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차 온라인게임이 RPG 장르 국내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넥슨의 대표게임 메이플스토리다.

PC방 게임 통계서비스 더로그에 따르면, 메이플스토리는 1월 5주차 6.6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온라인 RPG를 통틀어 가장 높다. 전체 게임 중에서도 리그오브레전드, 배틀그라운드, 피파온라인4에 이은 4위 자리를 오버워치와 경쟁하고 있다.

지금 메이플스토리의 롱런은 10년 전과 지금의 점유율 순위를 겹쳐볼 때 더욱 대단하게 느껴진다. 게임트릭스 기준 2010년 1월 상위 20종 게임 중 당시 점유율을 2020년 1월까지 유지하는 게임은 메이플스토리가 유일하다. 심지어 10년 전보다 2배 이상 뛰어오른 숫자다.

메이플스토리 단독 기록으로 수년간 가장 점유율이 높은 시기는 2018년 7월이다.

검은마법사 업데이트로 스토리의 한 축을 종결짓는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화제가 몰렸고, 절정기 점유율이 10%에 육박했다. 하지만 신규 콘텐츠가 소모된 1개월 뒤부터 급격히 점유율이 줄어들면서 업데이트 전 수치인 2%대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였다.

순수하게 방학 시즌이기 때문에 점유율이 올라온 것 아니냐는 물음도 나온다. 하지만 지난 방학과 비교해도 메이플스토리 상승세는 확연하다. 2019년 6월 업데이트 시기 최고 점유율은 5% 가량이었고, 지속 시간도 길지 않았다.

현재 메이플스토리는 학기에 구애받지 않는 경향이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학생 유저 위주로 운영되던 과거와 달리, 20대를 중심으로 이어지면서 30대 이상 유저까지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유저층이 넓다.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충성도 높은 유저들의 세대가 함께 올라간 것이다.

이번 메이플 붐은 더욱 길게 이어지면서, 저점 역시 탄탄해지고 있다. 시작은 12월 'RISE' 업데이트였다. 업데이트 실시 이후 7%대까지 떠오른 점유율은 2개월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도 유지세를 보인다.

최근 1년 단위로 구글트렌드 그래프를 볼 때 상승세는 확연하게 드러난다. 기본 흐름은 모든 게임이 비슷하다. 대형 업데이트 시기 관심도가 급상승했다가 점차 하강하는 형태다.

그런데 메이플스토리는 결정적인 차이를 보였다. 대부분의 온라인게임은 서비스가 오래될수록 완만하게 하강 흐름을 타는데, 정반대로 큰 틀에서 우상향을 기록한 것이다. 2003년 서비스를 시작한 게임이라고 믿기 어려운 모습이다.

메이플스토리가 아직까지 전성기를 유지하는 이유로 다양한 이유가 제기되지만, 가장 주목할 부분은 오랜 시간 켜켜이 쌓여온 콘텐츠다.

최근 힘을 받는 넥슨게임은 그밖에도 있다. 던전앤파이터와 카트라이더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메이플스토리는 조금 다른 문법을 가진다. 다른 2개 게임이 현재 요구에 맞춘 운영으로 선회해 효과를 본 경우라면, 메이플스토리는 오랜 역사를 무기로 삼아 몸집을 불려나가는 모습을 보인다.

업데이트마다 기존 세계관을 무너뜨린 것이 아니라 새로운 분위기를 조성해 또다른 흥미를 제공했다. 캐릭터별 스토리 역시 오랜 시간 쌓여나가면서 다양한 분위기로 감동 혹은 재미를 느끼도록 했다. 기존 지역이나 이벤트의 콘셉트는 그대로였기 때문에, 유저는 특정 콘텐츠를 나중에 다시 들르더라도 그리웠던 재미를 찾을 수 있었다.

메이플스토리의 2D 도트 그래픽은 더 발전한 디자인으로 승화됐다. 지금 트렌드와 많은 차이가 있는 형식이기 때문에 한계를 느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거치며 도트 퀄리티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렸고, 신규 아트워크들의 표현력은 오히려 개성으로 작용했다. 이런 디자인 역량은 과금모델 대안으로 자리잡아 실적 면에서도 안정감을 더했다.

오랜 시간 축적된 요소들이 모인 결과물은 많다. "게임을 접어도 음악은 못 접는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훌륭한 BGM들은 게임의 맛을 오래 살리는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한다. 넥슨이 음악의 중요성에 주목해 레코딩 자회사 NECORD를 만들어 작업에 집중한 것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스트리밍을 통해서도 콘텐츠가 선순환하고 있다. MMORPG는 방송용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선입견과 달리, 메이플스토리는 방송 콘텐츠로 가치를 보여준다. 짧고 독특한 스테이지가 많아 보는 게임으로 재미를 살리고, 추억과 현재가 교차되는 소통 풍경이 드러난다.

메이플스토리는 넥슨의 인기 게임 중 가장 폭넓은 유저층을 보유했고, 앞으로도 소중한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예인과 인플루언서 등 다양한 미디어에서 메이플스토리를 즐기는 모습이 노출되면서 유입 유저도 끊임없이 공급되는 효과를 낳았다.

MMORPG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인력과 자본이 집중되는 장르다. 유저들도 다른 장르에 비해 긴 호흡을 가지고 접근하게 된다. 그만큼 서비스가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신뢰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메이플스토리가 다른 게임처럼 크고 작은 운영 논란이 많았음에도 지금까지 굳건한 것은, 미시적인 불만이 있을지언정 게임 본질을 향한 신뢰가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매번 새로운 콘셉트를 추가하면서 세계관과 디자인의 볼륨을 키워나가는 모습은, 롱런을 기도하는 다른 RPG들이 참고할 만한 교과서라고 할 만하다.

한번 소모된 콘텐츠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 만 17세를 앞둔 메이플스토리는 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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