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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게임 발굴기] 썸썸 편의점, 왜 '네임드 미연시'가 됐을까?
길용찬 기자 | 승인 2021.06.01 10:11

인디게임에서 비주얼노벨은 '가성비'가 꽤 좋은 분야입니다. 수요가 폭넓은 것은 아니지만, 대신 적극구매층이 많죠. 흥행에 성공하면 부가 콘텐츠 전개가 쉽습니다. 다른 장르에 비해 개발력도 덜 들어가는 편이고요.

그렇다고 성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거든요. 스팀과 모바일 앱마켓에 수많은 비주얼노벨이 쏟아져 나오고, 그중 살아남는 것은 소수입니다. 아무리 매력적인 캐릭터와 일러스트를 내세워도 유저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테일즈샵은 유독 눈에 띄는 한국 비주얼노벨 개발사입니다. 스토리가 엄청나게 훌륭한 것도 아니고, CG가 질과 양에서 독보적인 것도 아니에요. 그런데도 기적의 분식집에 이어 썸썸 편의점까지, 판매량 수만 장을 넘기면서 한국 '미연시'의 최고 흥행사로 떠올랐죠.

단순히 운이 좋아서일까요? 아니면 마케팅을 잘 해서? 그런 이유도 조금은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근본 비결은 따로 있죠. 썸썸 편의점을 플레이해보고 다른 게임들과 비교해보면, 테일즈샵이 정착시킨 차별점은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게임'을 하고 있다는 느낌

비주얼노벨, 그 중에서도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을 뜻하는 '미연시'는 정해진 패턴을 따라가곤 합니다. 정해진 이야기를 쭉 따라가고, 선택지가 나오면서 공략 루트에 분기가 생깁니다. 유저는 그저 키를 누르며 대사를 보다가 선택지만 변경하는 게임이 대부분이었죠.

테일즈샵 역시 초창기 게임들은 이런 공식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여기서 한번 변주를 준 게임이 2018년 '여포키우기'였는데요. 프린세스메이커처럼 육성 시스템을 도입하고, 여주인공 여포(?)의 능력치에 따라 엔딩을 나누면서 신선하게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어 나온 기적의 분식집은 조금 더 본격적으로 들어갑니다. 스토리 파트와 분식집 경영 파트를 따로 나누고, 타이쿤 장르에 걸맞은 요소를 대폭 추가했죠. 결과는 대흥행이었습니다. 

사실 썸썸 편의점도 그렇고, 게임성이 뛰어난 편은 아니거든요. 단순 작업만 반복하면 돈은 금방 벌고, 스토리 진행 외에 상호작용할 콘텐츠도 마땅히 없습니다. 하지만 자본을 불려나가는 느낌은 충실하게 전달했고, 이것은 게임에 더욱 몰입하게 만드는 촉매제가 됩니다. 

"사후지원은 확실히" 폭넓은 공감대, 깔끔한 끝맺음

테일즈샵 게임 중 처음 겪어본 것이 '방구석의 인어아가씨'였습니다. 첫 흥행작이라고 볼 수 있는 게임이지만 단점도 있었죠. 비현실적인 일본 서브컬쳐 전개를 지나치게 따라가고, 주인공 독백이 너무 과하다는 것이 주요 비판 요소였습니다.

피드백이 반영된 것인지, 이후 테일즈샵은 몇차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한국형 미연시' 세계관을 만드는 일에 성공합니다. 분식집과 편의점을 이용해본 적 없는 유저가 국내에 얼마나 될까요. 가장 일상적인 무대를 배경으로 비일상적인 장치를 접목해 재미를 이끌었습니다. 

이세계에서 넘어온 여왕(기적의 분식집)이나, 연애를 이뤄주는 앱(썸썸 편의점)처럼 망상 속에서 흔히 나올 법한 판타지 공감대를 만들어낸 것이죠. 게다가 본편만으로도 플레이 볼륨이 풍부한 편입니다. 가격이 아깝지 않은 게임이 완성된 겁니다.

주고받는 대사도 훨씬 깔끔해졌습니다. 특히 썸썸 편의점이 흥행한 이유인데요. 히로인 3명의 성격에 따라 시트콤 성격의 '티키타카'가 과하지 않게 벌어집니다. 드라마로 각색해도 무난한 로맨틱코미디를 만들 수 있을 만큼 발전했죠. 인물에 따라서는 가끔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도 있지만, 비주얼노벨에서 용납할 수준은 됩니다.

DLC를 통해 복선 회수를 진득하게 해주는 점도 신뢰도를 높였습니다. 개발사는 추가 매출을 얻으니 좋고, 유저는 본편만으로도 괜찮았는데 의문점까지 해소되니 좋았죠. 여기에 OST 같은 추가 서비스까지 들어가니 '덕질' 만족도가 올라갈 법합니다.

'풀 보이스', 그리고 '스트리밍 리액션'

비주얼노벨 중에서 풀 보이스를 지원하는 경우는 찾기 어렵습니다. 테일즈샵은 이전부터 성우 더빙에 공을 기울였는데요. 썸썸 편의점의 히로인 대사 풀 더빙은 캐릭터 개성과 몰입을 살리는 일등공신이 됩니다.

전작인 기적의 분식집 역시 "성우가 캐리한 게임"으로 불립니다. 메인 히로인 필리아의 희노애락을 모두 담은 정혜원 성우의 연기는 한국게임 최고의 더빙으로 꼽는 사람까지 있을 만큼 이목을 끌었죠. 클리셰가 굉장히 많이 섞인 설정인데도, 개성 있는 흥행 캐릭터로 거듭나는 데에 더빙이 큰 역할을 해냈습니다.

"스토리 중심 게임은 실황 방송이 해가 된다"는 고정관념도 깼습니다. 오히려 스트리밍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판매량이 급증한 사례죠. 테일즈샵은 그 입소문에 주목했고, 썸썸 편의점에서 실황을 주요 마케팅으로 활용하면서 효과를 극대화했습니다.

기적의 분식집과 썸썸 편의점은 한국식 트렌드를 잘 읽었고, 그것을 접근성으로 풀어냈습니다. 기본 이상 퀄리티는 필수지만, 화룡점정은 개성이죠. 앞으로도 우리 마음을 간질이는 달달한 '연애 이야기'를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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