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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가 된 블소 프론티어 월드
길용찬 기자 | 승인 2020.03.03 17:40

보편적이고 편리한 시스템을 위해 게임의 개성을 희생한다면, 그 변화는 옳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지난달 26일, 엔씨소프트는 블레이드앤소울(이하 블소)에 리마스터 서버인 프론티어 월드를 추가했다. 라이브 월드와 별개 운영되며, 초창기 레이드 바다뱀 보급기지까지의 콘텐츠를 포함했다. 그래픽 리마스터, 전투 시스템 대규모 개편, 편의성과 콘텐츠 개성 등 혁신적인 예고가 이어지면서 기대감은 올랐다.

모습을 드러낸 프론티어 월드는 예고대로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하지만 모든 변화가 항상 호응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 변해야 할 것들이 변한 가운데, 변하지 않아야 할 것들이 함께 변해버렸다는 반응은 블소 프론티어의 상황을 압축한다.

배경 그래픽 훌륭, 캐릭터 보통, 최적화 미완

가장 관심을 모은 부분이 엔진 개량을 거친 그래픽 리마스터다. 블소는 8년 전 출시했고, 게임계의 빠른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날 필요가 있었다. 

배경과 이펙트 등 전체적인 그래픽은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첫 지역인 무일봉의 아름다운 비주얼부터 시작해, 맵을 이동할 때마다 보이는 지형지물과 오브젝트 표현이 하나하나 섬세하다.

특히 호평할 부분은 동적 표현이다. 떨어지는 물이나 나무의 흔들림, 팔랑거리는 나비 등 각종 환경 요소의 움직임이 현실적으로 구현되어 전체 비주얼을 살린다. 언리얼엔진3에서 언리얼엔진4로 리마스터는 사실상 새로 만드는 것에 가깝기 때문에, 월드 표현을 지금 정도로 해냈다는 것은 박수를 보낼 만하다.

캐릭터 표현은 호불호 갈릴 요소가 많다. 유저 캐릭터는 합격점으로 보인다. 기존 블소의 광택이나 화풍이 대부분 사라져 위화감이 드는 대신, 디테일은 비교를 불허할 만큼 섬세해졌다. 인게임에서 확대해 살펴볼 경우 차이를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 

다만 광원효과가 달라지면서 유저 체감 개선이 크지 않다는 점이 걸린다. 이런 현상은 NPC를 비추는 화면에서 흔히 감지되는데, 우리가 알던 진서연과 남소유가 아니라는 인상을 받게 될 정도다. 빛과 질감을 통해 완성됐던 캐릭터 디자인이 상대적으로 힘을 못 받게 되는 현상으로 보인다.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는 최적화다. GTX 1660ti 사양에서 중간 단계 옵션으로 진행해도 프레임 드랍이 상당하다. 그래픽이 좋아졌지만 최고 수준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할 때 추가 안정화 작업이 필요할 듯하다. 잦은 버그도 개선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엄청나게 편리한 전투... 그런데, 이게 '블소'의 재미일까?

전투 격변은 한 줄로 요약 가능하다. 스타일리시 액션 블레이드앤소울이, 매우 편리한 버전의 일반 무협 온라인게임으로 변신했다.

전투 시스템 개편은 프론티어 서버 업데이트 직전까지 구체적인 정보가 베일에 싸여 있었다. 그만큼 궁금증이 커지는 한편, 블소 특유의 액션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나가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나왔다. 결과는 반대 반향이었다.

블소의 기존 라이브서버에서 만날 수 있는 액션은 역동적인 움직임과 유연한 연계가 특징이다. 이 점은 프론티어 월드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각 직업마다 패턴별로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던 스킬들은 대부분 삭제됐고, 몇개 스킬을 번갈아 누르면 되는 일반 MMORPG 방식으로 바뀌었다.

권사의 경우 막기와 반격기 외에는 이렇다 할 연계와 정체성이 존재하지 않았다. 기술이 몇 가지만 남았으니 무공 연계와 같은 개념도 사실상 사라졌다. 일부러 연계해볼 수는 있지만 주력 스킬 반복사용이 훨씬 효율이 높다. 

