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들이 일제히 콘솔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3N을 비롯한 모든 대형게임사가 콘솔 플랫폼 개발에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PC와 콘솔 크로스플랫폼을 내세운 대형 RPG 프로젝트TL(The Lineage) 사내 테스트에 돌입했고, 넷마블은 싱글플레이 RPG 세븐나이츠 타임원더러를 닌텐도 스위치로 개발 중이다. 

넥슨은 Xbox와 PC 크로스플레이를 지원하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연내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스마일게이트 역시 레메디 엔터테인먼트와의 협업을 통해 Xbox one 기반의 크로스파이어X 베타테스트를 마쳤다.

중견 게임사들도 콘솔과 글로벌 비중을 높이고 있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깃발은 네오위즈와 라인게임즈다. 

네오위즈는 리듬게임 디제이맥스 리스펙트에 이어 MMORPG 블레스 언리쉬드를 연이어 출시했고, 현재 콘솔 소울류 액션 프로젝트P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인게임즈는 어드벤처 베리드 스타즈에 이어 고전 IP의 복원을 목표로 창세기전: 회색의잔영을 개발하고 있다. 

그밖에도 베스파, 시프트업 등 새로운 동력이 필요한 게임사들이 콘솔 대작 프로젝트로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그중 상당수는 스튜디오 내 모션캡쳐 기술을 함께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규모를 불문하고, 이제 콘솔 신작 개발은 놀랍지 않은 뉴스다.

새 시장의 가능성, 시장 수요는 급증

한국 게임계의 콘솔 진출이 처음은 아니다. 온라인게임 시장이 태동하기 전부터 PC와 함께 플레이스테이션 등 콘솔 플랫폼 개발을 위한 연구와 시도가 진행됐다. 그러나 인터넷 인프라를 통한 온라인게임이 활성화되고, 곧 막대한 수익으로 연결되면서 국내 콘솔개발은 자연스럽게 도태됐다.

콘솔이 다시 주목을 받은 시기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2017년경이다. PS4의 전성기인 동시에 닌텐도 스위치의 등장이 화제가 된 시점이다. 한국어 지원 게임이 급증하고 뉴미디어가 발전하면서 접근성도 급상승했다. 배틀그라운드의 대흥행으로 스팀 인지도가 크게 오른 것도 PC 싱글게임 및 콘솔과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개발사 입장에서도 활로가 필요했다. 2017년부터 중국 판호 발급이 막히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발걸음이 이어진 것도 큰 이유로 꼽힌다. 여기에 모바일 플랫폼의 과포화가 부각되면서 관심은 글로벌 시장과 콘솔로 향했다. 실제로 현재 개발 중인 대부분의 콘솔 프로젝트가 2017년 이후 정립됐다.

콘솔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개발 규모와 시장 수요가 반드시 게임의 질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 국내 콘솔개발이 나아갈 길은 멀다는 분석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노하우다. 콘솔게임 개발자들의 말에서 "맨땅에 헤딩"이라는 표현은 수시로 사용된다.

단순 PC 기반과 콘솔 지원게임은 겉보기에 비슷하지만 무수한 차이점을 가진다. 대표적 요소가 UI다. 게임패드 조작을 배려한 UI는 화면 구성과 키 배치부터 완전히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그밖에도 최적화 개념과 TV화면 해상도 지원, 플랫폼 검수와 마케팅 구조에 이르기까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복병을 만나게 된다.

위와 같은 이유로 인해, 완성 단계에 들어가도 폴리싱 등 후반 마감 작업이 한없이 늘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배틀그라운드처럼 서구권 유명 개발자를 영입해 노하우를 전수받는 성공 사례도 있지만, 보편적인 방법이 되기는 어렵다. 

플랫폼은 바뀌었는데, 게임은 그대로?

변화가 플랫폼 뿐이라는 사실은 전망을 어둡게 한다. 장르와 게임성의 변화를 찾기 어렵다면 장기적인 노하우 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진행 중인 콘솔 프로젝트의 절반 정도는 MMORPG의 콘솔 컨버전이다. 나머지 프로젝트도 RPG 장르에 국한되거나, 과거 RPG IP를 살리는 정도에 그친다. 완전한 싱글 플레이를 추구하는 게임들도 출시됐거나 준비 중이지만, 인력을 갖추는 일부터 난관을 겪고 개발 기간이 한없이 늘어지는 현상이 나온다.

한 개발자는 "현업 종사자 중 대부분은 MMORPG 전문 인력이고, 그 장르 말고 아예 경험이 없는 경우도 반절은 될 것"이라면서 "경험의 불균형이 결국은 제약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남겼다. 콘솔 플랫폼 도전부터 이미 험난한 개척인데, 노하우가 없는 장르까지 도전하는 일은 초기 기획 단계부터 너무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혹자는 한국 콘솔시장을 "아직 걸음마도 못 뗀 우량아"로 표현한다. 자본 규모는 몇몇 국가를 제외하면 밀리지 않고, 기술력과 인프라 역시 풍부하며, 수요도 커졌다. 그러나 장르에 대한 투자 편중과 노하우 부재로 인해 제대로 된 출발을 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대형 프로젝트도 중요하지만, 소규모 스튜디오에 긴 시간을 지원하면서 장기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근 베리드 스타즈는 마이너 장르에도 불구하고 초기 패키지 물량이 순식간에 동나는 판매 속도를 보여줬다. 예상 이상으로 시장은 열려 있다. 창의적이고 감각적인 게임을 만들어낼 여유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이가 처음 걷기 위해서는 오랜 기다림이 필요하다. 걷기 시작하면 뛰는 일은 빠르다. 재미있는 작품이 나온다면, 유저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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