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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아크 운영에는 감동이 있다
길용찬 기자 | 승인 2021.03.10 16:32

로스트아크의 역주행이 게임계에 새로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연말까지 PC방 점유율 1%를 밑돌던 로스트아크는 베른 남부 업데이트의 호평에 힘입어 반등을 시작했다. 반등은 3월 들어 돌풍으로 변했다. RPG 장르 1위를 탈환했고, 출시 직후에 볼 수 있었던 접속대기가 재현됐다. 1서버로 불리는 루페온은 대기열 최대 1만명을 넘길 만큼 폭발적인 인구 증가를 겪었다.

가장 큰 비결은 운영의 재평가다. 주변 게임들의 확률 이슈와 운영에 실망하고 떠난 유저들이 대체재를 찾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로스트아크가 '운영 좋은 게임'으로 손꼽히면서 급격히 입소문을 탔다. 좋은 운영을 보여주려 노력하는 게임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로스트아크의 운영은 분명 차별화된 부분이 있다.

운영의 정의는 광범위하다. 게임을 내놓은 뒤 유지 보수하는 모든 과정이 운영에 포함된다. 크게 나눌 경우 2가지 분야가 존재한다. 이성과 감성이다.

이성은 겉으로 보이는 운영 기준이다. 신규 콘텐츠를 추가하고, 난이도와 직업 밸런스를 조정하며, 기술 문제를 해결하고 편의성을 개선하는 일이 이성의 영역이다. 대부분 게임이 필수적으로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특별할 것은 없다.

그러나 감성 분야의 운영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자주 언급되지 않는다. 유저의 마음을 사로잡고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운영의 역할이다. 유저 지적을 바로 인정해 반영하고, 추가되는 콘텐츠에 디테일과 연출을 더하며 게임이 걸어온 길을 상징하는 이벤트를 제공한다.

'XX뽕이 차오른다'는 신조어가 있다. 자신의 소속이나 취미생활에 자부심을 느끼고, 지금까지 거기에 들인 시간 및 추억에 만족감을 느끼는 감정을 뜻한다. 로스트아크는 유저들에게 '로아뽕'을 차오르게 하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유저의 감성을 충족시키는 게임은 팬덤이 만들어지고 신뢰가 쌓인다. 흔들리지 않고 오래 가는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다.

무슨 게임이든 유저는 소통을 원한다. 운영진 역시 소통을 약속한다. 하지만 소통은 일반 업무처럼 처리하는 것만으로 성공하는 키워드가 아니다.

수많은 요구사항 중 다수가 원하는 것과 꼭 필요한 것을 고를 때 좋은 소통이 탄생한다. 유저 취향은 모두 다르며, 좋은 취지의 변화가 나쁜 결과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게임 전반에 걸친 지식, 통찰, 게임을 향한 애정, 유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마음까지 갖출 필요가 있다.

금강선 로스트아크 디렉터는 이제 본명보다 '빛강선'이라는 별칭으로 더 많이 불린다. 가장 필요한 지적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능력, 그리고 운영진의 메시지를 유저가 가장 바라는 방식으로 정제해 전달하는 능력을 선보였다. 정기적으로 간담회를 열어 약 반년에 걸친 로드맵을 공개하고 사후 피드백까지 꼼꼼하게 챙겼다.

잘못된 부분을 향한 인정과 사과, 대처도 깔끔했다. 레이드 즉시 완료권처럼 악평만 받고 사라진 시스템은 "우리의 판단 잘못"이라고 바로 답변하면서 다시는 비슷한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실제로 약속을 지켰다. 밸런스 문제 역시 회피하지 않고 잘못 패치하게 된 배경, 현황, 계획을 체계적으로 답변하는 등 명쾌한 소통이 이어졌다.

금강선 로스트아크 디렉터

최근 '모험가님께 드리는 감사편지'는 로스트아크의 소통과 운영 방식을 축약해 보여준다. 좋은 운영에 고마움을 전하려 하는 유저들이 '커피 트럭' 모금을 시작하자, 코로나19 시국의 재택근무로 인해 마음만 받겠다며 정중히 거절한 뒤 금강선 디렉터의 편지와 감사 영상이 업로드된 것이다.

편지에 담긴 글귀는 유저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커피에 대한 감사, 신규 유저들을 향한 아름다운 섬 안내, "여러분들의 시간이 그리 나쁜 추억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멘트와 각종 선물까지. 여기에 그동안 로스트아크가 걸어온 길을 담은 영상은 화룡점정이었다.

운영은 모두의 힘으로 만들어졌다. 로스트아크가 롱런 후 역주행에 성공한 근본 원인은 게임의 질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베른 남부에서 급격히 전개되는 스토리는 흥미진진하면서 치밀했다. 그 속에서 펼쳐지는 로스트아크 특유의 연출은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전했다. 디렉터를 비롯해 모든 개발진이 합심해 만들어낸 것이 지금의 로스트아크다.

다른 문화콘텐츠와 달리 게임에서 운영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온라인게임이 곧 하나의 거대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보통은 최선을 다 해도 본전이고, 조금만 흠이 생기면 비판의 화살이 날아온다.

게임 이슈는 예측하기 어렵다. 돌발 사건이 잦고, 수시로 재평가가 벌어진다. '혐'이 '빛'으로 바뀌기도 하고, 그 반대 역시 흔하다. 로스트아크도 언제 무슨 사건이 벌어질지 모른다. 여느 게임과 마찬가지로 사건에 휘말리며 몸살을 잃은 전력도 있다.

그러나 지금 로스트아크는 쉽사리 흔들릴 것 같지 않다. 모든 개발계획은 투명하고, 약속 그대로 이뤄지고 있다. 사고가 생기더라도 믿고 일어서리라는 신뢰가 쌓였다. 사업적, 수학적 시각으로만 유저를 바라볼 경우 나올 수 없는 운영이다. 게임이 왜 유저를 감동시켜야 하는지, 로스트아크는 그 답을 알고 있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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