 수 있다.

긍정적인 것은 조금씩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점이다. 클라우드 게임의 등장으로 플랫폼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현상과 더불어, 모바일 플랫폼의 기술적 한계가 드러나면서 게임사들이 다양한 플랫폼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대표 주자는 펄어비스다. 글로벌 시장에 검은사막 IP를 다양한 플랫폼으로 확장하면서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펄어비스는 지스타 2019에서 공개한 붉은사막, 플랜8, 도깨비, 섀도우 아레나 등의 PC 및 콘솔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프로젝트 TL이 2020년 상반기 테스트를 계획하고 있으며, 라인게임즈가 콘솔게임 베리드 스타즈와 스팀과 모바일 출시가 목표인 대항해시대 오리진을 개발하고 있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2020년부터 당장 모바일 MMORPG 중심으로 편성된 국내 게임시장이 변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2020년을 기점으로 새로운 도전이 이어진다면, 과거 모바일게임이 수 년 간 꾸준한 발전으로 시장의 중심이 됐던 것처럼 변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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