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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감독이 되어보자, 팀파이트 매니저
길용찬 기자 | 승인 2021.03.09 17:12

재기발랄한 한국 인디게임 하나가 뛰어나왔다.

팀파이트 매니저, 유저가 e스포츠 감독이 되어 팀을 이끄는 경영 전략 시뮬레이션이다. 개발자 단 2명이 만든 게임이지만 관심은 특별했다. 출시 전부터 인플루언서 코드 배포 마케팅으로 이목을 끌었고, 2일 스팀 출시와 함께 호평 리뷰가 줄을 이었다.

캐주얼 시뮬레이션 게임은 많이 나왔고, 스트리밍 방송을 통한 홍보 역시 자주 이루어졌다. 그러나 대부분 소수 마니아만 남긴 채 잊혀져왔다. 팀파이트 매니저는 결이 다르다. 보는 재미와 직접 하는 재미에서 모두 만족을 이끌어냈다. 흥행 공식을 충실히 따라가되, 한 걸음을 더 나아간 기획이 흥행 비결이다.

캐주얼 경영 장르가 카이로소프트의 흔적을 지우기는 어렵다. 카이로소프트는 모바일 경영 시뮬레이션의 기준을 세운 게임사다. 규모는 작지만 모바일 시장 초창기부터 유료게임 차트를 지배했고 지금까지 꾸준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

아기자기한 도트 그래픽 속에 매순간 끊임없는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시스템, 중요 과제를 넘길 때마다 성취감을 들게 만드는 콘텐츠가 주요 매력이다. 플레이를 시작하면 계속 붙잡을 수밖에 없는 마력을 주기 때문에 '마약게임'이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그러나 카이로소프트 게임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다. 매년 몇개의 신작을 내는 다작 속에 발전은 없었다. 게임의 세계관만 바뀔 뿐, 비슷한 그래픽과 어셋을 활용하면서 시스템을 조금씩 변주하는 수준에 그쳤다.

깊이가 부족하다는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조금만 익숙해지면 게임이 너무 쉬워지고, 반복할수록 단순 성장하는 구조다. 게임을 한번 켜면 쉽사리 끄지 못하는 장점과 동시에, 한번 끄면 손이 다시 가지 않는 단점을 가진 것이다.

팀파이트 매니저는 카이로소프트 게임들의 기본 공식에서 출발한다. 소재 특성상 풋볼매니저의 캐주얼판 같은 전략 매니지먼트의 느낌을 주지만, 뼈대는 경영에 가깝다.

선수 역할을 하는 인재를 모으고, 성적에 따른 수익으로 게이밍하우스를 키운다. 제조를 통해 얻는 장비도 중요하다. 아마추어 리그에서 시작해 세미프로리그, 1부에 해당하는 프로리그로 점차 승격한다. 그리고 꿈의 무대인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것이 최종 목표다.

뼈대에 얹은 독창성은 '변수 창출'이었다. 자칫 단순한 패턴으로 굳어버릴 수 있는 게임성을 세계관 속 업데이트로 변화를 준다. 한 라운드가 지날 때마다 신규 챔피언이 추가되고, 밸런스 패치가 이루어진다. 자연스럽게 메타는 요동친다. 감독을 맡은 유저는 매번 바뀌는 구도에서 밴픽을 고민하게 되고, 그 과정은 곧 재미로 연결된다.

이론적으로는 누구나 아는 이야기다. 장르의 흥행 공식을 벤치마킹하고, 그 위에 조금만 독창적인 방식을 얹는 것. 그러나 실제 인디게임 개발자들은 여기서 벽을 느낀다. 실험이 지나치거나 헐거우면 게임은 조잡해지고, 그것이 두려워 실험을 망설이면 아류작으로 남는다.

팀파이트 매니저는 기발한 기획을 세웠고, 세밀한 실현 능력으로 재미를 만들었다. 밴픽 알고리즘은 복잡한 인공지능이 구현된 것은 아니지만 소규모 게임 기준에서 탄탄하다. 유저가 '하드캐리'한 챔피언을 다음 세트에서 바로 밴하거나, 심리전을 걸어서 깜짝 픽으로 상성을 뒤엎는 AI의 플레이를 종종 볼 수 있다.

소규모 개발의 한계도 남아 있다. 캐주얼 경영 및 전략게임의 한계이기도 하다. 매번 다른 밸런스로 구도를 변화시키는 데에 성공했지만, 콘텐츠 패턴이 다채롭진 않다. 결국 후반으로 갈수록 경기 진행과 장비 제조의 반복이 된다. 업데이트를 통해 비시즌 콘텐츠나 경기 전후 준비과정을 다변화한다면 더 오래 즐길 게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한계에도 불구하고 팀파이트 매니저는 독창적인 재미를 준다. 1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도 구매를 망설이지 않게 만든다. 리그오브레전드 등 e스포츠 중계를 지켜보며 머리싸움 시나리오를 그려본 유저라면, 스스로 감독이 되어 날카로운 밴픽 전략을 즐겨볼 좋은 기회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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