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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은 다를까? '이영도 월드' 게임화가 험난한 이유
길용찬 기자 | 승인 2021.06.18 20:22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가 게임화된다.

이영도는 한국 판타지문학의 중심에 선 작가다. 1998년 소설 '드래곤라자'는 한국과 대만 지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전세계 판매 200만부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흥행과 인지도를 바탕으로 만화와 게임 등 다양한 미디어에서 재해석이 이루어졌다.

여러 흥행작 가운데, 2003년 출판된 '눈물을 마시는 새'는 이영도의 대표작이다. 인간 외 레콘, 나가, 도깨비 종족이 공존하는 독특한 세계관에서 숨막히는 서사를 전개해냈다. 후속작 '피를 마시는 새' 역시 전작보다 방대해진 볼륨과 인간군상을 풀어내며 팬덤을 강화했다.

그러나 게임화를 두고 팬들의 시선은 차갑다. 이영도 소설을 기반으로 한 미디어 프랜차이즈는 혹평의 연속이었다. 게임 역시 예외는 아니다. 드래곤라자의 이름으로 두자릿수에 육박하는 게임이 나왔지만, 지금까지 좋은 평가로 시장에 안착한 게임은 없었다.

드래곤라자M

첫 게임화는 2001년 출시한 드래곤라자 온라인이었다. 서비스 초기 가능성이 보인다는 반응을 얻었다. 원작 느낌을 충실히 반영한 일러스트도 장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개발력의 한계로 확장에 실패했고, 이소프넷 등 서비스 주체가 연이어 파산하거나 인수되며 서비스 종료를 맞이해야 했다.

이후 피처폰을 포함한 모바일 플랫폼으로 드래곤라자 IP 활용이 이어졌다. 로코조이가 2016년 출시한 드래곤라자M은 무난한 게임성을 지녔지만, 스토리와 캐릭터 등 모든 부분에서 원작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으로 1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중국에서 개발한 드래곤라자2는 게임성마저 혹평을 받으면서 마찬가지로 1년 만에 문을 닫았다.

최근 출시한 드래곤라자 오리진 역시 클래스 변신과 펫 카드 시스템이 존재하는 등, 원작이 아니라 리니지M을 차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서 드래곤라자EX가 2021년 내 출시 예정이지만, 캐릭터 뽑기를 중심으로 한 수집형 RPG이기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드래곤라자2

게임화가 험난한 이유는 크게 2개가 꼽힌다. 첫째는 이영도 작가 특유의 작품성을 재해석하기 까다롭다는 것. 둘째는 개발력과 자본을 제대로 투자한 프로젝트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설정부터 기존 판타지와 차별화됐다. 드래곤라자는 D&D 세계관 차용으로 논란이 있었지만, 이후 '폴라리스 랩소디'부터 독창적인 세계관을 구축하며 고정 팬덤을 쌓아나갔다. 특히 '새' 시리즈는 나늬, 두억시니 등 우리말 고유명사를 다수 섞으면서 작가 고유의 상상력을 펼쳐냈다.

인물 묘사와 서사 역시 독특하며, 관념적인 메시지와 상징물이 작품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폴라리스 랩소디는 지금까지 의미 해석이 엇갈려 논쟁이 벌어질 정도다. 삽화 없이 모든 이미지를 독자 상상에 맡기는 경우도 많아 모두가 공감할 만한 비주얼을 창조하는 일도 어렵다.

그에 비해 원작 특성을 반영한 게임화는 지금까지 없었다. 모두 기존 유행하는 게임의 공식을 답습하는 저예산 개발이었고, 개성 없는 게임성에 원작 이름만 억지로 가져왔다는 비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실제로 드래곤라자M와 드래곤라자2는 전혀 관련 없는 게임을 개발하다가 판권 구입 후 세계관을 덮어씌운 사례다.

게임이 중국 시장과 연계되면서 문제점은 하나 더 나타난다. 드래곤라자 제목 관계가 꼬였기 때문이다. 중국판 정식출간을 추진하기 전, 드래곤라자의 이름만 가져다 쓴 완전히 다른 소설이 먼저 등장했다. 이 소설은 흥행몰이에 성공하면서 텐센트 퍼블리싱으로 게임 출시까지 이어졌다.

크래프톤이 공개한 눈물을 마시는 새 '마지막 주막'

크래프톤은 눈물을 마시는 새 게임 개발을 처음부터 추진한다고 밝혔다. 대형 인력과 예산이 들어간 프로젝트는 처음이다.

크래프톤은 2019년 한 차례 홍역을 앓은 적이 있다. 눈물을 마시는 새 게임 판권을 구입한 뒤 기존 개발하던 프로젝트 BB에 억지로 적용했다. 당연히 원작 팬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신작 트레일러가 등장했고, 강력한 비판 속에 개발을 중단했다.

개발진에서 새로 공개한 삽화 2점은 치열한 연구를 거친 흔적이 보인다. 소설 시작점인 마지막 주막, 사모 페이가 타고 다니는 대호 마루나래의 스케치다. 원작 분위기에 맞을 뿐더러 정교한 디테일을 드러낸다. 비주얼 R&D 작업 역시 할리우드의 유명 아티스트 이안 맥케이그와 함께 하면서 신뢰를 높이고 있다.

이안 맥케이그가 스케치한 '마루나래'

좋은 소설, 그중에서도 좋은 장르문학은 창작의 양분이 된다. 위쳐 시리즈가 좋은 사례였다. 폴란드 소설 위쳐는 CDPR의 개발에 의해 명작 액션RPG로 재탄생했고, 넷플릭스 드라마로 이어지면서 영향력을 늘리고 있다. 레인보우식스, 해리포터 역시 활발히 게임화가 진행되는 소재다.

한국 역시 소설 원작의 좋은 게임이 탄생할 시기가 됐다. 이영도 소설은 그동안 다른 미디어에서 고생했지만, 여전히 파괴력을 가진 원작으로 손꼽힌다. 크래프톤이 과연 이영도 월드의 '게임 잔혹사'를 끊어낼 수 있을까.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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