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레이드 미디어 프랜차이즈가 본격적으로 포문을 열었다.

게임 원작의 애니메이션화는 유독 국내에서 외면당해왔다. 큰 이유로 아동 대상을 제외한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성 문제와 함께, 해외에서 호응할 만한 세계관이 별로 없었던 것이 꼽힌다. 그런 점에서 킹스레이드의 미디어 확장은 큰 도전으로 다가온다.

베스파는 자사 대표작 킹스레이드의 TV 애니메이션 '킹스레이드-의지를 잇는 자들' PV 영상을 최초 공개하는 동시에 이후 일정을 알렸다. 올해 가을 일본에서 방영 예정이며, 애니메이션 공식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순차적으로 정보를 공개할 방침이다. 

베스파는 일본 현지 법인 하이브에서 TV 애니메이션 제작 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동 기획했다. 애니메이션 제작은 포켓몬스터와 요괴워치 등을 제작한 OLM과 선라이드 비욘드가 담당한다. 선라이즈 비욘드는 건담 빌드 다이버즈 Re:RISE,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펜스 울즈헌트 등을 제작 중인 신생 제작사다.

주요 제작진 역시 최근 좋은 반응을 얻은 인물 위주로 구성됐다. 호시노 마코토 감독은 소드아트 온라인과 뱅드림 애니메이션 등의 연출로 알려져 있다. 각본을 맡은 시즈미 메구미와 토쿠다 마사히로 음악감독은 각각 일본 애니메이션과 드라마에서 인지도를 높였다.

킹스레이드 애니메이션 소식이 처음 공개된 것은 2019년 9월경이다. 드림캐쳐와의 콜라보 쇼케이스 이후 간담회에서 이원석 CSO가 관련 정보를 밝히면서, "IP를 풍성하게 확장시키는 동시에 장기적인 생명력을 얻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초기 계획부터 2020년 내 방영 예정이었고, 목표는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원작 게임의 기본 줄거리를 반영하지만 색다른 시점과 각색으로 다른 스토리를 풀어낼 계획으로 알려졌다. 기존 팬만을 위한 작품을 넘어서 일반 시청자도 즐겁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킹스레이드 애니메이션의 목표다. 

킹스레이드 애니메이션을 기대하게 되는 첫째 이유는 원작 시나리오가 가진 퀄리티다. 

게임 플레이 초반은 용사 주인공의 흔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하지만 진행해갈수록 섬세한 구조로 스토리가 쌓인다. 모바일 수집형RPG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메인스토리 서사로 기승전결을 그려냈다. 특히 판데모니움 이후 휘몰아친 상상 이상의 전개는 유저들을 긴 시간 떠나지 못하게 사로잡은 무기였다.

주인공 일행 4인방은 물론 그밖의 캐릭터 디자인도 꼼꼼했다. 중심 이야기가 굵직하면서도 다양한 인물이 얽히는 과정의 유머 센스가 호평을 받았다. 이벤트마다 골고루 주변 스토리를 그려내면서 전체 세계관을 완성해나가는 정성도 보였다. 애니메이션만의 시점과 각색이 들어가더라도 기본 시나리오에 관한 믿음은 굳건하다,

숙제이자 관전 포인트는 초반 스토리다. 킹스레이드 서비스 초창기, 베스파는 작은 업체였다. 현재와 비교할 때 내러티브와 연출 역량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애니메이션은 극초반부터 시선을 강력하게 사로잡는 장치가 필요하다. 시점과 플롯을 어떻게 변주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할지, 기존 팬들이 가장 흥미롭게 지켜볼 부분이다.

사업적으로도 기대할 지점은 크다. 원작 게임은 이미 일본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2018년 일본 서비스 오픈 이후, 빈약한 초기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일본 모바일시장 매출 10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돌풍의 주인공이 됐다. 킹스레이드의 글로벌 흥행은 베스파를 단박에 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켰고, 그 중심에 일본 시장이 있었다. 

애니메이션이 일본 제작과 송출로 시작하는 환경에서 원작 흥행이 초반 홍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추측은 자연스럽다.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세계 각지도에서 인지도를 얻은 만큼 사업적 잠재력도 갖췄다. 글로벌 송출 시점까지 게임 운영이 무너지지 않는다면, 게임과 애니메이션의 시너지도 일으킬 수 있다.

킹스레이드 IP를 확장할 차기작도 관심사다. 베스파가 직접 개발하는 신작들의 공개가 늦어지면서 현재 실적과 기업평가가 모두 하락한 상태다. 모바일에 더해 콘솔 플랫폼에서 개발을 진행 중이고, 유저층은 글로벌을 겨냥하고 있다. 신작 퀄리티에 따라 상황을 반전시킬 여지는 크다. 

베스파가 공개한 애니메이션 메인 이미지는 주인공 카셀과 검을 맞대는 캐릭터가 그려져 있다. 게임에 등장한 적 없는 오리지널 캐릭터다. 애니메이션 스토리의 중심 인물 중 하나로 추정되며, 무엇 때문에 카셀과 대립하는지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품질의 시나리오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국내 모바일게임계에서 킹스레이드는 정성과 가능성을 모두 보였다. 원작 이야기의 퀄리티를 지키는 동시에 새로운 이야기로 유저와 시청자를 놀라게 하길 기대한다. 애니메이션은 미디어 확장의 시발점이자 시험대다. 도전적이지만, 사실은 이 방향이 정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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