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에게 글로벌 시장은 험지였다. 모바일 플랫폼이 떠오른 뒤 성공보다 아픈 기억이 많았다. 그런데 멈춰 있던 글로벌 프로젝트가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해외 실적은 자회사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던파) 중국 매출이 대부분을 견인했다. 넥슨 전체 매출 중 절반가량이다. 그밖에는 메이플스토리 IP의 해외 성적이 눈에 띄는 정도였다. '던파 의존도'는 넥슨에게 시한폭탄 같은 과제였다. 던파 매출 하락세가 예상되면서 실적 악화 전망이 자리잡고 있었다.

분위기를 바꾼 선봉장은 V4다. 3월 26일 대만과 홍콩 및 마카오 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직후 매출 최상위권에 올랐고, 지금까지 궤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후 단계별로 확대해 글로벌 출시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가장 우선순위로 꼽히는 후보는 일본과 동남아 지역이다.

V4를 개발한 넷게임즈에게 일본 시장은 도전의 대상이다. 전작 오버히트가 일본 출시 초창기 호성적을 올리면서 주목을 받았지만 롱런에 실패한 과거가 있다. V4가 국내 매출에서 큰 성적을 거두는 중이고, 전초기지라 불리는 대만 지역에서도 호평을 받은 만큼 다시 큰 그림을 그릴 만한 조건은 갖춰졌다.

넷게임즈의 또다른 카드인 프로젝트 MX도 일본 출격을 준비한다. 지난 2월 요스타와 일본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고, 일본어 버전 트레일러를 우선 공개하는 등 맞춤형 선출시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서브컬처에 조예가 깊은 김용하 PD의 총괄 아래 연내 완성을 목표로 한다.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글로벌 사전등록 결과는 또 하나의 희소식이다. 지난 16일 실시 이후 하루에 100만명이 몰렸고, 일주일 만에 300만명을 기록했다. 한국뿐 아니라 북미, 유럽, 남미 등 다양한 지역 유저들이 골고루 신청했다는 점도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2011년 출시한 카트라이더 러쉬는 누적 다운로드 1천만을 넘으며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모바일 통신환경의 제약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시간 동시전송 환경이 보편화되고 5G 통신까지 보급이 시작된 지금 시점에서, 러쉬플러스에 몰리는 관심은 주목할 만하다.

카트라이더 IP는 아시아권에 비해 서구권에서 인지도가 미약했다. 콘솔 버전인 카트라이더 드리프트가 약점을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PC와 Xbox ONE 플랫폼으로 연내 출시 예정이다. 오랜 시장 조사를 통해 북미와 유럽 감성에 맞도록 모든 디자인을 새롭게 고쳤고, 과금에 성능 격차를 완전히 제거한다. 콘솔 도전과 서구권 도전, 2갈래의 큰 줄기를 책임지는 타이틀이다.

자타공인 최고 기대작은 던파 모바일이다. 중국에서 던파가 지닌 위상을 생각하면 넥슨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 만큼 거대한 잠재력으로 평가를 받는다. 중국 서비스는 텐센트가 담당하며, 현재 난관인 판호 역시 2016년 미리 발급받았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없다.

던파 모바일은 전세계 모바일게임의 사전예약 기록을 새로 썼다. 중국 내 사전등록 실시 나흘 만에 1천만을 돌파했고, 현재 3천만을 달성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예정된 대흥행’이란 말이 흘러나온다. 그만큼 넥슨과 네오플은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네오플은 던파 모바일 개발실을 서울로 이전하기로 정했고, 인력을 300여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제주에서 서울로 옮기는 직원들에게 파격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신규 사무실이 서울 강남 지역으로 예상되는 만큼, 넥슨의 2D 그래픽센터 등 기용 가능한 최대한의 개발력이 투입될 전망이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는 2020년 신년사에서 "라이브 서비스 역량 집중 투자로 '초격차'를 준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초격차는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이 자신의 저서에서 언급해 유명해진 말로, 단순한 크기의 차이를 넘어 기업의 모든 차원을 과감히 혁신해 비교 불가능한 격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국내 굴지의 게임사들이 앞다투어 글로벌 시장에 뛰어든 지 오래다. 인지도와 IP의 힘 이전에 기본기가 중요해진 환경이다. 넥슨은 초격차를 글로벌에서 만들어낼 수 있을까. 플랜은 갖춰져 있다. 실행과 결과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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