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설명이 필요했지만, 몇년 사이 설명이 무의미해진 단어가 있다.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은 '게임화'로 흔히 번역한다. 게임의 특성을 시스템 전반에 활용해 몰입감을 높이는 기법이다. 2010년 전후, 서구권 몇몇 기업들의 모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개념이 탄생했다. 이후 국내 대기업들이 경영 방식으로 흡수해 성공 사례로 정착시켰다.

어느새 사회 각지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을 외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게이미피케이션의 시대에 살게 됐다. 실생활의 게임화가 찾아온 것이다.

게임 메커니즘에서 가장 많이 차용하는 요소는 행위에 비례한 보상 반영이다. 게임 대부분은 수행 목표, 즉 미션이 있다. 그리고 유저가 성취도를 얼마나 올렸는지 알기 쉽게 보여주는 데이터가 존재한다. 등급과 점수 등이 대표적 예시다. 승부욕, 성취욕, 자아실현욕 등 사회 전반에 나타나는 욕망들은 게임 속에서 더욱 직관적이다.

단어가 통용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의 탄생과 맥락을 같이 했다. 컴퓨터를 처음 배울 때 활용하던 한글타자연습 게임이 대표적 사례다. 적응이 어려울 수 있는 키보드 사용을 게임 기능으로 쉽게 배우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 윈도우 전통의 기본게임인 프리셀 역시 마우스 사용을 알려주는 역할을 했다.

게이미피케이션을 적극 활용하는 분야도 자연스럽게 정해진다. 조직 관리, 마케팅, 그리고 교육이다. 모두 '동기부여'를 핵심 키워드로 가진다.

마케팅의 관점은, 지역 조직사회도 게이미피케이션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크게 도시재생과 행사 참여 유도로 나뉜다. 다수 지역에서 자리잡은 지역화폐도 게이미피케이션의 특성을 가진다. 이벤트에 따라 상품권과 마일리지를 제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보 공유나 쿠폰행사 등 또다른 이벤트가 열리며 활력을 불어넣는 선순환 구조다.

교육은 가장 편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분야다. '쪽지시험'이라고 말하면 귀찮고 부담 되는 장벽이 되지만, 시스템을 조금만 비틀어 '퀴즈게임'으로 재편해 흥미로운 도전 과제로 만들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실패했을 때 스트레스를 낮추는 작업이다. 처음에 쉬운 과제로 보상을 주고, 보상 포인트를 지불해 힌트 등 좋은 기능을 얻어 다음 단계에 도전하는 등 체계적 게임 보상이 연구 및 실천 중이다. 기존 게임에 학습 개념이 있고 '점수'라는 직관적 데이터도 존재하는 만큼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게 나올 수 있다.

게이미피케이션이 만능은 아니다. 종종 언급되는 실패 사례 중 하나가 '플레이 펌프'다. 아프리카 지역 물 공급을 위해 아이들이 돌리며 노는 놀이기구에 물을 끌어올리는 펌프를 설치한 것. 그러나 기존 펌프보다도 효율이 나빠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다. 게임에 특정 기능을 단순하게 붙인다고 해서 성공을 담보하는 모델은 아니다.

실패 사례들은, 게임의 문법을 적용할 때 실제 게임 개발과 같은 기획 과정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되새기게 한다. 놀이에 싫증을 느끼지 않도록 꾸준한 성취감을 제공하고, 기존 문법보다 접근성과 효율이 높아야 한다. 사회 각지에서 게이미피케이션 도입을 주장할 때 오히려 오남용에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유니크굿컴퍼니의 게이미피케이션 공간 '미스터리오피스'
유니크굿컴퍼니의 게이미피케이션 공간 '미스터리오피스'

게임이 오히려 게이미피케이션에서 배워야 하는 지점도 존재한다. 기대에 못 미친 게임들의 공통점은, 유저에게 동기부여를 꾸준히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산업 선두주자들이 마케팅에서 사용하는 게임화 기법은 국내 게임보다 세련된 부분이 있다. 유저가 자각하지도 못하는 사이 자연스럽게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참여 이후 리워드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와 같은 구조는 문화콘텐츠 전반에 빠르게 정착되고 있다.

유희 문화가 매번 다양해지는 지금 사회에서, 게임이 게임화에 패배할 수도 있다는 인식은 지금부터 필요하다. 게이미피케이션 연구는 여느 때보다 활발하지만 새롭게 연구해야 할 지점 역시 많이 남았다. 게임과 사회의 동반 발전을 위해 진지한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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