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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움'은 디테일에서 나온다, 독버섯맛 쿠키의 비밀
길용찬 기자 | 승인 2021.02.22 17:09

귀여워야 살아남는 시대다. 잘 생기고 예쁜 것은 몇 년 가지만, 귀여움은 평생 간다는 말이 있다. 게임을 넘어 모든 콘텐츠에 통용되는 법칙이다.

수많은 신작에서 귀여운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캐릭터가 대중 취향을 저격할 경우, 세계적인 장수 IP가 탄생하는 동시에 회사의 핵심 먹거리가 된다. 하지만 대부분 큰 화제가 되지 못한 채 묻히곤 한다. 

귀엽다는 감정을 이끌어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고, 소리 없는 적자생존의 경쟁이 펼쳐진다. 쿠키런 킹덤은 최근 그 경쟁에서 압승을 거둔 사례다. 귀여운 쿠키들은 기대 이상의 대흥행을 이끌었다. 다른 게임에 비해 다른 점은 무엇일까. 

쿠키런 킹덤은 하루아침에 흥행했지만, 하루아침에 준비한 것이 아니었다. 단순히 캐릭터 디자인에 집중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행동과 설정, 관계망에서 '디테일'이 살아 숨쉬고 있었다.

2013년 카카오 쿠키런부터 쿠키별 개성에 신경썼고, 이런 노력은 현재 데브시스터즈의 핵심 게임인 쿠키런 오븐브레이크에서 폭넓게 진화했다. 쿠키런의 모든 쿠키는 배경스토리와 고유 콘셉트를 가지고, 그 배경은 상위 카테고리로 묶여 지역별 세계관을 만들어낸다. 

용의 협곡, 천년나무 유적지, 탐험가맛 쿠키의 대저택, 마법사들의 도시 등. 현재 쿠키런 세계관은 수십 종의 지역 설정이 완성됐고, 그 속에 쿠키들이 소속되어 개별 관계를 가진다. 캐릭터와 이야기가 고갈될 걱정이 당분간 없다. 쿠키런 킹덤은 그동안 쌓아온 기반이 한번에 폭발하는 계기가 됐다.

쿠키런 IP의 캐릭터성을 함축한 대표적 사례가 있다. 쿠키런 킹덤 오리지널 쿠키인 독버섯맛 쿠키다. 킹덤 출시와 함께 귀여운 캐릭터성이 유저들을 사로잡았고, 수많은 '움짤'과 2차창작이 유행하면서 신흥 마스코트로 떠올랐다.

독버섯맛 쿠키는 다른 게임에서 공식처럼 활용하던 귀여움의 법칙과 벗어나 있다. 악역 집단의 일원이고, 보라색 독성 포자를 뿜어내는 능력을 사용한다. 오히려 비호감으로 비춰질 수 있는 위치다. 하지만 폭신한 버섯머리와 멍하고 느릿한 움직임의 조합은 희귀한 개성을 만들어냈다. 

일등공신은 대사와 목소리다. "새 친구우... 버섯 먹을래애~?" 와 같은 힘 빠지는 대사를 나른한 목소리로 읊어주는데, 스토리 중간중간에서 분위기를 풀어주는 역할로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스킬 사용 대사인 "버섯 머겅" 역시 컬트적인 인기를 불러왔다.

그밖에 쌀쌀한 석류맛 쿠키를 친구로 생각해 지키려고 하는 태도, 왕국 상호작용에서 꼬물꼬물 움직이며 보여주는 비주얼이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디자인, 스토리, 관계, 목소리, 움직임이 완벽하게 어우러지면서 완성된 총체적 귀여움이다. 

상호작용은 쿠키런 킹덤이 보여주는 귀여운 감성의 핵심이다. 쿠키마다 어떤 건물에 배치되느냐에 따라 행동거지가 변하고, 특정 쿠키만 가능한 이벤트가 벌어지기도 한다. 

양파맛 쿠키는 이미 유령이 되었지만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유령을 무서워하며 떠돌아다닌다. 언뜻 섬뜩할 수도 있지만, 쉬지 않고 울면서 인형을 꼭 끌어안고 있는 모습은 뜻밖의 보호본능을 일으킨다. 그것을 돌보고 지켜주는 역할이 대저택의 메이드인 블랙베리맛 쿠키다.

전용 데코에 둘을 배치하면 귀여운 상호작용과 함께 둘의 관계성을 알 수 있다. 양파맛 쿠키만 있을 경우 두려움에 떨며 침대를 뛰쳐나가지만, 블랙베리맛 쿠키를 옆 의자에 앉히면 책을 읽어주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며, 마치 엄마와 아이 같은 포근한 풍경을 연출한다.

이런 이벤트에 빠져든 많은 유저들이 떠나지 않고 왕국을 키우며, 특별한 이득을 없어도 꾸미기 플레이에 몰두하게 된다. 이야깃거리가 생기기 때문에 유저 커뮤니케이션도 잦다. 애정을 자극하는 장치를 적극적으로 만들면, 귀여운 감성을 자극할 확률은 오른다.

귀여운 캐릭터의 장점은 타겟을 넓게 잡을 수 있는 것이다. 미남과 미녀 캐릭터는 극소수를 제외하면 소비층이 한정된 편이다. 아름다움의 기준에 대해서도 유저마다 취향이 갈린다. 하지만 귀여움은 세대와 성별을 아우르는 코드가 존재한다.

귀여운 캐릭터는 단순히 '귀엽게 만들어라'는 미션을 수행한다고 해서 탄생하지 않는다. 디자인 이전에 감성과의 싸움이다. 이 캐릭터가 왜 귀여워야 하는지, 무엇을 할 때 제일 귀여운지, 한 마디로 표현되는 단어나 대사가 있는지. 파고들수록 유저의 마음을 이끌어야 하는 과제는 많다. 그렇기 때문에, 성공작 역시 많지 않다.

대중적으로 잘 만든 캐릭터는 산업과 작품을 모두 만족할 수 있다. 유저 입장에서도 오래 즐길 만한 소비물이 된다. 더 많은 게임이 진정으로 귀여워졌으면 한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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