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은 익숙해지는 순간 일상이 된다. 10년 전 게임 신기술, 모션캡처가 대표 사례다.

촬영 대상 전체에 수많은 센서를 달고 움직이게 만든 뒤, 3D 스캔 시스템으로 데이터화한다.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게임에 사용될 3D 모델 데이터를 생산한다. 실제와 비슷한 움직임을 표현하는 모션캡처 기술의 기본 개념이다.

모든 게임을 2D로 만들던 시절, 모션캡처는 영화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1990년 토탈 리콜이 모션캡처를 사용한 첫 영화로 꼽힌다. 뒤이어 타이타닉이나 배트맨과 로빈, 글래디에이터, 미라 등 블록버스터 흥행작들이 연이어 기술 활용에 나섰다.

실사형 3D 게임의 시대가 오면서 모션캡처 수요는 폭증했다. 모든 캐릭터의 동작과 연기를 그래픽으로 처리해야 하는 매체 특성이 크게 작용했다. 앞다투어 투자가 이뤄진 끝에 모션캡처 기술은 점차 정교해지고 효율적으로 발전했다. 이제 모션캡처는 선택지를 넘어 필수가 되고 있다.

2010년 마비노기 영웅전 모션캡처 메이킹
2010년 마비노기 영웅전 모션캡처 메이킹

한국게임 역시 이른 시기에 모션캡처가 도입됐다. 2010년경 넥슨은 마비노기 영웅전에 모션캡처를 사용해 당대 온라인게임 중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 움직임을 표현해냈다. 

엔씨소프트와 펄어비스는 일찌감치 모션캡처 스튜디오를 자체 운영해왔고, 3D 스캔과 폴리 스튜디오를 함께 갖춰 독자적 기술을 보유했다. 특히 엔씨소프트는 2019년 수원에 모션캡처 전문 스튜디오를 구축해 카메라 100대 규모의 대형 설비로 확대했다. 

모션캡처는 이제 대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 시프트업은 콘솔 AAA급 액션게임을 목표로 프로젝트 이브를 준비하면서 기획 단계부터 사내에 대형 모션캡처 스튜디오 설치를 단행했다. 최근 공개한 전투 프로토타입 영상에서 이브가 보여준 움직임이 모션캡처의 산물이다.

모바일 디바이스 사양이 발전하면서 플랫폼의 제약도 사라졌다. 넷마블은 최근 출시한 모바일 MMORPG 세븐나이츠2를 개발 과정에서 체코 모션캡처 업체와의 협업으로 시네마틱을 발전시켰고, 베스파는 사내에 모션캡처 장비와 인력을 확보해 자사 대표 게임 킹스레이드와 차기 개발작들에 활용하고 있다.

프로젝트 이브는 자이로센서, 이미지 기반 모션캡처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컷신 및 인게임 애니메이션 제작의 로우 데이터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시프트업 이동기 테크니컬 디렉터는 모션캡처 및 3D 스캔의 최장점으로 "실제 존재의 디테일을 살릴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동기 디렉터는 "애니메이션 데이터를 제작하기 전 자신이 만들 데이터를 직접 움직여 포즈 사이의 움직임을 체크하는데, 모션캡처 장비가 없다면 그 움직임이 영상 데이터로만 남는다"고 말했다. 즉, "모션 캡쳐 장비를 도입하면 어떤 움직임이든 데이터화되어 기록된다"는 의미다. 

위와 같은 작업이 진행될 경우 애니메이션 작업자의 테스트와 실제 작업이 적은 시간에 많이 이루어진다. 그만큼 디테일을 살릴 수 있고, 수정이 필요할 때 속도도 빠르다. 현재 프로젝트 이브는 크리처를 표현하기 위한 실제 조형물까지 만들어 3D 스캔 데이터로 소화하고 있다.

이동기 디렉터는 답변에 이어 "현재 시프트업에서 프로젝트 이브라는 콘솔 프로젝트 도전을 위해 모든 분야에서 인재를 모집하고 있다"면서 "꿈을 함께 이루어나갈 뜻이 있는 분들의 많은 지원을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베스파의 수집형RPG 킹스레이드는 2020년부터 라이브 부서에서 3~4명의 인원을 투입해 기술을 활용 중이다. 모션의 컨셉 기획, 액터 리허설 촬영 선행, 본촬영 및 후작업 순으로 프로세스를 진행한다.

베스파 아트실 관계자는 모션캡처 도입으로 개발 효율과 속도가 비약적으로 올랐다고 답했다. "동일 컨셉의 모션을 수작업으로 했을 때 1주일 이상이 소요된다면, 모션캡쳐 기술을 활용할 경우 약 2~3일 정도로 단축할 수 있다"는 것. "비록 데이터 후보정 작업이 필수지만, 애니메이터의 키 작업만으로는 표현하기 힘든 모션캡쳐만의 매력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씬 연출과 감정표현에서 섬세한 움직임을 만들어낸 것이 발전 요소다. 실제로 킹스레이드는 기존 장점인 스토리를 IX: FALLEN FATE와 챕터 10에서 연출로 극대화시켰다. 2020년 1월부터 모션캡처를 거쳐 적용된 코스튬 역시 의상에 따라 적절한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디테일을 높였다.

모션캡처가 반드시 거대 예산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례들이 나타난다. 개발 효율과 만족스러운 결과물, 양쪽을 모두 잡기 위해서라도 포기할 수 없는 기술이다. 일상이 된 신기술은 어느새 업계와 유저 양쪽의 경험을 바꾸고 있다.

저작권자 © 게임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