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유례없는 대규모 특별수시 채용에 나섰다. 그 속에 비친 계획표의 색깔은 다채롭다.

총 9종의 신작 프로젝트, 구인 규모는 세자릿수에 달한다. 프로그래밍, 게임기획, 게임아트, 프로덕션, 엔지니어 등 거의 모든 직군이 대상에 들어간다. 15일부터 프로젝트 단위로 서류 접수를 시작했고, 신입 및 경력 공채도 상반기 중 따로 진행한다.

내부 기획 단계 프로젝트를 모두 브리핑하면서 전방위적 구인에 나서는 경우는 드물다. 그만큼 업계 반응도 요동친다. 한 개발자는 "게임계 연봉 인상 열풍으로 이직이 큰 이슈가 된 상황에서, 넥슨이 예년보다 공격적으로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신작 프로젝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양해진 플랫폼이다. 2019년까지 모바일 시장 주류 장르에 전력투구한 모습과 다르다. 9개 분야 프로젝트 중 모바일게임은 3종에 불과하다. PC와 콘솔 비중이 늘었고, 차세대기술을 반영한 프로젝트도 보인다.

결국 플래그십은 '크로스플레이 MMORPG'

모바일 플랫폼에 힘을 뺀 것은 아니다. '신규 MMORPG'라는 이름으로만 공개된 한 개발작은 주류 개발 트렌드를 따라간다. PC-모바일 멀티플랫폼, 언리얼엔진4 기반 대작 프로젝트. 최근 3년간 국내 주요 개발사마다 차기 캐시카우 경쟁에 내세운 타이틀이다.

가장 눈에 띄는 키워드는 심리스 월드와 대규모 공성 전투다. 기술력과 투자가 필요하고, 개발 노하우도 필수 지참해야 하는 분야다. 지금까지 나온 정보에서 모든 공통점이 겹치는 대표작으로 리니지2M이 있다. 차후 정면 도전의 구도가 만들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대형 수집형' 프로젝트 SF2, '생존신고' 테일즈위버M

'대형'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타이틀은 하나 더 있다. 프로젝트 SF2 역시 언리얼엔진4를 기반으로 하지만, 3D 카툰 애니메이션 그래픽을 활용한 캐릭터 수집 RPG라는 점에서 다르다. 목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수집형RPG의 최정상에 서는 것이다.
 
모바일 수집형게임은 넥슨이 자체개발과 퍼블리싱 양쪽 모두 고전한 분야였다. 최근 조금씩 미래 전망이 밝아지고 있다. 존폐위기설까지 돌았던 카운터사이드가 역주행으로 부활했고, 자회사 넷게임즈의 신작 블루 아카이브가 일본 시장에서 호평을 받았다. 프로젝트 SF2가 넥슨 캐릭터게임 플랜에 탄력을 붙일지도 관심사다.

오랜만에 소식이 들려온 테일즈위버M도 눈길을 끈다. 지스타 2018에서 처음 개발 소식을 밝히고 시연 버전을 공개했지만, 2019년 6월 넥슨 스페셜데이 행사 이후 추가 정보가 없었다. 원작이 탁월한 음악과 아트워크로 고정팬을 보유한 만큼,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만으로 안도의 목소리가 나온다.

콘솔과 시장 개척, 게임사 '프로젝트 판촉' 시작될까?

플랫폼 확대 비중은 늘었다. 기존 공개된 개발작으로 PC-콘솔 크로스플레이를 지원하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KOG가 개발한 PC 대전액션 커츠펠이 존재했다. 여기에 콘솔 포함 멀티플랫폼 프로젝트가 대거 공개되면서 시장 개척에 속도를 높인다.

대표주자는 팀 대전액션 장르 프로젝트 P2다. 빠른 템포의 스타일리시 액션을 내세우는 만큼, 게임패드에 대응하는 조작과 게임성에 관심이 몰린다. 해양 어드벤처인 프로젝트 DR은 장르 특성상 픽셀과 3D를 조합한 아트워크를 무기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온리 PC' 플랫폼도 2종 등장했다. 온라인게임으로 개발 중인 프로젝트 P3은 중세 판타지 던전 탐험이 특징으로, 어두운 분위기 속 협력 플레이가 예상된다. 반면 프로젝트 HP는 고품질 액션을 중시하면서 신작마다 차별화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넥슨의 공격적 행보는 게임계 연봉 경쟁이 프로젝트 경쟁으로 이어질 것을 예고한다. '개발해보고 싶은 타이틀'을 제시하고, 재능과 창의성을 갖춘 인재를 유혹하는 그림이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2개로 나뉜다. 비전에 걸맞은 결과물을 보여줄 것인지, 다른 게임사들이 또다른 프로젝트로 시선을 돌릴 것인지. 우선 첫 출발은 넥슨이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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