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게임즈가 제로게임즈 인수로 2020년 게임사업 청사진을 준비한다.

현재 라인업에서 약점으로 분류되는 MMORPG 장르를 보완하고 퍼블리싱 영역을 확대하는 적극적인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이번 인수는 라인게임즈 라인업의 다양성을 확보할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라인게임즈는 2018년, 대형 퍼블리셔로 발돋움하기 위해 기존에 준비하고 있던 다수의 라인업 중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되는 타이틀 일부를 정리하고 약 10종의 신작을 발표한 바 있다.

공개된 신작은 엑소스 히어로즈, 베리드 스타즈, 대항해시대 오리진 등으로 모바일과 PC, 콘솔로 플랫폼을 가리지 않는다. 장르 역시 수집형RPG, 전략RPG, TCG, 퍼즐, 액션 어드벤처, 배틀로얄 등 다채로운 구성이 특징이다.

하지만 한 가지가 없다. 바로 MMORPG다. 코에이테크모게임즈와 공동 개발 중인 대항해시대 오리진이 존재하지만 게임성을 고려했을 때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모바일 MMORPG와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MMORPG의 영향력은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모바일인덱스가 조사한 2018년 매출 상위 3개 게임을 보면,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약 8,000억 원),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약 3,000억 원),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약 1,500억 원)으로 모두 MMORPG다.

1위와 2, 3위의 편차가 존재하지만, 3종의 매출 총합은 약 1조 3,500억으로 전체 모바일게임 매출의 약 20%다. 이 밖에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대부분의 장르가 MMORPG인 것을 감안하면, ‘MMORPG가 모바일게임 매출을 견인했다’는 주장에 이견은 없다.

이 같은 흐름은 2019년을 넘어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과 넷마블의 A3: 스틸얼라이브, 넥슨의 V4가 등장하며 상위권의 이름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MMORPG가 초강세다.

제로게임즈 인수 이유는 여기서 드러난다. 라인게임즈가 다양성을 중심으로 여러 시도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무게감을 갖춘 타이틀의 확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현재 라인게임즈가 서비스 중인 게임들의 상업적인 성과는 퀄리티와 별개로 다소 아쉽다. 지난해 출시된 퍼스트 서머너와 엑소스 히어로즈가 출시 초반 번뜩이는 모습을 보였으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매출 순위가 하락했다. 그 결과 라인게임즈에서 현재 캐시카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타이틀은 부재중이다.

이러한 아쉬움을 채워줄 수 있는 장르는 결국 MMORPG이며, 라인게임즈는 제로게임즈 인수로 풀어냈다.

제로게임즈는 자회사 엑스엔게임즈에서 카오스 모바일을 서비스 중이다. 카오스 모바일은 대작 타이틀과 수많은 중국 MMORPG 사이에서 경쟁력을 발휘하며 한 달 이상 매출 상위권에서 순항하고 있다.

자체적인 MMORPG 개발 역량 확보가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만 단기간에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인수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려는 라인게임즈의 의도가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라인게임즈가 이번 인수에서 얻을 수 있는 또 한 가지는 노하우다. 모바일 MMORPG의 경우, 개발만큼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서비스다. 아무리 좋은 게임을 만든다 해도 서비스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롱런이 쉽지 않다.

올해 2월 출시돼 서비스 3개월 차에 접어든 카오스 모바일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23위(9일 기준)에 이름을 올리며 장기 서비스의 기반을 다졌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라이브 서비스 중인 모바일 MMORPG가 존재하지 않는 라인게임즈의 입장에서 카오스 모바일로 얻을 수 있는 경험과 노하우는 분명 가치가 있다.

이 같은 장점들로 미루어 볼 때, 라인게임즈의 제로게임즈 인수는 경쟁력을 갖춘 타이틀 확보로 다소 부족했던 MMORPG 장르의 아쉬움을 보완하고 신규 동력을 확보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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