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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키디의 해, 과거 게임이 상상한 2020년의 모습은?
길용찬 기자 | 승인 2020.01.03 15:24

어릴 적, 2020년이 되면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을 줄 알았다. 달에 여행을 다녀오거나, 자동차가 날아다니고, 외계인과 만나서 전쟁 위기를 겪거나, 총에서 빔이 나가는 상상을 했다. 세상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으로 엄청나게 달라졌지만 겉보기로 상상에 비해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사람들이 상상하는 미래 이미지는 대부분 미디어를 통해 결정된다. 영화나 애니메이션, 드라마와 게임에서 묘사한 게임상이 무의식 속에 뇌리에 스며들기 마련이다. 2020년이란 숫자를 봤을 때 지금 3040 세대가 꼬마 시절 본 2020원더키디를 떠올리는 것처럼.

서구권 올드 유저들이 가장 먼저 떠올릴 만한 게임은 1990년 출시된 사이버펑크2020, CDPR에서 개발 중인 기대작 사이버펑크2077가 바로 이 작품을 기반으로 한다. 비디오게임이 아닌 TRPG이지만, 이후 많은 사이버펑크 장르 게임이 사이버펑크2020의 세계관에 영향을 받으면서 뿌리와 같은 존재로 자리잡았다.

약 30년 전에는 지금 시대를 사이버펑크의 대상으로 삼은 셈이다. 대부분의 인간이 칩을 박은 채 사이보그가 되고 거대 국제기업들이 세계를 지배하는 배경이다. 상상에 비해 아직 인류의 어두운 면은 조금 늦춰지고 있다고 긍정적 해석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현실로 우려되는 점이 아주 없지 않다는 점도 의미심장한 여운을 남긴다.

FPS의 역사를 바꾼 걸작인 하프라이프 시리즈 역시 2020년 전후를 관통한다. 하프라이프 1편이 당시 기준 현대시대 이야기를 다루고, 하프라이프2는 전작에서 20여 년이 지나 당시 기준 근미래 배경인 2020년으로 넘어간다. 외게 집단 콤바인이 지구를 점령한 뒤, 주인공 고든 프리맨이 동면에서 깨어나며 시작된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 외계인은 없다. 수많은 유저가 기다리던 하프라이프 3편도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다. 밸브답게 '3'을 만들지 않는 대신, VR 플랫폼으로 차기작 하프라이프 알릭스가 2020년 3월 출시를 예고했다.

그래픽 좋은 게임의 대명사인 크라이시스 시리즈도 2020년부터 출발한다. 1편은 북한군과의 대결로 시작해서 외계인의 습격으로 전개가 급경사를 타며, 2편은 3년 뒤인 2023년을 무대로 본격적인 외계 세력과의 대결이 펼쳐진다.

스토리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게임 특성상 깊이 있는 세계관 표현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과거에도 2020년이란 시기를 미래 전환점의 상징처럼 받아들였다는 단서를 얻을 수 있다.

2020년대를 다룬 게임이 반드시 현실과 동떨어진 소재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2012년 출시한 워페이스는 2023년을 배경으로 글로벌 거대기업들의 지배에 맞서 싸우는 '그럴싸한' 스토리를 표방했고, 배틀필드 3편과 4편은 완전히 현실적인 배경에서 무기만 조금 더 발전한 형태로 2020년대 밀리터리 액션을 구현했다.

한국게임 중에서는 클로저스가 정확하게 2020년을 배경으로 한다. 클로저스를 과거 게임으로 넣는 것이 이상해 보이지만, 2014년 12월 서비스를 시작했으니 어느새 5년이 지났다. 시간이 빨리 흐른다는 것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강남과 구로 등의 실제 장소를 바탕으로 2020년 차원종의 습격을 다룬 설정은, 지금 기준으로도 독특한 세계관 디자인을 느낄 수 있다.

그밖에 인지도 있는 한국게임 중 2020년대를 다룬 것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과거 한국게임의 세계관이 다양하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미래는 물론이고 현대 배경 게임도 많지 않았다. 지금은 가끔씩 미래 배경 게임을 볼 수 있지만, 완전히 먼 우주시대 등을 다루는 추세다. 한국게임에서도 조금 더 깊은 상상을 만나길 바라게 된다.

게임에서 주로 상상한 미래 모습 중 외계인은 아직 만나지 못했지만, 인공지능과 글로벌 거대기업은 이미 현실에서 가까이 다가온 이슈다.

AI가 인류를 지배하는 시나리오는 예전보다 세밀하게 그려졌고, 구글 등 주요 글로벌 기업은 이미 대부분의 국가보다 단독으로 영향력이 커졌다는 점도 과거 상상에 들어맞는다. 그밖에 현실이 된 상상으로는 홀로그램이나 터치스크린 같은 UI가 있다.

게임은 세계의 모습을 가장 정교하게 표현하는 매체다. 당장 이야기가 진행되는 곳만 묘사하면 되는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큰 세계를 그려내고 상호작용의 포인트까지 짚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상상한 2020년 게임 세계를 다시 짚어보듯, 지금 시대 상상으로 만든 미래 게임도 궁금해진다. 그 상상이 먼 훗날 얼마나 많은 부분 맞아들어갈지도 함께.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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