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그나로크는 많았다. 그러나 많지 않았다.

20년 동안 라그나로크 IP로 출시된 게임은 많다. "원작을 제대로 계승했다"고 인정받는 게임은 없었다. 하나씩 모자랐다. 그만큼 라그나로크 온라인은 명품이었고, 당시 감성과 퀄리티를 요즘 시대에 맞게 소화하는 작업은 어려웠다.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그런 의미에서 궁금해지는 신작이다. 그라비티는 원작의 정통성을 강조했다. 라그나로크 온라인을 모바일에 최대한 가깝게 구현하고, MMORPG 본연의 재미에 충실하면서 IP 사상 최고 퀄리티를 보여주는 것이 목표다. 

6월 17일 2차 CBT를 시작하고, 7월 정식 출시에 돌입한다. 정통성과 독창성의 두 갈래로 뻗어나가는 것, 라그나로크 오리진이 짊어진 임무다.

라그나로크 온라인은 '아름다운' 게임이었다. 순수 비주얼을 넘어선 게임디자인 개념이다. 2001년 출시 기준 비교 대상이 없을 만큼 감각적인 화풍과 캐릭터를 갖췄고, 감성적인 음악은 지금까지 회자될 정도로 훌륭했다. 

트렌드를 타지 않는 고유의 미학이 있었다. 유저끼리 점포를 열어 교류하는 아이템 거래나 상인 직업의 경제활동처럼 빛나는 감성과 아이디어가 나왔다. 시스템은 지금 시각에서 낡은 부분이 존재하지만, 그 단순한 사냥을 많은 유저가 추억으로 그리워하는 이유는 선명했다.

라그나로크 세계관으로 등장한 게임들의 장르는 다채롭다. 가장 많은 장르로 변형해본 IP라고 봐도 무방하다. MMORPG에서 출발해 모바일 RPG, 카드게임, 헌팅액션, 액션RPG, 방치형, 그리고 최근 출시한 SRPG 라그나로크 택틱스까지.

그 결과에 대해 국내외 평가는 엇갈린다. 2019년 그라비티는 상장 이래 최대 실적을 거뒀다. 국내에서 잘 체감하지 못하는 사이 라그나로크는 해외에서 힘을 키워왔다. 연간매출 3,610억원 중 상당수는 아시아 지역이 견인했다. 태국과 대만이 중심 거점으로 꼽히고, 인도네시아와 같은 신규 시장도 잠재력이 높다.

그러나 한국 시장에서 라그나로크 파워는 조금씩 힘을 잃었다. 초창기 후속작들의 실패가 뼈아팠다. 후속작마다 마니아는 존재하지만, 원작 평가에 근접하거나 원작을 뛰어넘는 창작은 없었다. 다방면에서 발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내 유저들의 입맛에 맞추지 못하면, 라그나로크를 계승했다고 평가하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어떨까.

테스트 분위기는 순조로웠다. 평가가 까다롭기 마련인 각종 커뮤니티에서도 직접 CBT에 참여한 유저들에게서 "모처럼 기대가 되는 게임"이라는 평가를 발견할 수 있다. 예상보다 많은 유저가 참가하면서 테스트 종료 시간을 긴급 연장하기도 했다.

그라비티 사옥에서 포커스 그룹테스트(FGT)에 참여한 유저 중 한명은 "어느 정도 수동 플레이가 필요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소감을 남겼다. 실제로 수동조작 비중 증가는 개발 과정에서 강조한 부분이다. 원작 본연의 재미를 느끼기에 여타 모바일게임과 같은 자동전투 의존은 분명 어울리지 않는다.

IP의 핵심 자랑거리 중 하나인 BGM 어레인지도 주목할 만하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믹싱했던 성지훈 감독이 마스터링에 참여하는 등 퀄리티에 공을 들였다. 편곡 중에서도 프론테라 테마곡을 왈츠 형태로 편곡한 버전이 특히 귀를 사로잡는다.

2차 CBT는 17일부터 19일까지 3일간 진행된다. 1차에 비해 많은 유저들의 체험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미디어 쇼케이스를 통해 노출이 늘었고, 원작 계승과 퀄리티를 동시에 강조하면서 궁금증을 유발했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조건은 갖춰졌다. 

개발진은 기획 단계부터 라그나로크를 다시 학습했다고 밝혔다. 학습의 결과가 곧 드러난다. 이제는 라그나로크의 본질을 좋아하던 유저들을 되돌릴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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