일반 공격으로 내력을 올려 강한 무공으로 이어진다는 개념도 사라졌다. 내력 역시 일반 RPG의 마나와 같은 개념으로 바뀌었다. 사냥을 지속하려면 내력회복제를 끊임없이 사용하게 설정됐다. 실제로 플레이하면 엄청나게 간편하고 손이 덜 간다는 장점은 있다. 단지 그 장단점이 기존 블소가 가진 것과 정반대로 갈라질 뿐.

지금 트렌드에서 자동사냥 추가가 절대악까지는 아니다. 데스크탑에서 모두 수동으로 전투를 치르는 플레이에 부담을 느끼는 라이트유저가 늘었고, 컨트롤이 많은 게임이라 피로를 느낀다는 의견도 많았다. 그러나 보편적으로 바뀐 전투 시스템까지 자동사냥과 결합되면서 "우리가 다른 게임이 아닌 블소를 해야 할 이유"가 희미해졌다.

그 지점은 결국, 기존 유저의 상실감과 연결된다. 

플레이에서 느끼는 허전함, 리니지의 옷이 과연 체형에 맞나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인데도, 초반 퀘스트라인의 흡입력은 여전했다. 블소의 스토리텔링과 인물들의 매력이 얼마나 훌륭했는지 되새길 수 있는 부분이다. 리마스터된 이벤트 컷신을 감상하는 맛, 빠른 진행으로 이야기 템포를 이어나가는 부분도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그런데 진행할수록 허전함을 느끼게 된다. 모든 서브퀘스트가 극도로 간소화됐기 때문이다. 대사 전체가 잘려나간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 자리는 모바일게임에서 흔히 채택하는 방식인, 서신을 통한 자동 서브퀘스트 수락과 완료가 대체했다.

퀘스트에서 반복 행동을 최대한 없애는 가지치기 작업은 장점이 크다. 메인 스토리에 최대한 집중해 표현하는 것도 '일반적 게임'에서는 좋은 개선책일 수 있다. 그러나 블소의 수많은 NPC 구성과 표현을 감안하면, 완전히 자른 것으로 인한 허전함은 지우기 어렵다. 앞서 언급한 스킬 역시 어느 지점의 타협점을 찾았다면 개성과 편의성을 동시에 살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또 하나의 큰 변화는 필드에서 자유로운 PK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무림맹과 혼천교라는 진영에 구애받을 필요도 없고, 던전과 마을 지역에서도 가능하다. 이것 때문에 리니지2M이 생각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기도 했다. 리니지 IP는 인게임 스토리 중심이 아니기 때문에 구현 가능한 시스템이기도 한데, 블소에게도 맞는 옷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좋은 '상품'을 만들기 위해 '작품'을 잃어버리진 않았나

게임도 잘 팔아서 이윤을 남겨야 하는 상품은 맞다. 하지만 동시에 작품이다. 작품평 역시 피할 수 없다. 문화콘텐츠로 분류되는 매체가 가지는 양면이다. 

블소 프론티어가 사업적으로 성공을 거둘 수는 있다. 리니지 IP에서 증명된 매출 공식을 상당 부분 가져왔다. 컨트롤의 변수를 줄인 스펙 싸움, 필드 전역 PvP와 조직 단위의 사냥 분쟁은 유저가 강해지고 싶어 하는 동기부여가 된다. 무협 세계관에서 리니지 방식의 재미를 느끼려는 유저를 대상으로 흥행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블소의 액션, 이야기, 레이드, 비무를 애정하던 유저들은 프론티어 월드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기존 유저 입장에서 새로운 시스템은 변화나 격변의 개념이 아니다. 블소를 지금까지 즐긴 이유와, 계속 즐겨야 하는 이유가 무응답으로 남는다. 

지금의 리마스터 방향이 흥행한다고 해도, 우리는 그 모습을 좋은 작품으로 기억할 수 있을까.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논란에 맞서 내건 캐치프레이즈 '게임은 문화다'에 엔씨소프트도 참여했다. 문화적 관점으로 바라볼 때, 프론티어 월드가 옳은지에 대한 의문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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