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미기 장르를 연상시키는 비주얼, 그 위에 치밀한 퍼즐을 그려낸 게임이 있습니다.

많은 유저에게 알릴 만한 한국 인디게임이 있을까 탐방하던 중, 반가운 얼굴이 스팀에서 보였습니다. 이름은 큐브이(QV), 작년 말 구글플레이에서 모바일로 먼저 선보인 퍼즐게임이죠. 2020 구글 인디게임 TOP10, 같은 해 BIC페스티벌 시상식에도 이름을 올리면서 게임성을 뽐냈습니다.

큐브이는 차원을 넘나드는 힘을 가진 소녀 큐비가 유적의 비밀을 풀어가는 모험을 그립니다. 설명만으로는 캐주얼 어드벤처 같은데요. 속을 들여다보면 정통 퍼즐의 향취를 물씬 풍깁니다.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개성 있는 기믹이 스테이지마다 녹아 있습니다.

귀엽고 아기자기한데, 귀엽지만은 않은 디자인

캐릭터를 중시하는 유저는 실행과 함께 만족할지도 모릅니다. 큐비는 주인공 공식을 따라가면서도 개성 있게 디자인된 캐릭터입니다. 스테이지 클리어마다 의상이나 색상이 해금되고, 묶은 머리나 고양이 귀처럼 다양한 헤어스타일도 등장합니다.  

쿼터뷰와 파스텔톤을 결합한 맵 디자인도 호감을 줍니다. 블록으로 구성된 칸을 이동하면서 퍼즐을 풀어나가게 되는데요. 한 곳의 맵을 모두 풀고 다른 유적(스테이지)으로 넘어갈 때마다 다른 기후를 보여줍니다. 사막과 용암, 정글 등 스테이지별 비주얼이 선명하게 달라지는 것이죠.

스킨만 갈아낀 게 아닙니다. 지형 특성에 따라서 퍼즐 주요 기믹도 달라져요. 사막 유적에서의 기믹은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비구름을 길어와서 불을 끄면 다시 불을 켜기 위해 수호자 골렘이 움직이는데요. 그 동선을 이용해 퍼즐을 풀어나가는 재미가 일품이었습니다. 블록을 옮겨서 골렘 동선을 제한하는 구조도 독특했고요.

순간 컨트롤 싸움도 종종 펼쳐집니다. 정글맵에 등장하는 펭귄의 공격을 따돌리거나, 움직이는 발판을 옮겨 타면서 위험에서 벗어나기도 합니다. 순수하게 퍼즐만 즐기려는 유저에게 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 적절한 빈도로 등장하기 때문에 방해 요소는 아닐 겁니다.

어렵지 않은데 쉽지도 않은... 이것이 '황밸'?

큐브이는 4개 난이도가 존재합니다. 게임을 처음 즐길 때는 노멀과 하드로 구분되고, 특정 조건을 만족할 경우 가장 어려운 'QV' 난이도가 열립니다.

사실, 난이도 조절은 인디 퍼즐게임이 신경 쓰기 어려운 부분이거든요. 대부분은 기존 퍼즐에서 몇 가지만 더하고 빼는 정도에서 그치곤 합니다. 속도를 조절하거나, 맵 타일을 조금씩 바꾸는 식으로요. 개발력이 한정된 만큼 이해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큐브이는 난이도별로 완전히 다른 퍼즐을 만들었습니다. 오브젝트 배치부터 공략법까지 모두 달라요. 그러면서도 맵마다 요구하는 기믹 특성은 그대로 유지합니다. 개발에서 최대한 정성을 기울여야 하고, 퍼즐 디자인 센스가 탁월할 때 가능한 부분입니다.

난이도의 취지도 잘 살렸습니다. 노멀은 퍼즐 초심자도 조금만 생각하면 풀어나갈 만큼 가볍습니다. 반면 하드는 퍼즐 구성이 굉장히 촘촘해서 생각하며 움직이는 플레이가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불합리할 만큼 어렵지도 않아서 결국 해결할 수 있고요.  

퍼즐 장르 입문자에게 '강력 추천'

개발사 이즐(IZZLE)은 2016년 퍼즐게임 디멘션 페인터를 만든 적이 있습니다. 큐브이는 전작을 계승 발전시킨 형태죠. 퍼즐의 정석을 유지하면서도 게임성이 눈에 띄게 발전한 만큼, 차기작에서 나타날 모습도 더욱 기대가 됩니다. 

큐브이는 퍼즐을 넘어 게임 전체 완성도가 만족스럽습니다. 앞서 말한 캐릭터와 비주얼은 물론, 사운드까지 감각적입니다. 스팀에서 사운드트랙을 묶어 팔고 있는데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때마다 진전되는 스토리도 좋은 디저트고요.

할인이 없을 경우 PC 스팀 버전은 14,800원, 모바일에서는 4천원 정도 가격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스팀 버전이 비교적 높지만 퍼즐의 질과 양을 대비해보면 불합리한 가격은 아닙니다. PC 해상도와 사운드 이식도 깔끔하고 말이죠.

퍼즐 장르가 주류는 아닌 만큼, 만듦새에 비해 인지도가 아쉬울 뿐입니다. 퍼즐을 즐겨보고 싶지만 어려울 것 같아 망설여온 유저에게 이만한 게임은 드물 겁니다. 한적한 주말, 큐비와 함께 차원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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